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 산행기1(2002년7월27일)

2003. 1. 8. 22:53전국산행일기

서울 동서울 터미널을 떠난지 3시간여만에 도착한 한계령은 여름답지 않게 싸늘한 기온에 안개비가 내리고 있었습니다.
한계령 휴게소에 내리면 어딘가에 점심먹을 자리는 있겠지..하고 생각했었는데, 점심 먹을 자리가 없습니다. 휴게소는 사유물이라 내부에서 사식(개인이 준비해온 음식)은 안된다고 했습니다. 전 사실 그런 협상할 체질이 아닌데...어쩌겠습니까? 그래도 명색이 산행대장이라고 더불어한길 사람들을 이리로 속이고(?) 데리고 왔으니 책임을 져야 했습니다. 협상이랄것도 없이 쉽게 안에서 밥을 사먹기로 결정내리고..
또 도시락 싸온 사람도 3명밖에 안됐으니 어차피 사먹어야 할 쳐지 였으니까요. 

밥을 먹으면서 못내 아쉬운 표정을 짓던 사람들이 결국은 밥과 함께 즉석에서 한길비빔밥을 만들었습니다. 기름만 떠다니는 우거지국보다는 비빔밥이 훨씬, 훨씬 맛있었습니다. 밥을 먹은다음, 간단히 오늘 갈길을 소개하고 구호(?)를 외친 다음 드디어 설악산 산행을 시작했습니다.(12:40분)

처음 계단길을 오르면 '설악루'를 지나 매표소가 있습니다.
오후 2시 이후부터 새벽 3시까지는 산행이 금지된다는 안내표지판이 있었습니다. 매표소를 지나니 날씨가 조금씩 게이기 시작했지만, 가파른 산행길에 힘들어 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처음 20분은 다칠염려도 있고, 처음에 너무 무리하면 산행내내 힘들어 하기때문에 제딴에는 조금 늦게 가고 있었지만 다른 사람들 입장은 좀 달랐습니다. 그렇다고 안개비가 내려서 물방울 뚝뚝떨어지는 길옆에 아무데나 쉴 수는 없었기에 최소한 바람이 부는곳, 경치가 좋은곳까지만 갈려했고, 다행히 30분여를 가서 좋은곳이 나와서 쉴 수 있었습니다. (흠..이 대목에선 좀 비난?이 많겠는데요..^^;)

지도에 표시된 오늘 산행시간(한계령→대청봉) 5시간 30분, 제가 목표로한 시간은 6시간이었습니다. 사실 더불어한길에서 정예멤버(?)라는 소리를 들었는데 전 충분히 가능하다고 봤거든요.

암튼 사람들이 떠난뒤 조금 더 쉬면서 오늘 산행을 어떻게 할까?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앞서간 사람들의 환호성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뒤쳐진 인배와 원식형은 저건 우리사람들 목소린데..뭔가 있나보다..고 했습니다. 그곳에 가니, 한길 사람들이 바위에 올라 환호성을 지르면서 올라오라고 손짓했습니다. 하지만, 솔직히 올라갈 기분이 나질 않았습니다. 왜 그랫을까? 하지만, 어쩌겠어요?..웃으며 올라가야지...^^;

'아~~~'
눈앞에 펼쳐진 새하얀 안개..29년을 살면서 보아왔던 안개중에 제일 하얀..말로는 설명안되는 정말..하얀..눈보다 하얀..안개바다가 빠르게 솟아 오르고 있었습니다. 저길 두둥실 떠다니고 싶은..그래요..뛰어내리고 싶었습니다.

'설악이 이런곳이구나.'
하지만 그것은 시작에 불과 했습니다.

전망대(1307봉 부근임)에서의 흥분을 가라앉히고, 30분여 안개덮힌 숲길을 지나(설악산 첫번째 사진) 샘에 도착했습니다. 그곳에서 다시 쉬면서 우리는 능선길을 오를 체력을 충전했습니다.
다람쥐하고 헤어짐을 아쉬워?하며 우리는 서북능선을 향해 다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14:35분)

 

 10분여 가파른 길을 오르니 서북능선 갈림길이 나왔습니다.
왼쪽길은 귀떼기청봉을 지나 십이선녀계곡위의 안산으로 이어지는 능선길이지만, 지금은 자연휴식년제 지정구간으로 입산금지 지역입니다.

