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사 마시며 올랐던 삼성산(2002.3.17)

2002. 4. 8. 22:07전국산행일기

약속시간 10시 30분에 맞춰 신림역에 도착한 사람은 나를 포함한 2명. 하지만, 5분, 10분 간격으로 3명의 산행모임 회원들이 더 나와 모두 5명이 모였습니다. 신림역 근처에서 5명의 오늘 점심 김밥 7줄을 사고 관악산 입구행 버스를 탔습니다.


관악산 입구는 사람들로 북적입니다. 봄 햇살은 따뜻했지만, 간간이 불어오는 바람은 아직은 조금 차갑습니다. 뒤늦게 신림역에 도착하여 따라오겠다는 두 회원을 기다릴 겸 해서 우리는 느린 걸음으로 관악산 입구 길을 걸었습니다.
호수공원 옆 갈림길에서 우리는 오른쪽의 삼성산으로 향했고, 조금 올라가 성주암을 만났습니다. 그곳에서 뒤따라 오는 회원들을 기다리려고 했지만, 암자의 불경소리가 지나치게 크게 들려, 암자 뒤 큰 바위 위에서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입구부터 쉬지 않고 말하던 한 회원은 산행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벌써 배가 고프다며 김밥을 먹자고 보챕니다.
할 수 없이 김밥 두 줄을 꺼냈는데, 배가 고프다던 그 회원은 더 많은 김밥을 먹기 위해 고의로 김밥 옆구리를 터트리는 노련함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옆에 있던 아저씨들이 학생이라고 불러준 것에 고무된 직장인 회원들은 기분이 좋아 어쩔 줄을 모릅니다.
잠시 후 뒤따라오던 회원을 만났을 때, 우리는 '언제 김밥을 먹었냐'는듯 주위를 정리하고 다시 출발할 준비를 끝낸 뒤였습니다.

 

이제 능선길을 따라 삼성산 국기봉으로 출발합니다. 중간중간 바위길이 이어져 적당한 긴장감과 스릴을 안겨 주었지만, 가뭄 때문에 흙길에 미끄러지는 일도 있었습니다. 1시간 넘게 올라갔는데, 아파트 단지가 아직도 등산로 오른쪽 옆에 있고, 개소리가 멍멍멍 들려오니 조금은 허탈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1시간을 올라도 여전히 도시 근처라니...

 뒤늦게 올라온 회원들도 배가 고프다며 점심 먹자고 합니다. 아침을 안먹었다니 이해되는데, 성주암에서 가장 많은 김밥을 먹은 그 회원도 배고프다고 점심을 먹자고 그럽니다. 결국 밥 먹을 자리를 찾아보기로 합니다. 조금 더 오르다가 넓어 보이는 바위 옆에 앉아 밥을 먹는데, 갑자기 많은 등산객들이 우리가 밥 먹는 곳 바로 옆으로 지나갑니다. 비켜줄까? 하다가, 얼굴에 철판을 깔고 지나가는 사람들에 아랑곳하지 않고 우걱우걱 김밥을 주워 먹었습니다. 신림동 김밥, 코엑스 김밥, 포비네 밥, 5년 묵은 도라지 반찬 등 산에서, 함께 먹는 밥은 언제나 너무 맛있습니다. 밥을 먹고는, 정체불명의 재료로 만들어진 따뜻한 차를 나눠 마시고 다시 출발합니다.


어느덧 두 번째 정상(국기봉)에 올라 왔습니다. 출발할 때 보다 황사가 더 심해졌고, 바람도 많이 붑니다. 목도 컬컬하고, 배 고픈 느낌도 들었는데, 마침 봉우리 옆에서 막걸리를 팔고 있어, 한잔씩 나눠 마셨습니다. 포비가 준비해 온 인삼향 나는 정체불명의 따뜻한 물은 날씨가 싸늘해서 많은 인기를 얻었습니다.

국기봉에서 삼성산은 멀지 않지만, 날씨 때문에 힘들게 오른 삼성산 정상 아래까지 도착했습니다. 모두 암벽을 올라 좁은 삼성산의 정상에 섰습니다. 정상에 잠시 머물다 안전하게 내려갈 수 있는 우회로대신 급경사로 바로 내려갑니다. 회원들이 갑자기 암벽 등반가로 변신한 듯합니다.정상에서 하산길이 여럿 있었는데, 우리는 삼막사를 지나 관악역 쪽으로 내려가는 길로 향했습니다. 삼막사는 큰 절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작은 절도 아닙니다. 여러 문화재가 있고, 공양 밥을 주고, 화장실을 새로 짓고 있고, 전통적인 거 같은데 분주한 정중동의 절이었습니다.

삼막사를 돌아 제2전망대를 지나고부터는 계속 내리막길이었습니다. 신이 난 저와 다른 회원은 뒤도 안 돌아보고 내려갔는데, 나중에 회원중 누군가 우리를 보고 '인간적이지 못하다'라고 말했다는 후문입니다. 물론, 농담입니다. 내려오면서 포비님과 밥을 많이 먹던 그 회원은 또 다시 미끄러져 넘어졌습니다.


예상 소요시간 4시간 30분, 실제 산행시간도 예상과 비슷하게 11시 40분부터 4시 30분까지 4시간 50분이 걸렸습니다. 더불어한길 회원들 산행실력이 점점 향상되고 있습니다. 산행모임이라면, 적어도 평균 정도는 해야 되지 않겠어요?

하필 산행 날 찾아 온 황사 때문에 모두 힘들어한 게 아쉽습니다.


산행지 : 삼성산 (481m, 서울, 경기 안양)

날 짜 : 2002년 3월 17일

날 씨 : 맑음 (황사)

일 행 : 달봉이, 하나사랑, 맑은물, 포비, 호~옹 포함 7명

코 스 : 관악산 입구(서울대) - 성주암 - 장군봉 - 삼성산 정상, 깃대봉 - 삼막사 - 관악역

시 간 : 4시간 50분 (11시 40분~오후 4시 30분)

교 통 : 대중교통 (서울 지하철, 1호선)


 

 

[삼성산 국기봉 정상]
[삼막사 경내]
[하산길에 바라 본 삼성산 정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