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1. 27. 01:19ㆍ산행일기
대전의 솜다리가 산행을 위해 서울에 올라왔다.
멀리 대전에서 올라왔는데, 전날 늦게까지 새로운 진보정당을 준비하는 사람들과 술을 마셔서 늦고 말았다.
당고개역에서 만나 매운짬뽕으로 어지럽혀진 속을 풀고, 마을버스를 타고 덕능고개에 내려 산행을 시작한다.
덕능고개는 작년 가을에 불암산을 오를때도 왔던곳으로 여기서 남쪽은 불암산, 북쪽은 수락산이다.
덕능고개에서 북쪽으로 군부대 철망을 따라 산행을 시작하면서, 얼마전에 봤던 영화 '우리생애 최고의 순간'에 대하여 얘기를 한다.
영화 장면중에 '일하는 여성, 어린 아이가 있는 일하는 여성'의 고충에 대해 얘기를 나누며, 임순례 감독이기에 그런 장면이 포함됐을 것이라는 얘기를 한다. 일하는 문제(노동)와 교육, 여성의 문제, 보통사람들의 문제로 이어지더니, 자연스럽게 이번에 새롭게 창당을 준비하고 있는 새로운 진보정당 얘기까지 다다른다.
새로운 진보정당에 대하여 솜다리와 나는 생각이 서로 다르다.
나는 대선 과정을 보면서, 몇 년간 대표 진보정당 자리를 지켜온 민주노동당은 더 이상 희망이 없다고 생각했다. 권영길 후보가 나와서 낮은 득표율을 기록했다는 사실보다, 권영길 후보가 최선의 후보가 아니었음에도 자신들의 이념과 정파를 위해, 일사분란하게 권영길을 후보로 만드는 사람들을 보고는 이 사람들은 노동자, 서민을 위해 세상을 바꾸는것 보다, 어떤 틀안에 갖힌 자신의 이념적 명예를 위한 정치를 하고 있다는 확신을 가지게 되었고, 이제는 평범한 보통 서민(노동자, 실업자, 자영업자, 학생 등)을 위한 진보정당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솜다리는 그래도 지금 민주노동당이 갈라지는것은 분열이기에, 얼마 뒤에 있을 심상정 비대위원장의 혁신안에 기대를 걸고 있다고 했다. 궂이 말하자면, 신당 창당파와 혁신파의 산행이다.^^
다음달이면 출범하게 될 이명박 정부의 성격에 대해서도 얘기를 한다.
이명박 정부는 노무현 정부가 가던 신자유주의, 부자우대, 토목우대, 기업 우선 정책의 방향보다 두어발 더 가는 것일뿐, 완전 반대방향으로 갈것은 아니다라는 얘기등을 나누며 쉬지도 않고 오른 주능선은 사람들로 혼잡하다. 겨울이라서 구간구간 미끄럽기까지 하다. 수락산을 처음 오르는 솜다리는 수락산의 큼직큼직한 바위들을 좋아한다. 사실, 수락산에는 치마바위, 코끼리바위, 철모바위등 이름과 형상이 비슷한 멋진 바위들이 많기는 하다. 그 바위들을 차례로 지나 수락산 정상에 도착한다.
정상은 2m 높이의 바위를 더 올라가야 하지만, 바위를 타본적이 없어 최종 정상은 포기한다. 안될때는 빨리 포기하고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서는게 옳을 때도 있다.
눈이 내릴것이라는 예보가 있고, 겨울 날씨라서 많이 쉬지 않고 올라왔더니 정상부터는 산행에 여유가 있다. 정상에서 한참 머물다가, 하산을 시작한다. 눈이 내릴듯 잔뜩 흐려있지만 눈은 내리지 않는다.
하산은 북쪽능선을 타다가 계곡으로 내려서 2년여 전에 갔었던 **사로 내려갈려 했으나, 가다보니 북쪽으로 더 갔고, 결국은 30여미터가 넘는 가파른 릿지구간을 만난다.
양주시청뒤에 있는 불곡산에도 멋진 릿지구간이 있는데, 수락산에 이런 구간이 있는 줄은 처음 알았다.
그렇다고 전문산악인만 갈 수 있는 코스는 아니고, 로프가 있으니 조심하면 누구나 갈 수 있는 길이다.
바위 구간을 지나 서쪽으로 방향을 튼다. 하산하면서는 초록정치에 대해서도 잠깐 얘기한다. 오늘 산행은 유난히 정치얘기가 많다. 수락산에서는 제법 긴 구간이었는데, 4시간 만에 **마을을 지나 7호선 장암역에 도착한다. 전철을 타고 고속터미널에서 저녁겸 조촐한 뒷풀이를 한다.
솜다리를 대전으로 내려보내고, 집에 오면서 생각해보니, 너무 정치적인 산행이 아닌가 싶다.
지금은 생각이 서로 다르지만, 결국은 같은 곳을 바라보며 같이 갈 친구라는 생각이 든다.
*후기 (추가)
재미있는것은 산행 후 1달여가 지난 3월에, '우리생에 최고의 순간'의 임순례 감독이 새로운 진보정당인 진보신당의 홍보대사가 되었고, 그 뒤에 고양 덕양에 출마한 심상정 후보의 선거운동까지 참가 했다. 그리고, 수락산 자락의 노원에서는 노회찬 후보가 국회의원 총선에 출마하여 서민들과 어울려 아름다운 선거운동을 하여 40%가 넘는 지지율을 얻었으나, 귀족후보에게 밀려 낙선하고 말았다. 수락산 산행이 아주 정치적인 산행이었던것은 우연의 일치였을까?
산행지 : 수락산 (서울)
날 짜 : 2008년 1월 20일
날 씨 : 흐림
산행시간 : 4시간
산행코스 : 당고개역 - 덕능고개 - 코끼리바위 - 철모바위 - 정상 - 릿지길 - ** 사 - 장암역
일 행 : 솜다리, 맑은물
교 통 : 서울 지하철 4호선, 마을버스, 장암역 이용
[사진 업데이트 중입니다.]
[서울 당고개에서 남양주 넘어가는 덕능고개]
[무슨 바위일까요?]
[사람은 왜 산에 오르는가? ]
[수락산의 오묘한 바위들]
[어딘가에서 찾아보면 바위이름이 있을텐데 귀찮다]
[저거는 철모바위라죠? 철모보다는 올챙이? 고구마?]
[오돌오돌 특이한 바위]
[북쪽, 장암역으로 한참 가다보니 이런 구간이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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