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12. 1. 01:14ㆍ산행일기
충청남도에는 산이 많지 않아서, 충청남도 산으로 떠날 일이 많지는 않다.
충청도 산은 계룡산과 서산에 있는 팔봉산, 도비산을 찾은 적이 전부인데, 충청남도로 떠나는 네 번째 산행으로 억새가 유명한 홍성의 오서산을 정했다.
이른 아침 용산역에서 장항선 기차를 타고 충남 홍성의 광천으로 향한다. 덜커덩 덜커덩 2시간여를 달린 기차가 광천에 도착한 시간은 오전 10시 20분. 작은 역사를 나오니, 충청도의 작은 읍내가 기다리고 있다.
버스터미널 가는 길 옆으로 늘어선 새우젓과 김을 파는 상점들, 새우젓 시장을 보고 나서야 여기가 토굴 새우젓으로 유명한 광천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린다. 터미널에 도착하니 마침 10시 50분에 오서산 주차장까지 운행하는 버스가 있다. 광천읍내를 벗어나 10여분을 달린 버스는 오서산 주차장에 우리를 내려놓는다.
주차장에서 바라본 오서산은 억새와는 거리가 먼 육산일 뿐인데, 정상 부근에는 억새밭이 펼쳐져 있다고 하니, 정상을 향해 출발한다. 담산 마을을 지나 숲길을 따라 걸으며, 정암사 까지는 힘들이지 않고 올라간다. 하지만, 정암사를 지나고부터는 된비알이 시작된다.
비탈길에 지쳐갈 무렵, 저 멀리 서쪽 뜰과 굽이치는 개천의 풍경이 눈에 들어와 더 높이 올라가 보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가파른 오르막길이 끝날 무렵 드디어 하얀 털 꽃이 핀 억새가 나타난다. 팔각정이 있는 곳까지 계속해서 바위와 억새가 이어지고, 저 멀리는 서해바다가 눈에 들어온다. 오서산 줄기는 충남의 너른 들판과 이어지고, 들판은 바다로 이어진다. 바다는 다시 가을 하늘과 이어지니 하늘, 산, 바다가 만나는 곳이 바로 이곳이 아닌가 싶다. 팔각정을 지나고 정상까지는 30분을 더 가야 하지만, 시간 관계상 팔각정 옆의 제2 정상석까지만 갔다가 돌아온다.
팔각정을 등 뒤로 하고 올라왔던 길을 내려오다가, 오른쪽(서북서)으로 빠지는 길을 따라 담산 마을로 바로 내려오는 길을 택한다. 충남의 제2 산인 오서산은 해발고도는 791m지만, 낮은 곳에서 시작해서 표고차는 큰 편이다. 올라갈 때도 힘들게 올랐는데, 내려오는 길도 만만치 않게 가파르고 길다. 임도를 만나서 거의 다 내려온 줄 알았더니, 한참을 더 내려와야 한다. 다행히, 산행을 끝내자마자 마을이 나타났는데, 어딘가 했더니 올라갈 때 지나쳤던 담산 마을의 한가운데다.
마을을 빠져나와 주차장 도착했으나, 광천읍내까지 나가는 버스가 없어 잠시 방황하고 있었는데, 산행을 마친 친절한 부부를 만나 광천 읍내까지 태워주신다. 광천읍내에서 지역 특산물인 광천 토굴 새우젓과 돌김을 사고 장항선 새마을호에 피곤한 몸을 맡긴다. 하늘거리는 억새꽃이 추억의 한 페이지에 새겨진다.
산행지: 오서산(충남 홍성)
날 짜 : 2008.9.27
날 씨 : 맑음
산행코스 : 상담주차장-정암사 - 억새밭- 팔각정- 제2정상 표지석 -팔각정 -담산 마을 -상담 주차장
산행시간 : 5시간 35분 (11:25~17:00)
일 행 : 맑은물과 친구
교 통 : 용산-광천(장항선 / 약 2시간), 광천-용산(장항선)
[포토 산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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