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산 서인봉을 다녀오다(2008.10.04)

2008. 12. 28. 21:19산행일기

회사를 그만 둔지 어느새 한 달이 훌쩍 지났다.

 

몇 년 만에 일을 그만두고 쉬는 것이라서, 처음에는 이런저런 계획이 많았지만 막상 회사를 그만두고 보니 계획한 대로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지 못하고 있다. 이런 이유 중에 하나는 이전 회사에서 아직 퇴직금 등 체불금품을 지급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전 회사와 체불임금 실랑이를 벌이며 의미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었는데, 광주에 사는 더불어 한길 친구와 후배에게서 연락이 왔다. 개천절 연휴 때 한번 내려와서, 무등산에 가는 게 어떻냐고 해서 흔쾌히 수락하고, 광주에 내려갔다.

 

밤늦은 시간 광주에 도착해서, 터미널까지 마중나온 '하나사랑'의 차를 타고 '오직한길'의 집으로 갔다.

오직한길은 지난여름에 덕유산 자락에서 봤으니, 2달여 만에 보는 것이지만, 하나사랑은 갑자기 광주로 내려갔기에 한 2년 만에 보는 것 같다. 오직한길의 집에는 주말에 지리산에 다녀온 '먼발치에서-은빛날개'가 이미 도착해서 오직한길의 4살 배기 딸 '명'하고 놀아주고 있었다. 뒤늦게 푸짐한 저녁을 먹고, 이야기 자리는 밤늦도록 이어졌고, 새벽녘이 되어서는 '희망에반하여'도 서울에서 도착했다.

 

다음날, 하나사랑, 먼발치에서, 은빛날개, 희망에반하여와 함께 무등산으로 향했다. 버스를 타고, 증심사지구 주차장까지 가는데, 빛고을 답게 '태양광 발전기'가 가끔 눈에 띄었다.

증심사 지구는  계곡 윗쪽에 있는 음식점 등의 시설을 주차장 아래로 이전하는 공사를 하고 있었다. 계곡 복원은 좋은데, 이를 빙자하여 온천등 난개발 계획이 있어 광주지역 환경단체에서 반대 서명을 받고 있다. 가볍게 서명 동참.

요즘은 전국 어디에 가나, 지역개발이라는 이름으로 자연을 파괴하고 착취하는 일이 넘친다. 자연착취 난개발 대표가 청와대에 앉아 있으니, 영남이든, 호남이든, 강원이든, 제주도든 지방의 토건 사기꾼들은 살맛이 났나 보다.

 

시끄러운 포크레인 엔진 소리를 뒤로하고, 무등산 안으로 들어간다. 증심사 갈림길이 나왔지만, 우리는 새인봉 방향으로 계곡을 따라 올라간다. 음식점들이 꽤 깊은 계곡까지 자리 잡고 있어서, 정리가 필요하긴 하다. 딱 거기까지만 하자.

계곡에는 가뭄에 수량이 적어 물웅덩이마다 물고기들이 수십 마리 많은 곳은 수백 마리가 모여있다. 하루빨리 비가 좀 내려야 물고기들이 살 텐데 앞으로 어떤 운명을 맞게 될까?

 

계곡을 따라 약사암까지 포장된 도로가 계속 이어진다. 호젓한 계곡 산행길을 기대했던 사람들에게는 조금은 당황스러울 정도로 도로는 오랫동안 이어진다. 신라시대 때 세워져서 1000년이 넘었다는 약사암 입구를 지나고, 아직은 초록이 우거진 숲 속의 흙길로 접어드니 기분이 한결 상쾌해진다.

 

어제 지리산 천왕봉에 다녀온 은빛날개는 기력이 빠져서 힘들어하는데, 함께 다녀온 먼발치에서는 아직 생생하다. 누구는 지리산 정기를 받아오고, 누구는 지리산에 정기를 빼앗기고 온 것 같았다. 새인봉 삼거리를 지나 중머리재가 얼마 남지 않아서는 사람들 사이의 간격이 너무 많이 벌어지게 되었다. 나는 홀로, 서인봉(해발 608m)에 올랐다. 이름은 봉우리지만, 중머리재 가는 길에서 가장 높은 언덕이었다.

 

중머리재를 바로 앞에 남겨두고, 쉼터 벤치에 앉아서 중봉을 올려다보며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입에 물고는 억새밭을 배경으로 사진 기록을 남긴다. 중봉 뒤로 서석대, 입석대 등이 있다고 하는데, 생각보다 산세가 웅장해서 한눈에 들어오지는 않는다.

주상절리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서석대와 입석대는 다음 기회에 찾아보기로 하고, 오늘은 중머리재에서 발걸음을 돌린다.

 

바위 숲길을 내려오니 400년이 넘은 당산나무가 기다리고 있다. 당산나무를 지나 증심사 앞을 지나니, 올라갈 때 지났던 길이 나온다. 주차장까지 돌아오니, 시간이 벌써 3시가 되었다. 짧은 코스인 줄 알았는데, 중머리재까지만 다녀왔는데도 3시간이 넘게 걸린 것이다.

버스를 타고, 광주 시내로 돌아왔지만, 아쉬워하는 오직한길의 안내로, 광주역 음식거리에서 오리고기로 몸보신을 하고, 담양의 소쇄원에 들러 대나무의 곧은 기운을 받고 서울로 올라왔다.

 

산행 반, 여행 반의 광주 일정, 다음에는 광주에 들렀다가 영암의 월출산을 찾아가야겠다.


산행지 : 무등산 서인봉(광주, 608m)

산행날짜 : 2008년 10월 4일

날 씨 : 맑음

산행시간 : 3시간 30분 (11:30~15:00)

산행코스 : 증심사 주차장 - 증심사 갈림길 - 약사사 - 새인봉삼거리 - 서인봉 - 중머리재 - 당산나무 - 증심사 - 주차장

일행 : 5명 (희망에반하여, 하나사랑, 먼발치에서, 은빛날개, 맑은물)

교통 : 광주(고속버스), 시내에서는 시내버스


[포토 산행기]

[오직한길 집에서 저녁만찬]
[자~ 어디까지 올라갈까?]

 

 [오랜만에 만난 사람들]

 

[잊혀진 멜라민 파동]
[물은 적고, 고기는 징그럽게 많다. 지구는 좁고, 사람은 많다. ]
[누리장나무, 인생을 누리장!]
[곧은 나무와 쉼터]
[약사사]
[이번 산행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였던 서인봉, 해발 608미터]
[주상절리가 보이는 입석대인가?]
[억새 뒤로 왼쪽으로 중봉과 멀리 천왕봉이 보인다]
[중봉을 배경으로 쉬는 사람들]
[오늘의 반환점, 중머리재]
[흐릿하지만, 광주시내가 보인다]
[하산길은 이렇게 험하게 생겼음~]
[400년이 넘은 당산나무]
[증심사 일부분]
[조계종 문빈정사의 조중동 절독 광고]
[담양 소쇄원의 대나무]
[담양 소쇄원]
[중머리재에서 바라본 화순 방향 산군들 / 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