우리는 끝청을 거쳐 중청으로 이어지는 오른쪽으로 계속해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서북능선길은 중간크기의 바위길과 폭신거리는 흙길, 숲길 등등이 이어지는 길입니다. 날씨가 좋으면 서북능선에 올라 내설악은 물론이고, 용의 이빨을 닮았다는 용아장성, 공룡의 등을 닮았다는 공룡능선등 내-외설악산은 물론 맞은편의 점봉산까지 모두 조망할 수 있는곳이 있다는데 좀처럼 안개가 걷치지 않습니다.
서북능선길을 걸으면서 우리는 이야기 꽃을 피웠고, 끝말잇기등을 하면서 지루함을 달랬습니다. 산행이 계속 될수록 휴식시간은 길어지고 산행시간은 짧아졌습니다. 주위는 경치는 안개에 쌓여 있었지만, 하늘에서는 뜨거운 햇살이 쏟아져 들어왔습니다. 1시간정도 걸어서 1459m 봉우리에 도착했습니다. 탁트인 전망대였지만 안개만 솟아올라 우리를 스쳐 지나갈뿐 설악은 끝내 자신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좀 긴 오르막을 힘들게 올라 우리가 도착한곳은 끝청이었습니다. 끝청에 도착하면 대청이 눈에 들어와야 하지만, 대청은 안개와 구름에 쌓여있었습니다.
중청을 향해 가는길..이제 겨우 5시가 넘었는데 주위는 안개때문에 어둡게 느껴졌습니다. 중청을 지나쳐 돌아 내리막길을 걸으니 멀지않은 곳에서 사람들 소리가 들려옮니다. 지도에 의하면 중청대피소가 있어야 할 자리였습니다.
그때 10m앞에 드러난 검은 중청대피소, 안개가 너무 짙게 끼여있어서 우린 대피소를 발견할 수 없었던 것이었습니다.
17:50, 산행시간 5시간10분)

대피소에 들러 자리를 배정받고 짐을 옮기고 가벼운 마음, 가벼운 몸으로 대청으로 향했습니다. if와 포비는 남아서 저녁을 준비하기로 했지만, 인배만 홀로 대피소에 남겨두고 우린 대청봉을 올랐습니다. 중간에 포비는 아쉽게 포기하고 대피소에 남기로 했습니다.

대피소를 떠난지 20분만에 도착한 대청봉은 짙은안개가 바람에 날려서 안개비처럼 얼굴과 머리에 달라붙었습니다. 대피소에서 세수를 못한다고 들은 우리는 안개로 얼굴을 씻었습니다.
1708미터..대청봉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날씨가 너무 안좋아 우리는 바위밑으로 모여 앉았습니다. 그리고, 역사에 길이남을 대청봉 3!!6!!9!!를 갈고 닦았습니다. 앞으로 설악산 산행 참가자들 앞에서..3!!6!!9!!를 논하지 말라..ㅋㅋ

조심스럽게 중청대피소에 내려오니 등산객들이 속속 도착하고 있었고..
벌써 저녁을 준비해서 먹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식사 준비조가 의미가 없었기때문에 우린 자발적인 식사-정리를 하기로 했습니다.

보통 그런 고지에서는 압력이 낮기때문에 밥이 맛있을 수 없다는것이 정설이지만, 우리 더불어한길에서 한 밥은 일반평지에서 한..전기밥솥에 한밥처럼 맛있었습니다. 안개속에서 저녁을 먹고 대피소 지하층에 배정받은 우리자리에서 우리는 평소보다 이른 9시에 취침점호(?)를 끝내고 내일 산행을 위해 잠을 청했습니다.
과연 빨리 잠들 수 있을까?? 아침에 어떻게 일어나지?

날씨..사람들몸상태..공룡능선..천불동계곡..사람들몸상태..날씨..어떡해야 하나? 고민이다...쿠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