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2. 14. 12:06ㆍ산행일기
더불어한길 2007 여름정기산행이 기상이변으로 인한 늦은 장마, 각박해져 가는 사회분위기로 휴가조차 내기 어려운 회원들의 처지가 겹취면서 취소되는 바람에, 더불어한길이 한동안 침체기를 겪었다.
일반적인 동호회에게 찾아오는 불가피한 침체기라는 측면도 있겠으나, 활동 회원 다수가 30대 초중반인 가운데, 먹고 살기가 녹녹지 않은 현실도 분명히 큰 작용을 한 것임에는 틀림없다. 최장노동시간에, 젊은 층에게는 하늘의 별따기 보다 어려운 주택문제, 육아문제등 여러 가지가 겹쳐서 30대는 한창 즐겁게 살아야 할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바쁘게 자신의 삶을 잃어버리고 사는 게 지금의 현실이다.
여름산행을 성사시키지 못한 회원들이 겨울산행을 결의(?)했고, 2월 초 백두대간의 중심 소백산 산행을 하게 되었다. 사실, 출발하기 전에는 이번 겨울 산행도 불확실 했었다. 겨울에는 산행 준비를 많이 해야되고, 이번에는 큰 산에 대한 심리적 부담감도 있기 때문이다. '먼발치에서'가 소백산 코스를 알아보고, 민박집을 알아보는 노력으로 겨울산행을 떠날 수 있게 되었다.
토요일 이른 아침, 먼발치에서, 솜다리, 산바람과 함께 동서울을 출발하여 잠깐 눈을 붙이고 났더니, 버스는 북단양 나들목을 벗어나고 있다. 창밖은 겨울임을 실감할 수 있게, 하얀 눈으로 덮여있다. 단양 터미널에서 어의곡까지 택시를 타고 간다. 어의곡 매표소 아래 마을에는 눈이 많이 쌓여있다.
산행들머리에 있는 작은 가게에 들렀는데, 시골할머니 답지않게(?) 꽤 까칠하시다. 예전에는 시골이라 하면 참 좋은 동네였는데, 먹고사는 문제가 이제 조금씩 우리가 지켜야 할 공동체마저 하나둘씩 파괴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11:20] 오두득 오드득 눈을 밟으며 산행을 시작한다. 처음에는 눈을 밟는 재미에, 눈싸움하는 재미에 장난도 치며 히히덕거리며 시작했는데, 가파르지는 않지만 오르막길이 계속 이어진다.
한 시간을 지나도 가파른 능선은 나오지 않고 계속 그저 그런 오르막이 이어진다. 소백산이 큰 산은 큰 산인가 보다. 주말을 맞이하여 경상도 사투리를 쓰는 산아줌마, 산아저씨들이 많이 오셨는지, 쉬는 곳마다 떠들썩하다.
한참을 오른끝에 1000 고지 능선에 올라서니, 북쪽으로 얼어붙은 남한강과, 영춘지맥의 삼태산이 보이고, 그 뒤로 송악산이 보인다.
조금 더 진행하여 시야가 트이는곳에 도착하니, 월악산 영봉이 귀엽게 뾰족 튀어나와 있고, 북쪽으로는 치악산, 백덕산이 흐릿흐릿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산세를 보니 북동쪽으로 멀리 보이는 산은 정선의 청옥산-가리왕산인 듯싶다.
산에서 이산, 저산을 알아내면 어떻게 똑같이 생긴 산을 한눈에 알아 볼 수 있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필자가 알아내는 방법은 산세와 지도를 보고 추측하는 것이지, 정확한 것은 아니다.
1000 고지를 넘고부터는 상대적으로 어려지 않게 정상이 바라다 보이는 초원지대 도착한다.
지금은 하얀 눈밭이지만, 봄이오면 초록의 초원과 분홍 철쭉꽃으로 뒤덮일 곳이고, 여름엔 각양각색의 야생화 군락이 펼쳐질 곳이다.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풍경들이다.
[15:30]드디어, 소백산 정상 비로봉에 도착한다. 지난 2003년 겨울, 더불어한길 사람들과 함께 오른 후로, 5년 만에 다시 소백산을 찾았지만, 낯설기보다 익숙하고, 그때 그 사람들이 함께 오른 것만 같은 착각이 든다.
얼마 전 우연히 본 산악인 엄흥길 님의 말대로 '정상은 정복하는 것이 아니라, 잠시 빌리는 것'이지만, 정상 오르면 늘 기분이 좋다. 최고에 올랐다는 기분보다는, 시야가 뻥 뚫리니 가슴마저 뻥 뚫리는 느낌이 좋다.
겨울산행인데도 먼발치에서, 솜다리, 산바람과 간식을 먹고, 사진찍고,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30분을 넘게 웃고 놀다가 아쉽게 하산을 시작한다. 정상에서 너무 많이 놀아, 오후 4시를 훌쩍 넘긴 늦은 시간 이긴 하지만, 중간중간 썰매 타고 내려간다.
누가 저 어른들을 보고, 나이 먹을 만큼 먹은 여자들로 알겠는가 만은, 사실 철들지 않고, 내숭도 없이, 신나게 노는 모습이 더불어한길 여자들의 매력 아니던가?
게다가 그녀들 덕분에 산길 코스가 끝나고, 콘크리트 포장길이 나올 무렵 지나가는 승합차까지 얻어탈 수 있었으니 미워하려야 미워할 수 없는 사람들이다.
[18:20] 매표소 입구까지 승합차를 타고 편하게 내려왔는데, 어제 전화로 예약했던 소백산방은 문이 닫혀있고, 주인아저씨도 안 계신다. 다행히, 주변 마을에서 민박집을 바로 구해서, 하룻밤을 보내기로 했다. 다른 때와 달리 저녁을 먹고는, 별로 얘기도 못하고 모두들 바로 잠들어 버렸다.
산행의 재미중에 하나는 민박집에서 밤늦은 시간까지 이런저런 얘기, 살아가는 얘기를 나누는 것인데, 아쉬웠다.
하지만, 부족하고 아쉬워하는 마음때문에 다음 산행이 기다려지는 것 아니겠는가?
다음날 인삼의 고장, 풍기를 거쳐 각자 사는 곳으로 뿔뿔이 흩어져 떠나간다.
산행지 : 월악산 (충북 단양, 경북 영주)
산행날짜 : 2008년 2월2일~3일
날 씨 : 맑음
산행코스 : 어의곡 - 1000 고지 능선 - 비로봉 - 비로사 - 삼가리
산행시간 : 7시간 (11:20~18:20)
동 행 : 먼발치에서, 솜다리, 산바람, 맑은물
교 통 : 버스
[포토 산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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