속세를 벗어 났었던 소요산 산행(2002년 4월 21일)

2002. 5. 2. 00:15산행일기

의정부 북부역에서 버스를 타고 도착한 소요산 입구는 봄의 색 연초록으로 물들어 있었습니다.

 

소요산 입구 주차장을 출발한 우리는 더 깊은 봄을 찾아 초록 골짜기로 들어갔습니다. 소요산 일주문을 지나 만나는 아담한 원효폭포는 시원한 물줄기를 떨어트리며 맑은 기운을 내뿜고 있었습니다. 폭포 아래로 접근했더니 몸에 신선한 기운이 들어오는 느낌입니다. 원효폭포를 뒤로하고 원효대에 올랐습니다. 원효대 옆의 계곡에는 작은 물고기들이 노는 것이 보일 정도로 맑고 깨끗했습니다.

신라시대 원효가 요석공주와 인연을 맺은 후 세상을 등지고 수도를 하기 위해 세웠다는 자재암은 크지는 않지만, 주변 경치와 어우러져 꽤나 운치 있는 암자입니다. 
자재암 앞에는 청량폭포가 떨어지고, 나한전이라는 동굴 속의 암자, 나한전 위의 무너질듯한 기암괴석 등이 아주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일행이 자재암에서 얻어온 떡을 나눠 먹으며, 자재암 옆길로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했습니다.

자재암 뒤 등산길은 가파르지만, 주변풍경이 지리산의 칠선계곡, 혹은 오대산의 소금강 계곡을 연상시킬 만큼 빼어나기 때문에 전혀 힘든 줄 모르고 오를 수 있었습니다. 나무 사이로 보이는 맞은편의 의상대와 소요산 계곡을 감상하고, 시원한 봄바람을 맞으며 우리는 중백운대에 올랐습니다. 중백운대에서 준비해 온 도시락을 먹고 상백운대, 칼바위 능선을 지나 나한대까지 올랐습니다. 소요산의 능선은 크지는 않지만, 아기자기했습니다. 곳곳에 피어난 분홍색 산벚나무 꽃이 연두색 새순들과 어울려 있었습니다. 우리는 봄바람을 맞으며 나한대를 지나 소요산의 정상인 의상대(570m)까지 올랐습니다.

의상대 주변의 낭떠러지는 아찔하면서도 사람의 접근을 허용하며 사람과 어울리고 있었습니다. 한가지 안타까운 것은 소요산 의상대에 가면 영어로 된 낙서들이 많습니다. 가까운 미군부대의 미군들이 어지럽힌 낙서들이 소요산을 찾은 등산객들의 마음을 불편하게 하고 있습니다. 하기야, 우리가 느끼는 그 조금 언짢은 기분과 낙서는 그 본질적인 불합리함에 비하면 사실 가벼운 일일 테죠.

의상대에서 우리는 다른 산악모임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그 사람들은 30대 이상으로 이루어진 모임이라고 했습니다. 다른 모임의 산행대장이란 분은 50을 훌쩍 넘긴 나이에도 일주일에 두 번씩 산을 찾는다고 합니다. 그분과 이 얘기 저 얘기를 나누면서 우리는 공주봉을 올랐다가, 원효폭포가 있는 일주문으로 내려와 산행을 마무리했습니다.

소요산!
왜 사람들이 경기도의 금강산이라고 하는지 알 것 같았습니다. 금강산처럼 사계절이 나름대로의 독특한 특징을 가지고 있는 산이라고 합니다. 우리가 본 소요산의 봄은 소요산의 아름다움의 일부분이었던 것입니다.
높지 않은 산이었지만, 많은 것을 소리 없이 품고 있는 산이었고, 다음에 또 발길을 당길 산이었습니다.


산행지 : 소요산 (경기도 동두천)

날짜 : 2002.4.21

날씨: 맑음

일 행 : 4명 

산행코스: 소요산입구 - 원효폭포 - 자재암 - 의상대(정상) - 공주봉 - 원효폭포

산행시간 : 4~5시간.

교통편 : 서울 수유역 136, 139번 이용.(1시간 20분 소요). 

 


#사진으로 보는 산행일기

원효폭포
자재암 오르는 길에
자재암
자재암 앞 청량폭포
봄 초록
봄이 오는 소요산
동두천 일부
소요산 정상 조망
소요산 조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