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 산행기2(2002년 7월28일)

2003. 2. 11. 16:04전국산행일기

몸을 뒤척이며 여러번 깨었는데 그때마다 혼자가 아니였습니다. 모두들 산행이 피곤했나 봅니다.

새벽 4시에 오직한길이 일어나라고 깨웁니다. 대충 눈을 비비고 일어나 if형과 오직한길이랑 아침밥을 준비하러 밖으로 나갔습니다.
아침밥을 준비하지 않는 사람들은 4시 20분까지 취침이었는데 모두들 잠을 포기하고 밖을 서성입니다. 밥을 안치고 바깥에 나가니 안개비가 내리고 바람이 세차게 불고 있었습니다.

일찍 일어난 덕분에 대피소에서 머물렀던 사람들중에 제일 먼저 아침밥을 먹었습니다. 오직한길의 밥짓는 솜씨가 대단합니다. 밝아오는 동쪽하늘을 바라보며 안개속에서 아침밥을 먹어치우고 몇몇은 짐을 정리하고 점심을 준비하러 대피소로 들어가고, 몇몇은 바깥에서 일출을 기다렸습니다. 대청봉은 짙은 안개속에 쌓여 있어서 어제 일출을 포기하기한 결정이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잠시 포비를 불러 어제부터 고민하던 오늘 산행 일정을 결정했습니다. '공룡능선을 가고 싶지만, 냉정하게 판단할때 무리일것 같다. 여러사람이 여기저기 아픈데 공룡능선을 넘지 못할것 같으니 천불동 계곡으로 여유있게 산행하자'
어렵게 산행일정 변경을 결정하고 바깥으로 나갔습니다.
일출 예정시간 5시 24분이 10분정도 지났는데 빨간 해가 안개위로 떠오릅니다. 대피소에서 맞이하는 일출에 가슴이 벅차올라 숨을 크게 들어셔 보았습니다. 떠오른 태양은 안개속에 숨었고 우린 모두 대피소 안으로 들어와 짐을 챙겨 밖으로 나왔습니다.
바깥에는 이제 아침밥을 먹는 사람들로 북적입니다. 새벽에 산행을 시작해서 떠나는 사람들, 새벽에 도착하는 사람들도 몇몇 보입니다.

사람들을 불러모아 오늘 산행일정이 바꼈음을 알려주었더니 아쉬워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의외로(?) 환호성을 지르며 좋아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어제에이어 다시 한번 구호를 외치고 희운각 대피소를 향해 출발했습니다.

산행시작 15분만에 중청을 돌아 전망대에 도착했습니다. 어제는 안개때문에 설악을 보지못해 아쉬웠는데 눈앞에 내설악과 외설악의 장관이 안개와 숨박꼭질을 하며 펼쳐져 있습니다.

가슴속까지 시원해지는 절경이 감동이 되어 머리가 삐죽삐죽 해집니다. 소청아래에서 구불구불 이어져 마등령까지 이어지는 공룡능선, 왼쪽으로 거세게 벗어가는 용아장성, 공룡능선 옆으로 안개속으로 가라앉아있는 천불동계곡과 대청봉에서 넘어오는 안개 바람들..

이른 아침에 맞이한 설악의 모습은 어떤 말로도 설명할 수 없는 아름다운 모습을 우리에게 드러냈던 것입니다.
소청갈림길까지 내려가면서 공룡능선이 가까워오니 다시한번 아쉬움이 밀려왔습니다. 저 아름다운 능선을 넘어 저 멀리 마등령까지 하늘 길을 걷고 싶은 욕심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희운각이 가까워오니 발아래 능선들이 이제 눈높이에 걸쳐 있습니다.생각보다 힘든 길이 두어곳 있고, 희운각 바로 위쪽은 끝없는 계단길로 이어져 있었습니다.

사진을 많이 찍어서 2시간만에 희운각 대피소에 도착하여 계곡물에 얼굴을 씻었습니다. 이렇게 높은 계곡에서 얼굴을 씻는것 조차 미안하고 망설여 졌지만, 시원한 계곡물의 유혹을 이겨낼 수 없었습니다. 계곡옆에는 다른곳보다 훨씬 많은 다람쥐들이 도망가지 않고 있었습니다. 

다람쥐가 도망가지 않는것이 재미있다고 먹을것을 던져주지만, 누가 야생의 다람쥐를 인간에 맞게 길들였을까?하는 생각에 기분이 착잡해집니다.
희운각을 출발하여 무너미고개에 오르니 왼쪽으로 "위험등산로" 안내 표지판이 있습니다. 바로 공룡능선으로 향하는 등산로 였습니다. 이미 포기한 길이지만, 그래도 조금의 아쉬움이 남았지만, 우리는 오른쪽 천불동 계곡으로 방향을 잡고 내리막길을 걸었습니다.
천불동 계곡은 탈출구가 없습니다. 계곡양쪽으로는 깍아지른듯한 절벽이 시야를 가립니다. 절벽의 꼭대기가 보이지 않을 정도입니다.
인간이 만든 어떤 구조물도 천불동 계곡의 저 바위절벽보다 아름답지는 못하고 아슬아슬 하지 못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처음으로 만난 천당폭을 지나 음폭, 양폭을 지나면서 계곡물에서 더위를 식혔습니다. 양폭산장을 지나 귀면암 근처에 도착하니 어느덧 12시가 넘었고 점심밥 먹을 준비를 했습니다.

 

이번에도 예외없이 점심메뉴는 비빔밥입니다. 계곡아래 시원한 나무그늘아래 자리를 잡고, 밥을 비비기 시작합니다. 고추장을 너무많이 넣어서 매웠지만, 다들 배가 고팠기 때문에 모두 먹어치웠습니다.
밥을 먹고난 다음에 시간이 많이 남아서 천불동 계곡에서 한시간을 쉬기로 했습니다. 몇몇사람들은 너른 바위에 누워 달콤하고 시원한 잠을 청했고, 저는 등산화를 벗고 시원한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술을 한잔 마셨습니다. 신선이란것은 바로 이런것이구나.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었습니다. 한시간이 안되어서 사람들은 일어났고, 우린 어린애처럼 계곡에서 물싸움을 하며 놀았습니다. 날씨가 더웠기 때문에 물벼락을 맞아도 싫어하는 기색이 없습니다.

배낭을 다시 매고, 비선대를 향하여 가벼운 발걸음을 올렸습니다. 비선대까지의 내려가는 천불동 계곡도 말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절경을 보여주었습니다. 저멀리 비선대의 깍아지른듯한 절벽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비선대는 생각했던것보다 훨씬 큰 바위절벽이었습니다. 절벽이라기보다는 거대한 바위산이라고 하는것이 조금더 생생할 듯 합니다.
비선대의 웅장한 모습에 감탄하며 드디어 우리는 비면대앞 산장에 도착했습니다. 산장에서 시원하게 목을 축이고, 설악동으로 계속해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산행이 거의 끝이 났는지, 가벼운 옷차림의 피서객들이 많이 눈에 띄었습니다.

매표소 바로 안쪽에는 거대한 불상이 지키는 신흥사라는 절이 있고, 맞은편에는 권금성을 오르는 케이블카가 있었습니다. 다음에 올때는 케이블카도 한번 타보자고 서로 위안하면서 설악산 산행을 마무리하고, 민박이 있는 설악해수욕장으로 향했습니다.


 


[중청지나 내려오는 길에]

 

[비선대]

 

 [소공원에서 바라본 천불동 계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