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3. 31. 23:29ㆍ산행일기
양평군에는 용문산, 청계산, 백운봉, 유명산(마유산), 중원산 등 좋은 산이 많다. 그동안 접근이 어려워 등산객들이 쉽게 찾기 어려웠는데, 중앙선 전철이 용문역까지 연장되면서 양평군으로 산행하기 좋아졌다. 추읍산 역시 중앙선 전철이 원덕역에 정차하면서 서울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산이 되었다.
4대 명절 가운데 하나인 대보름이 삼일절과 이어져 3일 연휴가 되었다. 가운데 위치한 2월의 마지막 날에 여자 친구와 함께 추읍산을 찾았다. 회기역에서 전철을 타고 도착한 원덕역은 도시의 전철역보다 더 번듯하게 지어졌지만, 역 주변 마을은 시골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역 앞에는 대단위 유기농 단지가 자리 잡고 있고, 마을 주민들은 대보름을 맞이하여 마을회관 앞에 모여 한바탕 신나는 윷놀이판을 벌어졌다.
마을을 지나면 흑천(신내천)이라는 하천이 나오는데, 생각보다 크고 넓어서 겨울 철새인듯한 물오리 한쌍이 즐겁게 물놀이를 하고 있다. 마을에서 추읍산 들머리까지 신내천을 따라 나비와 함께 걸으니 더 운치 있고 좋다. 나비도 이 길이 좋은지, 흙천 길을 따라 계속 걷자고 한다. 나비 말을 들을까? 잠시 흔들렸지만, 다음에 다시 오기로 하고 오늘은 추읍산을 오르기로 한다. 흙천 길이 끝나 다리를 건널 무렵 '양평 희망 볼레길'이라는 표지판이 보인다.
(*나중에 찾아보니, 희망볼레길은 양평군 용문에서 시작하여 흙천(신내천)과 추읍산 아래쪽으로 이어지는 걷는 길이다.)
흑천 다리를 건너 추읍산 등산길로 접어든다. 4대 강 사업의 최대 피해자 가운데 하나인 버들강아지(갯버들)의 회색 솜털이 보송보송 자라고 있다.
추읍산은 많은 사람이 찾지 않은 덕분에 등산로가 깊게 파이지 않은 시골 동네 뒷산 같은 느낌이다. 소나무와 작은 참나무들이 서로 경쟁하며 자라는 숲에는 유난히 자연스럽게 썩어가고 있는 나무들이 많이 보인다. 숲에서 나서, 숲에서 다른 나무들과 어울려 자라다가 때가 되면 다시 숲으로 돌아가 한평생 쌓아둔 영양분을 다시 숲으로 되돌려주는 나무의 일생과 달리 왜 사람들은 이렇게 뭔가 가지려 하고, 쌓아두려는 욕망에 사로잡힌 것일까?
나무의 크기에 비해 숲이 우거졌다는 것과 등산로가 오솔길 같은 친숙함이 있다는 것을 빼면, 특별함이 없이 정상을 향해 계속 올라야 하는 길이지만, 함께 걷고 있는 나비는 지난 운길산 산행 때보다 몸이 가뿐하다고 한다. 추읍산 산행의 유일한 단점이라고 할 수 있는 진행방향 정방향에 자리 잡고 있는 정상으로 인해 느껴지는 심리적인 압박감도, 2시간 정도 걷다 보니 정상에 도착하여 자연스럽게 해결된다. 원래 정상에 서면 남쪽으로 남한강 북쪽으로 용문산, 백운봉, 서쪽으로 양평시내 등이 보일 텐데, 짙게 낀 안개가 좀처럼 걷히지 않아 남한강만 희미하게 보인다. 저 희미하게 눈에 들어오는 부분이 원래 은빛 모래사장과 맑은 여울이 아름답던 남한강 이포 구간인데, 지금은 콘크리트 벽으로 망가지고 있는 이포보 공사 현장이다. 원래 추읍산 산행의 목표는 추읍산에 올라 이포보 공사현장과 남한강을 직접 보고, 산을 좋아하는 많은 분들에게 추읍산 산행을 추천하고, 오가는 길에 남한강이 파헤쳐지는 현장을 볼 것을 권유하는 것이었는데, 정상에서 남한강을 보지 못했으니 조금은 고민되는 상황이다.
정상에서 대보름이라고 나비와 함께 준비한 오곡밥과 나물, 찰옥수수죽으로 점심을 먹고, 개군면 내리 쪽으로 하산한다. 용문 쪽으로 하산해서 흑천을 걸을까도 생각했지만, 내리 쪽으로 내려가서 봄나물을 찾아보기로 한 것이다.
하산길은 오를 때보다 더 특색 없이 가파른 길을 한 번에 내려서는 것이라, 정상에서 1시간 만에 내리 마을에 도착한다. 산수유꽃이 유명한 내리 마을에는 수 십 년 된 산수유나무가 밭두렁과 집을 둘러싸고 있어서, 3월 중순 이후에 양평군의 내리 마을을 찾으면 산수유가 예쁘게 피어 있을 것 같다.
아직 추운 날씨라 냉이가 없을 줄 알았는데, 나비의 발길을 따라가 보니 길가, 개울 둑, 휴경지 등에 작은 냉이들이 어느새 파릇파릇 자라고 있다. 냉잇국 한 끼 끓여 먹을 정도의 냉이를 캐고 내리 마을을 지나 큰길로 나온다. 그런데, 버스 시간이 맞지 않아 한참을 기다리거나, 버스가 자주 있는 개군면 소재지까지 걸어야 한다. 조금 걸어볼까 하다가 바람이 겨울처럼 차가워 중간에 택시를 불러 타고 양평역으로 나가서 집으로 돌아온다.
산행지 : 추읍산 (경기도 양평)
날 짜 : 2010년 2월 28일 (대보름)
날 씨 : 흐림 (하루 종일 짙은 안개)
산행코스 : 원덕역 - 흙천- 추읍산 정상-내리
산행시간 : 5시간 (12~17시)
일 행 : 2명 (맑은물 & 나비)
교 통 : 중앙선(회기역-원덕역), 택시(내리-양평역), 중앙선(양평역-회기역)
[포토 산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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