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1. 9. 20:59ㆍ산행일기
지난 일요일에는(1월 6일) 강화도에 있는 마니산에 다녀왔습니다.
안산에서 인천 부평으로, 부평에서 버스를 갈아 타고 강화 버스터미널로, 강화 버스터미널에서 또 다시 온수(전등사)행 버스를 갈아타고 한참을 갔습니다.
지도상으로는 안산에서 강화도가 멀지 않았는데, 산행 기점인 정수사 입구에 내리니 벌써 1시 30분이 넘었더군요. 정수사 입구에 도착한 우리는, 잠시 후 승용차로 온 일행을 만나, 본격적으로 산행을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추운날씨는 아니였지만, 겨울이라서 산아랫 부분부터 곳곳에 빙판길이 있었습니다. 얼음에 미끄러지고, 또 미끄러 지지 않기 위해 균형을 잡다보미 마치 흔들흔들 춤을 추는듯한 모습으로 올라갔습니다.
9명의 일행은 오랜만의 만남에 재잘거리며 1시간 가까이 힘들이지 않고 올라가고 있었는데, 서쪽으로 시야가 확 트이더니, 은빛 갯벌과 서해바다가 눈앞에 펼쳐지는 것이었습니다.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감동이 머리끝까지 밀려왔습니다.
산에서 바라보는 바다가 이렇게 아름다울 줄은 몰랐습니다. 썰물의 갯벌은 마치 섬세한 겨울나무 가지의 모양을 하고 있었습니다. 차가운 겨울의 태양을 머금은 서해바다 역시 아름다운 모습입니다. 겨울이지만 강화도의 너른 들과 야산, 삐쭉 솟은 높은 산과 바다, 그리고 사람이 사는 마을의 조화가 전형적인 배산임수의 모습입니다. 한국의 아름다운 전통마을의 모습을 모두 볼 수 있었습니다.
이곳이 바로 강화도구나......작지만 큰산을 품은 강화도.
정상부근의 능선은 곳곳에 위험한 빙판길이 있었지만, 조금씩 전문 산악인이 되어가는 우리 일행은 출발한지 한시간 30분만에 마니산 정상(469m)에 올랐습니다. 야~~호~~서해바다는 대답을 해주지 않았지만, 아악~아악~~겨울까마귀의 대답을 들을 수는 있었습니다. 차가운 겨울바람이 거세었지만, 바다로 향하는 시선을 거둘 수는 없었습니다. 바다의 풍경과 겨울바람을 안주삼아 마신 포도주 한잔으로 추운 몸을 달랬습니다.
정상에서 승용차를 몰고가야하는 일행 2명은, 처음 올라왔던 길로 내려갔고, 나머지는 참성단으로 향했습니다.
참성단까지의 마니산능선은 결코 녹녹하지 않았습니다. 곳곳에 얼음과 눈이 쌓인 바위능선은 아찔했지만, 무사히 건너가면 짜릿했습니다. 날씨가 맑고 포근했는데도 겨울바람은 역시나 차가웠습니다. 정상에서 능선 길을 따라 참성단에 도착했지만, 훼손이 심해 출입통제구역이더군요. 서해바다에 가까워지는 해를 뒤로하고 우리는 마니산의 명물(?)인 계단으로 향했습니다.
예상했던 대로 계단은 완전히 얼어 붙어서 빙판길이 되어 있었습니다. 한발한발 조심조심, 수많은 계단을 인내하며 내려갔습니다. 넘어지지 않고 내려간 일행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물론, 저두 엉덩방아를 몇번 찧기도 했습니다. 날씨가 포근하고, 낮은 산이라 방심하고 아이젠을 챙기지 않았는데, 겨울산행때는 꼭 아이젠을 준비해야 되겠더라구요. 누가 가르쳐 주지 않지만, 하나하나 체험으로 깨닫습니다.
50여분 동안 무사히 계단길을 내려온 우린 다시 처음에 산에오를때처럼 제잘되며 버스정류장으로 향했습니다. 강화버스터미널에 모여 뜨거운 국물로 얼어붙은 몸과 마음을 풀고, 우리는 각자 갈길로 향했습니다. 사람들의 얼굴엔 빨리 헤어지는 아쉬움과 함께 겨울산행으로 얻은 따뜻한 흔적이 묻어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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