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11. 10. 01:25ㆍ산행일기
추석이 지났는데도 더위가 이어지는 9월 어느 날, 호랑이 울음소리라는 뜻을 가진 경기도 가평의 호명산을 찾았다.
청량리 환승센터에서 1300번 버스를 타고, 청평버스터미널에 내려 호명산을 바라보며 방향을 잡고, 산행 들머리를 찾아간다. 청평시내에서 경춘선 철길, 청평성당을 지나고, 아직 텐트를 치는 사람들이 있는 유원지를 지나니 상천천이 나타나다.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징검다리를 건너 논길을 지나 산행안내판을 만난다.
산행안내판을 지나면서 바로 시작되는 오르막길은 청평호가 내려다 보이는 쉼터에서 잠시 평지를 만들다가, 다시 정상까지 오르막길이 이어진다. 계속 오르막길이 이어져서 그런지, 청평 쪽에서 바라보는 것과 달리 정상이 더 높게 느껴지고, 힘이 많이 든다.
청평 버스터미널을 출발한 지 1시간 30분 만에 사방이 트인 정상에 도착한다. 특히, 청평읍과 조종천이 흐르는 서쪽으로는 장애물이 없어 가평의 여러 산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남서쪽의 깃대봉-은두봉으로 이어지는 능선, 북서쪽으로는 청우산-대금산-연인산, 명지산, 화악산, 운악산이 조망되고, 남쪽 북한강 너머로 화야산과 뾰루봉이 조망된다. 날씨가 아주 맑다면 용문산도 보일 텐데, 찾기가 쉽지 않다.
정상에서 나홀로 많은 시간을 보내고, 북쪽 능선을 따라 호명호 쪽으로 향한다. 북쪽능선길은 경기도 주변의 산들과 크게 다르지 않고, 험하지도 않다. 4시 30분쯤에 만난 아저씨들이 호명호까지 1시간 20분이 걸릴 것이라고 한다. 시간은 이미 4시 20분, 발걸음을 재촉한다.
아직 철조망과 철문이 있는 장자터고개를 지나, 오르막길을 오르니 바로 호명호수가 눈앞에 있다. 이제 시간은 5시 20분, 여유가 있다.
호명호는 원래 양수발전용으로 건설된 인공호수인데, 오랫동안 일반인들에게는 개방되지 않다가, 올해(2008) 여름부터 가평군에서 관광을 목적으로 개방하는 곳이다. 호수를 따라 각종 야생화를 심고 공원으로 가꾸어 놓아서 인지, 많은 사람들이 공원에서 쉬고 있다. 호수를 절반이상 따라 돌다가, 차 시간이 되어 버스를 타고 내려간다.
산을 다 내려와서 한 무리의 어르신들이 버스를 타고 청평까지 같이 가는데, 아직도 금강산댐, 평화의 댐을 얘기하고, '이명박 대통령'에게 기대하는 게 많다고 한다. 불쌍하기도 하지만, 현실적으로 대한민국의 발전에 아무런 도움이 안 되는 30년 전의 생각과 삶을 사는 사람들, 정권을 잡고 사권력을 휘두르기 위해 일부 무리가 만들어 놓은 범죄행위다. 흘러간 테이프는 늘어지기라도 하는데, 이 어르신들의 테이프는 늘어지지도 않고 잘만 돌아가고 있다.
기분 좋았던 호명산 산행, 씁쓸한 호명호와 어르신들의 말들과 함께 청량리역가는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온다.
산행지 : 호명산(경기도 가평, 632.4m)
날짜 : 2008년 9월 일
날씨 : 맑음
산행코스 : 청평터미널-조종천 징검다리 - 쉼터 - 호명산정상 - 기차산 정상 - 호명호 - 청평터미널
산행시간 : 3시간 40분(14:30~18:10)
일행 : 단독산행
교통 : 청량리-1330번-청평터미널, 호명호-군내버스-청평터미널, 청평터미널-1330번-청량리
[포토 산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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