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봄에 취해 운악산에서 길을 잃다(2008.4.26)

2008. 6. 30. 00:12산행일기

오랜만에 산을 만나 나홀로 데이트를 하고 왔다.

경기도 가평-포천사이에 있는 운악산에 가서, 연초록 나뭇잎과 새싹, 봄꽃, 맑은 시냇물을 만나고 왔다. 원래 주말 계획은 녹색연합 회원모임을 따라 설악산에 갈 계획이었지만, 일요일에 진보신당의 명랑 봄소풍에 참여하려고, 운악산 산행으로 토요일 일정을 변경했다. 어떤 때는 누군가 같이 산에 가자고 하지만, 정작 내가 시간이 안되고, 또 어떤 때는 같이 산행 할 사람을 찾아보지만, 시간되는 사람이 없다.

 

토요일에 같이 산에 갈 사람을 찾다 실패하여 혼자가기로 마음먹는데, 막상 혼자 갈려니 선뜻 집을 나서기가 쉽지 않다. 무거운 몸과 마음으로 청량리역 버스 환승센터에서 현등사가는 1300번 버스를 탄다. 현등사 주차장에서 내려 눈앞의 운악산을 보니 가슴이 두근두근 거린다. 

운악산은 몇 년 전에 온적이 있는데, 그때는 매표소를 지나 눈썹바위능선을 타고 올랐는데, 오늘은 매표소에서 계곡을 따라 현등사를 지나 정상으로 오르는 코스를 택한다. 매표소를 지나 언덕길을 따라가면 현등사 계곡이 나오는데, 봄을 맞아 시원한 물소리를 내며 살아있다고 얘기하며 흐르는것 같다. 큰 계곡은 아니지만, 폭포와 계류가 어어져 보는 눈과 귀를 즐겁게 한다. 어린 나뭇잎은 제법 연두색을 찾아가고 있다. 현등사를 지나고 산 중턱즘 오르니 진달래가 아직 활짝 피어있다. 올해는 진달래를 못 만나고 봄을 보냈다고 생각했는데, 뒤늦게 운악산에서 진달래를 만난것이다. 절고개를 올라 정상으로 가는 능선길 내내 진달래와 함께 걷는다.

 

능선 중간에 남근석 전망대가 있다. 남근을 닮은것 같기도 별 느낌은 없다. 남근석에서 운악산 정상 동봉에 올랐다가 바로 약 10분 거리에 있는 운악산의 또 다른 정상, 서봉으로 간다. 서봉 정상 남서쪽으로 약 50m 떨어져 있는 전망대에서 조망이 좋아 한참 앉아있는다. 어느산이나 전망 좋은곳이 있지만, 운악산 서봉 옆 전망대는, 전망대 아래로 수십길 낭떠러지로 아찔하지만, 그 아래로 계곡이 부드럽게 펼쳐져 있어 보기 좋다. 

 

이제는 하산 할 시간. 어떤길로 내려갈까 생각하다, 한북정맥 방향으로 조금 가다가 37번 국도가 지나는 운악산 휴게소 방향으로 내려가기로 한다. 몇년 전에 무주채 폭포로 하산한 기억을 되살려 일단 북쪽 원통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을 탔는데, 여기부터 뭔가 꼬이기 시작한다. 무주채 폭포가 있는 계곡으로 하산하는 길을 찾지 못해 계속 능선을 따라 가는데, 중급이상의 릿지구간이 나은다. 게다가 그곳은 오래전에 산악사고가 발생했던 곳이라는 추모판이 붙어 있어, 왠지 오싹함까지 느껴진다. 왔던 길을 되돌아 나오다가, 우회길을 발견하여  릿지구간을 안전하게 지났는데 북쪽방향으로 계속 진행해도 하산길이 보이지 않는다. 아직 저녁은 아니지만 해가 점점 희미해지며 검은 먹구름이 점점 많아 진다.

 

자칫 헤매다가 소나기를 만나면 곤란할거 같아, 길이 없는 계곡 상부를 따라 쭉 내려간다. 급경사면을 지나 큼직큼직한 바위와 원시 숲이 우거진 계곡을 따라 내려가는데, 주위가 더 어두컴컴해지고 빗방울이 후두둑 떨어지기 시작한다. 정말 무엇에 홀린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들어 식은땀이 쭉쭉, 머리가 삐쭉해진다.

다행히 조난을 당할 만큼 높은 험한 계곡은 아니라서 계곡을 따라 내려오니 사람 흔적이 있는 길을 찾았고, 그 길을 따라 내려오니 밭이 나온다. 그제서야 마음이 안정된다. 정말 귀신에 홀렸던것은 아닐까? 하지만,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귀신이라가 보다는 자연앞에서 잠깐 우쭐해 하는 나를 보고, 산신령이 혼내줬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 겸손해 지자.

 

이름없는 골짜기를 따라 계속 내려왔더니 화현면이다. 버스를 타고 포천시내로 가는데, 창밖으로 보이는 검은 운악산을 보니 섬짓한 기분이 든다. 포천시내에서 서울로 돌아오는 버스를 타고 돌아온다.


 산행지 : 운악산  (경기 포천, 가평. 해발 935.5m)

산행날짜 : 2008년 4월 26일

날 씨 : 흐림, 한때 비

산행코스 : 주차장 - 현등사 - 절고개 - 동봉 - 서봉 - 한북정맥 능선 코스 - 이름 없는 계곡 - 일동

산행시간 : 4시간(14:00~18:00)

일행 : 단독산행

교통 : 청량리-현등사 1330 버스, 일동-상봉 시외버스


[포토 산행기]

[신록을 담은 현등사계곡]
[매년 4월말, 신록은 찾아온다]
[노랑괴불주머니?]
[제비꽃처럼 생겼는데, 뭘까요?]
산철쭉
[운악산 현등사]

 

[4월말 운악산 진달래]
[경기도 북쪽이고 산이 높으니 진달래가 늦게 핀다]
[노랑제비꽃?]
[다람쥐]
[현호색? 스머프? 요정?]
[운악산 야생동물의 똥]
[거대한 남근석]
[운악산 정상 중, 동봉]
[운악산 서봉]
운악산 서봉에서 조망
[조난을 기록, 추모하는 현판이 붙어있다]
[검고 음습한 저 계곡을 홀로 내려왔다. 이슬비도 부슬부슬 >0< ]

 

운악산 조팝나무
포천 화현면으로 하산. 논 농사 준비중인 마을.
화현면의 한국 근대스타일 집

 

[현등사에 있던 고목]
[절고개 지나 전망대에서 현리일대와 아기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