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10. 31. 12:25ㆍ국내여행
일년에 두번 있는 명절때마다 고향의 분위기가 달라지는게 느껴진다.
강원도 산골에는 이제 더 이상 젊은 사람들이 없다. 젊은 사람만 없는게 아니라 시골에서는 50대 청년(?)도 없다.
아이들 소리를 들을 수 있는것은 명절때가 유일하다. 시골에서는 젊은이들이 씨가 말라가는 반면, 도시에는 일자리를 구할려는 젊은이들이 넘쳐난다.
청년실업 문제는 정권 한두번 바뀌어서 생긴 문제가 아니다.
현재의 한국경제, 즉 수출주도형 경제, 토목건설경제, 유통재벌위주 경제에서는 필연적인 결과이다. 농업과 농촌은 죽고, 국가적으로 돈이 되지 않은 산업은 힘들게 외국자본과 겨뤄야 하고, 자연은 파괴되고 착취되어야만 한다.
시골(농촌)에서의 삶을 도시사람들에게 얘기하면 곧바로 농사일을 떠올리고, "농사일은 힘들어서 못한다"고 하지도 않은 말을 먼저 꺼내며 결론을 내어 버린다. 본인도 도시생활을 하는 주제에 농촌의 삶이 났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너무 늦지 않은 나이에, 그러니까 새로운 삶을 개척할 열정과 에너지가 남아 있을 때 귀촌을 생각하고 있기에, 농촌의 삶에 대해 새로운 생각, 상상력의 나래를 펼쳐보자는 주장을 하는것이다.
농촌에서의 삶을 농사일만 떠올리는 사람들에게서 느껴지는 그들의 상상력 부족은 듣는이에게 마져 갑갑함을 안겨준다. 그 넓은 공간, 사람과 자연, 논과 밭, 강과 개울, 나무와 풀이 있는 그 공간에서 농사일만 생각하는것, '어떻게 하면 더 많은 돈을 벌까?'라는 생각만 하는것은 그 개인에게도 불행 일 수 밖에 없다. 그렇다고 거미줄 처럼 얽히고 설킨 자본주의 사회(경제, 교육, 언론, 의료, 보건..등등)에서 개인의 자잘못을 따져서 도덕적 비난을 가하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다.
개인이 대안의 삶을 선택 할 수는 있지만, 자본주의 시스템을 벗어나지 못하는 한 개인적 삶은 그저 의미있는 실험, 신기루에 불과할테니....
2009년 추석. 시골에서 사람소리는 줄어들고 있지만, 새소리와 가을 풀벌레 소리는 예전 그대로이다. 마을을 둘러싸고 있는 산에는 참나무와 소나무가 우거져 동네가 좁아보일 지경이다. 쓸데없는 건물이나 도로가 생기는 일도 없고, 주민들이 개발사업에 영혼을 팔아먹지도 않았다. 어떤 의식을 가지고 농촌을 지키고 있는것은 아니지만 시골 어른들의 삶, 그 자체에서 어떤 가르침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5년만 더 농촌 마을이 폐허가 되지 않고 버틴다면, 농촌은 다시 살아날 것이다. 풀 한포기 없는 황량한 겨울들녁에 새봄이 찾아오면, 초록 새싹이 돋아나듯이, 아무리 역대 정권이 농촌을 등한시 했어도, 자발적인 귀농, 귀촌 흐름이 들불처럼 일어날 것이다. 도시로 나간 60년대 베이비붐 세대가 50대가 되면 돌아갈 곳은 농촌밖에 없지 않은가? 소비적인 도시문화, 전기를 빨아먹는 도시문화 대신 지역의 풀꽃문화, 민들레 문화가 피어날 것이다.
상상력이 풍부하며, 틀에밖힌 삶을 거부하게 될 새로운 세대, 20~30대 진짜 청년들도 농촌에서 새로운 문화를 만들것이다. 반면 도시에는 더 빠른 교통수단이 생겨나고, 신기한 IT기술, 기계기술이 생겨나서 SF영화같은 삶, 유토피아같은 문명이 일시적으로 펼쳐지겠지만, 에너지 없이는 작동되지 않은 도시문명은 결국 한세대가 지나면 소수 권력층만 누릴 수 있을테고 대다수 도시민들은, 우물 속 개구리처럼, 도시 밤하늘의 별이 모든 별의 전부인줄 알것이다.
지금 당장 펼쳐질 일은 아니니까, 혹시나 이 글을 읽는 분들은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아직 선택할 시간은 충분하다.
결론은 이렇다. 꼭 필요한 문화, 예술, 집, 기계 등을 만들며 이웃과 자연과 어울려 느긋하게 살것인지?
누군가를 밟고 일어서야만 편리함을 누리는 콘크리트속의 편리한 기계문명을 선택하며 현대문명의 부품으로 살것인가?
* 글 내용과 사진이 따로 놀지만, 사진을 소개합니다.
[맛있게 크고 있는 가을 배추]
[가을 논]
[진득찰? 도둑풀 1호]
[도꼬마리? 도둑풀2호]
[도깨비바늘? 도둑풀3호]
[강아지풀]
[투구꽃]
[달맞이꽃]
[솔체꽃]
[쑥부쟁이]
[까칠쑥부쟁이]
[아침햇살 받은 숲]
[용담?]
[산부추]
[쑥부쟁이?]
[수리취]
[꽈리]
[금불초]
[왕고들빼기, 자세히 보면 여치가 있음]
[이웃동네? 숲길]
[달콤한 꿀대추]
[돼지감자꽃]
[들국화]
[대추바람개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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