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산행 시~이~작! 인천 계양산(2009.1.1)

2009. 1. 10. 11:53산행일기

최근 몇 년간 새해 첫날(첫 주) 신년산행이 빼먹을 없는 연례행사가 되었다. 올해도 여러 다른 일을 제쳐 놓고 더불어한길 사람들과 산에 가기로 하고, 가까운 계양산을 찾았다.

더불어한길 신년 산행 일정은 1박 2일로 진행되는데, 한해의 마지막 날을 함께 떠나보내고, 한 살 더 먹은 새해 첫날 아침 산에 오른다.

일출을 보자는 의견도 여러 번 있었고, 실제 일출을 보려는 시도를 안해본건 아니지만, 오랜만에 만나 밤늦게, 아니 새해 첫날 새벽녘까지 이야기하며 놀다가 일출산행은 한 번도 성공한 적이 없다.

 

예전의 즐거웠던 기억을 되살리며, 올해는 인천에 사는 '포비-너구리'의 집으로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함께 산행을 다니던 포비-너구리는 어느새 딸아이의 부모가 되어, 아기를 돌보고 있다. 아직 인생의 절반도 살지 않은 사람들이 가는 세월을 얘기하며, 지난 회상에 빠져있기에는 이른 감이 있지만, 풋풋하던 20대 초반 포비가 엄마가 된 걸 보면, 시간이 빠른 건 맞는 거 같다. 시끌벅적 노는 가운데서, 새해에는 빠른 세월을 좀 더 아껴 써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제야의 종 카운트다운을 할 때만 해도, 다음날 일출산행에 대한 의지가 충만해 있었다. 하지만, 현실은? 아침에 떡국을 끓여 먹고, 느긋하게 늦은 산행을 시작한다. 포비-너구리 부부는 집에 남고, 함께가자우리, 봄날, 나비와 함께 계양노동복지회관(?) 부근에서 산행을 시작한다. 약수터로 내려섰다가 다시 계단을 따라 하느재에 오르니, 계양산 골프장 건설에 반대하는 인천녹새연합, 진보단체 회원 두 분이 이 겨울에도 노천농성을 하고 계신다. 계양산 골프장 뉴스가 조금 뜸해서, 해결된 줄 알았는데, 롯데그룹은 아직도 인천시민의 소나무 숲을 밀어내고 골프장을 지으려 하나 보다. 즉석에서 약간의 후원금과 지지서명을 남기고 계양산 정상을 향해 움직인다.

 

1월 1일, 날씨는 쌀쌀하지만 겨울 가뭄 때문에 눈이 내리지 않아 겨울산행의 분위기는 없다. 바짝 마른 산과 산을 둘러싼 도시에서 황량함만이 느껴진다. 계단을 따라 올라갈수록 내려다 보이는 부평-부천 분지의 건물 숲은 희뿌연 매연에 휩싸여 있다. 경기가 살아나 부평 자동차 공장이 다시 가동된다고 한들, 그래서 누군가의 억울함을 풀어주고 일자리가 유지된다고 한들, 건물숲을 더 높게 만들려는 탐욕을 제어하지 못한다면, 도시의 건물은 나무처럼 점점 높아지고, 결국에는 공상과학영화 속의 폐허도시로 마무리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부동산 욕망을 자극하는 사회에서 벗어나 푸른 하늘과 초록 숲, 맑은물과 푸른 논밭에서 여유롭게 살아갈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할 텐데, 부동산 건설 괴물이 지배하는 한국은 지옥의 문을 향해 한걸음 한걸음 나가고 있는 것 같다. 계양산 골프장도 결국은 롯데의 부동산 욕망과 연결되어 있을 것이다. 

정상방향으로 더 올라가니 북쪽으로 경인수로(운하?) 공사현장이 보인다. 한남정맥이 싹둑 잘려서, 김포반도가 거대한 김포섬이 되고 있는데도, 다수 김포시민들은 경인수로를 적극적으로 반대하지는 않는다. 이명박 정권이 들어선 뒤로 난개발이 더 심해지고 있다. 한남정맥이 잘려 나가고, 백두대간이 잘려 나가고, 아름다운 국토가 여기저기 잘려나가고 있다. 

 

인간이라면 아무리 먹고 살기 힘들어도, 신체를 팔아서 연명할 수는 없듯이, 경제지표(숫자)가 어렵다고 해서 산과 강을 난도질 한 권력, 아니 문명은 오래 지속되지 못했다. 심각한 문제가 예상되어도, 일부 시민들은 환경문제조차 이념적인 문제로만 바라보고 있으니, 답답할 따름이다. 기분 좋자고 오르는 계양산 주변이 너무 많이 파헤쳐 져서 답답함이 많이 쌓인다.  

 

계양산 정상에 오르니 많은 인천시민들이 신년산행으로 계양산을 찾아 삼삼오오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우리도 정상에서 이쪽저쪽 둘러보고는 한쪽에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다가, 방송탑 옆을 돌아 북쪽 능선으로 내려간다. 내친김에 골프장으로 위협받고 있는 계양산 소나무숲까지 달려가려 했으나, 송전탑에서 계양산 아랫길을 따라 하느재로 돌아왔다.

 

골프장 반대 농성장 옆을 지나, 육각정을 거쳐  새해 첫날 산행을 마친다.

경기침체를 빌미로 이명박 정부의 발악이 예상되는 한해, 산에 갈 여유가 생길지, 주말마다 거리로 나서야 하는 상황이 더 많이 생길지....

맑은 물은 흐르고자 하나, 인공 수로가 이를 막으니 어이하리오?


산행지 : 계양산 (인천)

날짜  : 2009년 1월1일

날씨 : 맑음

산행코스 : 노동복지회관-약수터-하느재-정상-솔밭갈림길-하느재-육각정-노동복지회관

산행시간 : 2시간 30분(12:30~15:00)

일행 : 함께가자우리, 봄날, 나비, 맑은물

교통 : 승용차 이용(대중교통은 인천지하철 계산역 이용)


[계양산 포토 산행기]

[하느재에서는 골프장 반대 릴레이 단식농성중인 환경, 사회단체 회원들]

 

 

[시민들 고생시키지 말고, 지자체에서 딱 부러지게 골프장 반대할 순 없나?]
[골프장대신 시민과 생명의 쉼터를! 당연한 얘기 아닌가?]

 

[장난감 같죠? 경인수로 만드는데도 저렇게 많이 파헤치는데, 운하 만들면 국토는 완전 너덜너덜]

 

[한남정맥 계양산 구간. 인천 계양구-서구 방향 산인데, 참 좋습니다]

 

[산이 없는 인천 부평, 부천 방향, 희뿌연 스모그에 사람사는 곳이 아니다]

 

[저곳이 한남정맥 구간인데, 경인수로 공사로 완전히 끊어졌다]

 

[육각정 부근에서 계양산 정상쪽]

 

[김포공항 방향]

 

[계양산 전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