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 둘레길 9, 10, 11구간 (2024.12.13)

2024. 12. 13. 23:29북한산둘레길

▪︎9구간 마실길 (진관생태다리 앞 - 한옥마을 옆 - 방패교육대 앞)
▪︎10구간 내시묘역길 (방패교육대 앞 - 북한산성 탐방지원센터 - 원효봉입구 - 효자동 공설묘지)
▪︎11구간 효자길 (효자동 - 관세농원 - 국사당 - 사기막야영장입구 - 사기막골 입구)
 
한옥마을 - 진관사 입구- 입곡삼거리 - 백화사 - 북한산초등학교 - 북한산성 계곡 - 원효봉 옆 - 밤골 - 사기막골 
 
첫날 5~6구간, 둘째날 7~8구간에 이어 오늘은 9~10~11구간을 위해 한옥마을 근처의 진관생태다리로 간다.

근처에는 조선 세종의 아들인 화의군 이영묘역이 있다. 화의군은 단종 복위를 시도했는데, 충절의 현대적 의미는 무엇일까? 조선시대 임금은 유교적 원리에 따라 백성을 잘 돌보는것을 임무로 삼았다. 왕이라고 무턱대고 백성에게 함부러 하지 않았다. 그런 임무를 가진 존재인 임금에 대한 충성은 곧 백성에 대한 충성이었다. 물론, 현대적 민주주의와는 다르지만 그 근본 바탕은 이해할 수 있다. 현대 민주국가에서는 더 이상 통치자에 대한 충성은 없다. 총리든, 대통령이든 이젠 국민의 뜻을 존중하고 나라를 이끌어가야 하는것은 상식이다. 불과 10일 전, 그 기본상식을 깨는 불법계엄 사태가 발생했으니, 어떤 의미에서는 봉건시대 보다 못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한옥마을은 한옥으로만 유명한데, 국립공원 완충지역으로 모범이 되는 곳이다. 국립공원 경계선 밖에서 바로 고층건물이 시작되는 서울 다른 지역과 달리 한옥마을은 저층주거단지로 개발되여 자연과 도시가 공존할 수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막연히 완충지역을 얘기할 때 반박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면, 한옥마을을 보시라고 권해주고 싶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서울 도심권의 국립공원 완충지역은 이미 비가역적(Irrevisible) 개발로 돌아오기 힘들어졌다.

한옥마을 옆 길을 지나 2023년 북한산 산행하며 내려왔던 진관사 계곡, 삼천사 계곡을 차례로 지난다. 겨울이라 계곡 수량이 많이 줄었다. 삼천사계곡 입구는 9구간 포토존 은행나무숲이 있는데, 앞으로 식당을 철거하고 공원으로 되살릴 예정이라고 한다.

진관천을 따라 내려가다 보면 산성정계 표지판이 있는데, 북한산성 서쪽 5리() 지점이라고 기록되어 있다. 나중에 지도 앱에서 북한산성 가사당암문과 이곳을 찍으니 정확히 서쪽 2km가 나왔다. 조선시대 정확한 측량기술이 놀랍다.
 
짧은 9구간은 다육이농원 옆에서 끝나고, 이제 10구간 내시묘역길이 시작다.
10구간 시작은 지도 앱과 실제 안내판이 다르다. 실제 안내판은 진관천을 건너 자동차길을 따라 입곡삼거리를 지나 의상봉길로 들어서는 것인데, 지도앱은 가까운 지름길로 되어 있다. 나는 실제 안내판을 따라 걸었다. 
이 주변은 음식점, 카페, 상가, 저층 주거지가 혼재되어 있다. 이 정도 개발은 나쁘지 않다. 다만 서울 주변은 적정 개발이 자칫 그린벨트를 푸는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어 관리가 필요하다. 생태적 가치가 사라진 그린벨트는 단순한 규제에 불과하여 환경을 지키지도 못하고, 주민들에겐 불편만 안겨준다. 그린벨트를 지키며 자연과 함께 사는 분들에게는 특별한 혜택이 주어져야 한다. 서울 주변 녹지는 더 이상 난개발 하지 말고, 이미 개발된 지역을 잘 관리해야 서울이라는 도시, 주변 도시들도 모두 함께 살 수 있다. 하지만, 이곳도 3~4층짜리 상가건물(카페?)이 하나둘 들어서기 시작한다. 

백화사 옆을 지나면 다시 숲길로 들어간다. 의상봉 오르는 갈림길 부근에는 경천군이해룡사패지 송금비가 있다. 대단한 유적은 아니지만, 북한산 둘레길 주변에는 역사의 흔적이 많다. 편안한 숲길을 걷고 있는데 멀리 북한산 초등학교에서 수업을 끝내는 종소리가 들려온다. 아이도 이제 수업이 끝났을텐데 잘 있으려나? 아침에 학교간 아이가 생각난다.

