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8. 17. 01:13ㆍ산행일기
8월 9일 토요일 아침, 동서울 터미널은 여름휴가를 떠나는 젊은 남녀들로 북적 인다
더위를 피해 혹은 젊음을 즐기기 위해 산으로, 강으로, 바다로 떠나는 사람들과 무관하게, 작년 더불어한길 여름산행이 너무 조촐했기에, 이번에 문경-괴산의 조령산으로 떠나는 이번 여름산행 참가자가 7명이나 된다.
7명의 참가자중에서 우선 서울에서 '함께가자우리, 먼발치에서, 봄날, 나비, 개똥이'가 출발하고, 대전에서 솜다리가 합류하기로 했다. 동서울 버스터미널을 출발한 버스가 휴가차량이 넘쳐나는 중부고속도로에서 조금 지체되긴 했지만, 2시간 여 만에 괴산버스터미널에 우리를 내려준다. 잠시 후 대전에서 출발한 솜다리가 괴산에 도착한다.
괴산 읍내를 흐르는 개천가 둑에 앉아 점심을 먹고 연풍까지 버스를 타고, 연풍에서는 다시 택시를 타고 이화령까지 올라간다. 해발 500미터의 이화령 정상에서 출발하는 산행이 몸은 훨씬 편하긴 한데, 왠지 마음속이 깔끔하지는 못하다. 이화령 아래 두 개의 터널을 뚫고 나란히 달려가는 3번 국도와 중부내륙고속도로, 정부의 중복도로 건설 탓, 건설족의 탐욕 때문이겠지만, 모든 책임을 남 탓만 하기에는 과연 발전과 개발이라는 이름이 안겨준 편안함에 안주해 있는 우리의 잘못은 없는지 되돌아볼 일이다.
이화령 고갯길 정상은 꽤 넓은 주차장이 아직 그대로 남아 있어, 아래 새 길이 건설되기 전에는 이 도로를 통해 차량과 관광객들의 왕래가 꽤 많았을 거라 추측해 본다.
산행시작은 괴산에서 올라온 길이 이화령 주차장을 지나 문경쪽으로 내려가는 부분에서 시작되는데, 고갯길 아래 3번 국도를 보니 왠지 낯이 익다 싶었는데, 지난 5월에 이명박의 운하사기를 알리기 위해, 부산에서 서울까지 운행했던 네발자전거 까발리야호의 여정에 동승했던 구간이 아니던가? 그때 이화령 터널을 지날 때는 옆에 있는 산이 조령산 인줄 몰랐었는데, 불과 3달 만에 이렇게 과거와 현재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시간과 공간으로 이어지는 세상일이란......
산행을 시작하고 한동안은 짙은 초록이 우거진 완만한 숲길을 걷게 된다. 간간이 이화령 아래로부터 불어오는 골바람이 콧등의 땀들을 식혀준다. 완만한 경사의 숲길을 걷다 보니, 어느새 조령샘이 눈앞이다. 사전에 참고했던 산행기에는 갈림길에서 50m를 더 올라가 억새밭 한 가운데 조령샘이 있다고 되어 있었지만, 갈림길에서 5m만 올라가면 길 바로 앞에 샘이 있기 때문에 샘을 찾지 못하고 지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비교적 수량이 풍부한 샘이라서 빈 물통에 물을 채우고, 얼굴이며 흘러내린 땀을 씻고 쉬었다가 정상을 향해 출발한다. 짧은 잣나무 구간을 지나니 넓게 트인 헬기장이 나온다. 저 멀리 문경쪽으로 흘러내리는 골짜기를 비롯하여, 문경새재길, 그 너머 주흘산, 바로 앞의 조령산 정상과 그 위로 여름 하늘 위로 피어오르는 하얀 뭉게구름까지 8월의 날씨는 뜨겁지만, 우리 눈은 시원해진다.
헬기장을 지나 바로 조령산 정상에 오른다. 생각보다 훨씬 빠른 시간에 정상에 도착해서 정상에서 여유를 부리다가 오늘의 목적지인 신선암봉을 향해 출발한다. 그러나 언제든 방심은 금물, 금번 조령산 산행은 조령산 정상을 넘어서부터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할 만큼 험한 난코스가 시작되었다. 신선암봉이 거리로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이화령에서 올라올때와는 달리 급경사 길을 한참을 쭉 내려갔다가 올라오기를 반복하고 로프를 이용하는 구간도 여러 곳 어어진다.
게다가, 조령산 정상까지만 해도 좋았던 날씨가 심상치 않다. 남쪽 하늘에 하얀 뭉게구름이 검은 먹구름으로 변하더니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솟아오른다. 남쪽 하늘에서는 번개가 관측되고 희뿌연 안개구름이 남쪽 능선으로 점점 다가오고 있다. 비가 온다는 예보는 없었지만, 요 며칠사이에 전국 곳곳에 소낙성 집중호우가 내린 터라 아무래도 오늘밤 한바탕 퍼부을 것만 같다.
