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고 푸른 밤골계곡이 있는 동두천 마차산(2008.7.27)

2008. 7. 31. 22:45산행일기

회사 사정상 원하는 날짜에 여름휴가를 갈 수 있을지 모르고, 더불어한길 여름산행이 8월 9일로 예정되어 있어, 미리 여름산을 찾게 되었다. 경기도 동두천의 마차산, 널리 알려진 산은 아니지만, 서울-경기도의 산을 찾는 마니아들에게는 소요산과 감악산 중간쯤에 있는 산으로 익숙할 수도 있는 산이다.

 

일요일 문래동 집을 나서 경기 북부로 향하는 전철을 타고 소요산 역에 내린다. 소요산역에 내린 사람들 대부분은 소요산 방향으로 향하고, 나홀로 반대쪽 마차산 방향의 소요교를 건넌다. 주중에 며칠 동안 늦은 장맛비가 내려서 한탄강 상류 신천은 웬만한 강만큼 많은 물이 흐른다. 소요교를 건너 조용하고 아기자기한 상봉암마을을 지나, 오늘 산행의 시작점인 밤골로 향한다.

 

밤골계곡은 평소에 수량이 적었을것 같은 작은 계곡이지만, 높은 산 계곡처럼 시원한 물을 흘러 보내고 있고, 계곡 양옆으로는 도시의 더위를 탈출한 사람들이 자리를 펴고 쉬고 있다. 여름을 씻어내리는 시원함이 흐르는 계곡을 뒤로하고, 능선길에 오르니 장마철에 부쩍 자란 풀들이 어지럽게 등산로를 덮고 있다. '자연스럽다'라는 말에 어울리는 산길이었지만, 반바지를 입은 다리에는 생채기가 나고 말았다.

 

댕댕이고개를 올라서면 마차산 정상까지길은 참나무 숲길이 이어진다. 흐렸던 날씨가 개면서 매미소리는 높아지고, 습한 숲길을 걷노라니 온몸이 다 젖는다. 마차산 북쪽 골짜기 높은 곳까지 무슨 공사를 하는지 중장비가 굉음을 내며 무더위에 힘들어하고 있다.

 

작은 헬기장을 지나 조금 더 오르니, 예전에 군부대가 있었다는 마차산 정상에 도착한다. 정상에서 주위를 둘러보니, 서쪽의 감악산은 나무 사이로 조금 보이고, 동쪽 소요산은 동두천 시내 너머에 솟아있는데, 옅은 산 안개로 조망이 선명하지는 못하다.

조망 보러 정상 올라오는것은 아닐 터이지만, 먼 조망을 바라보면 마음이 뻥 뚫리는 것은 사실이다. 아쉬운 마음이다. 마차산 정상의 남동쪽 능선은 낭떠러지로 한번 뚝 떨어진 후에 신천으로 가라앉는 지형인데, 이를 바라보니 내 마음도 능선처럼 아래로 가라앉는 느낌이다.

 

정상에서 30분 가량 머무르며 쉬었지만, 다른 등산객을 만나진 못하고 하산을 시작한다. 남쪽으로 내려가는 능선이 처음에는 가파른 길이었지만, 이내 부드러운 산길로 이어진다. 길이 부드러워졌지만, 멧돼지들이 등산로를 여기저기 파헤쳐 놓아서 혼자 걸으려니 등골이 오싹해진다.

혹시나 모를 상황에 대비해서 한손에 돌멩이를 들고, 다른 한 손에는 나무 작대기를 들고 걸음을 재촉한다. 기도원이 보이는 곳까지 내려오니 긴장이 풀리고, 긴장이 풀리니 땀이 비 오듯 쏟아진다. 정상에서 내려오는 동안 사람은 전혀 만나지 못했기 때문에, 기도원 옆 계곡에 들어가 나무꾼 목욕을 하니 비로소 기분도 상쾌하고, 두려움도 사라진다.

기도원을 지나니 마을이 나온다. 신흥고등학교를 지나, 신천을 지나는 다리를 건너 동두천역에서 전철을 타고 서울로 돌아온다.

 

마차산은 사람이 많이 찾지 않는 조용하지만 깊은 산이다. 맑고 깨끗한 느낌의 남양주 은두봉과 친구해도 좋을 산이다.


산행지 : 마차산 (경기도 동두천)

날 짜 : 2008년 7월 27일

날 씨 : 흐린 후 갬

산행시간 : 3시간 20분(14:40~18:20)

산행코스 : 소요산역-소요교-밤골-댕댕이고개-마차산정상-미디안기도원-신흥고등학교-동두천역

일 행 : 1인 산행

교 통 : 1호선, 국철 이용


 [포토 산행기]

[물이 많이 불은 한탄강 상류]

 

 

 

[현위치-골프연습장-댕댕이고개-마차산정상-기도원삼거리-미다안기도원-신흥중고-동두천역]
[산아래 마을 아이들]
[마차산 아래 마을]
[어느 집 텃밭의 도라지]
[홍수시 토사를 대비한 사방댐 공사중]
[녹색 마차타고 마차산으로~]
[아 이게 도대체 몇단으로 이뤄졌단 말인가?]
[걷기는 힘들지만, 초록덮개 억새풀이 무럭무럭 잘 자라고 있다]
[그대 모습은 보라빛 싸리꽃]
[드디어 댕댕이고개까지 올랐다. 마차산 정상은 얼마 남지 않았다]
[마차산 정상의 잠자리]
[해발 586m 인가? 정상이다~]
[동쪽의 소요산 ]
[하산길의 커플 버섯]
[꽃가루는 누구 차지? 나눠 먹을까? 원추리는 누가 됐든 성공]
[어떤 야생동물의 흔적]
[하산길의 시원한 물줄기]
[신흥마을에서 되돌어본 마차산]
[동두천 신천의 신흥교]
[마차산 정상에서 본 동두천시와 남쪽 전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