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 찾은 의왕 백운산-바라산(2008.10.19)

2008. 12. 28. 23:54산행일기

오랜만에 더불어한길 '매달 셋째 주' 정기산행을 했다.
깊어가는 가을에 맞게 경기도 가평-포천의 깊은 산으로 떠나고 싶었지만, 그동안 함께 산행할 기회가 없었던 '행복한바다'님을 위해, 모두의 접근이 쉬운 백운산-바라산을 가기로 했다.

 

'일요일 아침 10시30분. 인덕원역 2번 출구. 시간 엄수!'라는 경고성(?) 공지글을 올린다. 다음날 아침 인덕원역에 조금 늦게 도착하여, 미안한 마음으로 2번 출구로 나간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인덕원역 2번 출구에는 아직 아무도 없다. 연락을 돌려보니 4번 출구쪽에 있는 호~옹과 행복한바다님이 기다리고 있다. 오늘 산행 할 셋이 2번 출구 밖 버스정류장으로 이동하여 백운호수 가는 버스를 탄다.

백운호수로 가는 버스는 새로 생긴 청계골 입구 아파트 단지를 한 바퀴 돌아 나온다. 낮은 구릉지대였던 청계골 입구에는 몇 년 사이에 아프트 단지가 들어섰다. 서울의 답답한 아파트 숲과 달리 건물 사이 공간도 충분하고, 단지 한가운데로 청계산천이 흐르는 등 상대적으로 깨끗한 환경이지만, 아파트 단지를 보면 답답한 마음이 생긴다.

 

백운호수를 돌아 삼거리 버스정류장에서 내린다. 바라산과 백운산 사이 고분재로 향하다가 잠시 길이 헷갈려 백운산으로 산행을 시작하고 말았다. 다행히 이 길로 숲속 저택을 지나 백운산으로 오르는 길은 2007년 1월에 더불어한길 개똥이와 올랐던 길이다.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며 길을 찾아간다. 사유지라는 안내판이 붙은 저택 앞에서 왼쪽 임도 방향으로, 다시 오른쪽 등산로를 따라 오르면, 등산로가 나올 것이다.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길이 아니라 등산로가 희미하지만, 서울 근교의 작은 산에서는 길을 잃을 염려는 없다. 산에 부담이 되는 넓은 등산로 대신 희미한 등산로면 충분하다는 생각이 든다. 결혼 후 엄마가 되어 오랜만에 산행에 나선 호~옹, 근처 의왕에 살면서도 백운산 산행은 처음이라는 '행복한바다' 모두 작은 오솔길을 좋아한다.

 

가뭄에도 불구하고 단풍나무 잎이 붉게 물들어 있어 가을 산행 느낌이 난다. 희미한 오솔길을 따라 계속 오르니 고분재에서 이어지는 백운산 주능선을 만난다. 이 능선은 서울의 청계산에서부터 수원 광교산까지 이어지는 긴 등산로인데, 서울 근교의 산길 치고는 등산객이 많지 않아, 언제 와도 조용한 산행을 할 수 있다.

 

주능선을 따라 30분 정도 올라, 백운산 정상에 도착한다. 더불어한길 사람들과 가장 많이 찾은 산 가운데 하나가 백운산인데, 가을에 오른 것이 이번이 처음이다. 최근 가뭄이 지속되고, 오늘은 맑은 날인데도 연무가 심해서인근 북서쪽의 모락산은 물론, 의왕-군포 일대의 조망, 산봉우리는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맑은 날에는 수리산부터 시작해서, 서쪽 멀리 시화호까지 보이곤 했는데, 백운산을 처음 오른 행복한바다님이 이 뿌연 조망에 아쉬워할 것 같다. 

 

백운산 정상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올라왔던 방향으로 되돌아 고분재로 내려온다. 여기서 백운호수로 바로 하산할 수도 있는데, 오늘 계획했던 바라산에 올랐다가 바라산재로 하산하기로 한다. 호~옹과 행복한 바다도 백운산만 올랐다 내려가면 시시할것 같다고 하여 바라산을 넘어 이후 일정을 결정하기로 하고 출발한다. 단숨에 바라산 정상에 오르니, 백운호수가 시야에 들어온다.

 

바라산에서 가파른 길을 내려와 바라산재에 도착한다. 바라산재를 지나 국사봉과 바라산 사이에 있는 발화산(우담산?)을 넘는 것이지만, 오늘은 여기까지 산행을 하고, 내려가기로 한다. 계곡을 따라 내려가다 보니, 가뭄인데도 물이 고여있는 곳에는 작은 물고기들이 살고 있다. 계속 가뭄이 이어져서 비가 안오면, 이 어린 물고기들은 어떻게 될까?

길지 않은 계곡을 따라 내려와 식당과 찻집이 있는 마을로 나온다. 오늘 걸었던 백운산에서 바라산까지 능선길이 제법 길어 보인다. 호~옹과 행복한바다님은 등산로가 무난해서 괜찮은 산행이었다고 평한다. 오늘따라 호~옹은 조금 뒤쳐지기도 했지만, 늘 자신의 속도를 유지하며 산행을 한다.

 

어쩌면 삶의 방식과 산행의 방식이 비슷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치밀한 산행 계획을 세우는 사람은 인생도 계획도 치밀하게, 늘 자기 페이스를 유지하는 사람은 인생에서도 흔들림 없이 자기 페이스를 유지하는 것 같다.
산에 대해서 사전 조사를 하되 대충대충 하고, 새로운 산을 좋아하는 나는 어떤 인생을 살아가는 것일까? 아직 좌충우돌 하며 내가 가야 할 길을 찾지 못하고 있지만, 일단 부딪혀 보자는 게 어떤 면에서는 좋을 수도 있다며 마음의 위안을 삼는다.

 

백운호수를 돌아, 모락산 보리밥 마을까지 걸어 저녁을 먹고, 행복한바다님 집 근처에서 2차 뒤풀이를 하고 헤어진다. 화려한 단풍과 은빛 억새는 없었지만, 사람 사이의 훈훈한 정을 느낀 산행이었다.


산행지 : 백운산, 바라산 (경기도 의왕)

날짜 : 2008년 10월19일

날씨 : 맑음 (연무 심함)

산행시간 : 12:00 ~16:30

산행코스 : 인덕원역- 백운호수- 학의 삼거리- 저택- 백운산- 고분재- 바라산- 바라산재- 학의 삼거리

일행 : 호~옹, 행복한바다, 맑은물

교통 : 전철 4호선 인덕원역-백운호수 (마을버스, 시내버스 이용)


 [포토 산행기]

[이런 이름이 기억안나네....기억력 퇴보 ㅜㅜ]

 

[백운산 오르는 숲길. 좋다]
[나무들의 적록청흑 무지개연대]
[나무들의 적록연대]
[여기도 억새]
[쑥부쟁이도 피었다]
[이야 가을이다~]
[바라산정상-바라산재 구간은 쫌 가파르죠]
[도토리는 다람쥐게 맞는데, 산림절도죄는 좀 무섭군요.]
[바라산 계곡의 졸졸 시냇물]
[멍멍아 입 찢어지겠다]
[가을 - 낙엽씨]
[가을 - 해바라기씨]

 

[백운호수에서 계원조형예술대로 이어지는 새길]
[파전과 도토리묵. 어라, 동동주잔이 비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