서둘러 신선암봉을 올라, 일단 비를 피할 곳을 찾고, 그곳에서 하룻밤 머무르기로 한다. 텐트는 없지만, 비닐로 대충 비가림 막을 설치하니 바람도 막아주고 환경친화적인(?) 괜찮은 피난처가 되었다.
하룻밤을 조령산 품 안에서 무사히 보내고 일어나보니 벌써 해가 떠올랐다. 일출을 보지는 못했지만, 어제 저녁의 우중충한 모습과는 달리, 아침햇살을 받은 조령산 일대 산과 산 아래 마을이 유난히 선명하게 보인다.
아침을 먹고 신선암봉을 내려가는 길 또한 어제 조령산 정상에서 내려가는 길처럼 가파르다. 누군가의 말처럼 정말 조령산은 모 아니면 도, 가파른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이 반복되는 것이 특징이라 종주할 때는 애를 좀 먹을 것 같다. 어쩌면 설악산의 공룡능선길 같다고나 할까?
신선암봉을 내려와 안부에서 곧바로 장치바위골로 내려갈 것인지 다음 봉우리를 넘어 치마바위골로 내려갈 것인지 고심 끝에 일행들끼리 토론을 벌였다. 양쪽 의견이 팽팽했지만, 숫적으로는 한 봉우리를 더 넘어가자는 의견이 많았지만, 여름 산행이고 하니 계곡에서 조금 더 놀자는 의견이 합리적이라 계곡으로 하산을 시작했다.
안부 바로 아래에서 시작된 계곡은 나무들이 여름햇살을 모두 가릴 정도로 우거져 있었고, 그 나무에 사는 새와 매미들이 시끄럽게 울어 되고 있다. 계곡 상류에는 귀여운 도롱룡들도 옹기종기 모여 살고 있었다. 시간의 여유를 즐기며 앉아서 쉬며 내려오다가, 마지막 30여분을 남겨두고 등산로가 없는 장치바위골 계곡으로 들어가 보았다. 물이 많이 흐르지는 않았지만, 얕은 폭포와 바닥이 훤히 보이는 맑은 물이 고여있는 소가 형성되어 있었다. 많은 물이 콸콸 흐르는 큰고 깊은 계곡은 아니지만, 오히려 자연 그대로 보존되어 있는 아담한 계곡이 흐르고 있었다.
이 장치바위골이 될지 다른곳이 될지 모르지만, 이명박 일당은 이곳 조령산에 터널을 뚫는다는 황당한 계획을 세웠다가 촛불의 힘이 거세던 6월말 항복을 선언했다. 하지만, 자연은 폐허가 되든 신경 쓰지도 않고, 자연과 더불어 사는 시골 주민들에게는 그저 푼돈 얼마 던져주면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기꾼 일당들은 아직도 운하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못하고, 물밑 추진하겠다는 소리가 공공연하게 들려오는 게 현실이다. 신기루에 불과한 경제성장률이라는 숫자, 경제성장률이라는 귀신에 홀린 이명박과 그 일당들에게 자연은, 이런 작은 계곡은 무엇으로 보일까?
원시림이 우거진 계곡을 빠져나오니 밭이 있고 사람 사는 흔적이 보인다. 아직은 무더운 여름이 끝나지 않아, 많은 사람들이 계곡에 물놀이를 하러 왔다. 우리도 계곡에 자리를 잡고, 여름산행을 끝내고, 여름 계곡 물놀이로 전환한다. 어릴 때 시골에서 물놀이 하던 것처럼 돌멩이를 쌓아 물을 막고 놀다가 오후 2시가 넘어서 아쉬운 발걸음을 돌린다.
새로운 생긴 3번 국도 밑을 지나 새터라는 곳에 와보니, 이곳 역시 지난 5월에 운하반대 까발리야호를 타고 지나갔던 곳이었다.
그때는 운하반대 운동을 위해, 지금은 일에 지쳐 휴식을 위해 찾은 이곳, 서로 다른 성격같지만, 그때 운하반대 목소리를 내지 않았더라면 지금 그나마 이 정도의 여유를 얻기 힘들었을지도 모른다. 비록 지금 당장 자신의 이익을 빼앗아 가지는 않지만, 언젠가는 반드시 자신의 이익을 침해하는 것. 비단 환경문제뿐만 아니라, 사회의 모든 문제가 그런 것 같다.
우리가 더불어함께 살아가는 세상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며, 수안보를 거쳐 서울로 돌아온다.
산행지 : 조령산 (충북 괴산, 경북 문경)
산행날짜 : 2008년 8월 9~10일
날씨 : 대체로 맑음
산행시간 :
산행코스 : 괴산연풍-이화령-조령샘-조령산정상-신선암봉-안부-장치바위골-새터-수안보
일행 : 7명 (함께가자우리, 솜다리, 먼발치에서, 봄날, 나비, 개똥이 , 맑은물)
교통 : 동서울-괴산-연풍(버스)-이화령(택시)/ 새터-수안보(택시) - 동서울 (버스)
[포토 산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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