북한산성 탐방지원센터와 상가지구를 지나면 북한산성 계곡이 나온다. 2023년 가을산행하고 내려왔던 곳이다. 초겨울이라 그때에 비해 수량이 적지만 멋지다. 그 뒤로 보이는 원효봉은 웅장하다. 다리를 건너 조금 가면 10구간 포토포인트 소나무 숲길이 이어진다. 계속해서 가다보면 원효봉 갈림길이 나오는데, 20년전 원효봉을 지나 염초봉까지 산행했던 기억이 난다. 
 
이틀 전 목표 없이 나선 둘레길인데, 3일 연속 걷다 보니 걷는게 목표인것 같다. 움직이는 관성이랄까? 거창한 삶의 목표도 아니고, 둘레길 목표도 아니고, 걷기의 목적도 없지만, 어떤 방향으로 목표를 향해 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내가 왜 걷는가?'라는 고민도 없다. 흘러가는 물 같은 이 느낌이 나쁘지 않다.
평일 한적한 산길, 아무도 없는 곳, 나는 누구? 여긴 어디? 같은 철학적 질문도 없이 눈에 보이는 대로 보고, 발은 자동적으로 움직인다. 무거운 생각이 흘러왔다 나가고, 또 다른 생각이 오가고 또 다른 생각이 오고, 아니 내가  왜 이런 생각을 하지?라는 생각도 없고, 걷는것에 대한 고상한 목적, 의미도 없다. 걷는다는건 이런것인가?
 
걷다보니 송추 넘어가는 자동차길로 나오고 10구간이 끝나고 11구간 효자동길을 만난다. 
차들은 바쁘게 찻길을 달리고 나는 혼자 둘레길을 걷는다. 지난날 나도 자동차처럼 주위를 돌보지 않고 달렸었다. 지금도 더 달려야 할 때 인데, 둘레길을 헤매고 있다. 
찻길을 떠나 원효봉, 염초봉에서 이어지는 작은 골짜기들 사이로 난 길을 걷다가 식당이 있는 찻길로 나왔다가 다시 숲길로 들어선다. 서울을 벗어나 조용하고, 난개발 문제도 보이니 않는다. 밤골 계곡 입구에 화장실이 있고, 근처 국사당에선 굿소리가 활기차다. 20년전 원효봉 산행때 바짝 마른 밤골계곡으로 내려왔지만, 이젠 많이 낮선 계곡으로 기억이 리셋되었다.

작은 고개를 넘어가니 북한산 사기막야영장 입구다. '아 이 야영장이 여기였구나!'  야영장 입구에서 보는 북한산 백운대, 인수봉의 모습이 웅장하고 멋지다.

다만, 야영장 입구까지는 전기차와 수소연료전기차만 운행할 수 있는 점은 아쉽다. 친환경 자동차를 어느정도 할당을 하는건 필요하지만, 전면적인 실행은 경제적 차별의 우려가 크다. 사기막 계곡은 북한산 계곡치고는 꽤 넓다. 아니, 넓은 지역까지 개발이 안된건가? 사기막 계곡을 따라 11구간을 끝내고 큰길로 나와 신도식품 앞 버스정류장에서 은평을 거쳐 성북으로 돌아온다.


#둘레길 정보
구 간:북한산 둘레길 9~11구간 (서울 은평 - 경기 고양시)
날 짜: 2024년 12월 13일
날 씨: 맑음
일 행: 맑은물 홀로
코스: 진관생태다리 앞 ~ 한옥마을 옆 ~ 방패교육대 ~ 북한산성 탐방지원센터 - 원효봉입구 - 효자동 - 사기막야영장입구 - 사기막골 입구
소요시간: 2시간 40분 (13시 00분 ~ 15시 40분)
교 통: 서울 버스


#포토에세이

진관생태다리 아래
화의군 이영 묘역
화의군 간략한 소개
진관사 계곡 하류, 좀 볼품이 없다.
9구간 포토포인트
9구간 마실길 걷는 중
둘레길과 만나는 삼천사 계곡
기록용
산성정계. 실제로 지도앱으로 찍어보니 여기에서 북한산성과 1.91km. 대단한 조선시대 측량.
산성정계 표지가 있는 곳, 삼천사계곡+진관사 계곡이 만나 흐르는 곳.
9구간 끝, 10구간 시작
창릉천 만나기 직전의 삼천사천(?). 멀리 비봉능선, 왼쪽으로 의상능선이 보인다
백화사 방향. 왼쪽으로 원효봉이, 오른쪽으로 의상봉이 보인다
백화사 옆을 지나.
한적한 숲길로 들어선다
11월 말 폭설에 쓰러진 나무
북한산에 흔한 오색딱다구리. 귀를 기울이면 금방 찾는다
백화사 방향에서 의상봉 오르는 길
작지만 재미있는 역사를 알 수 있다.
경천군 송금 물침비
북한산 초등학교 입구
북한산성계곡
북한산성계곡
북한산성계곡
북한산성계곡, 왼쪽 원효봉, 오른쪽으로 노적봉
10구간 포토 포인트 소나무 숲
효자농원, 원효봉 갈림길
전원주택터(?) 뒤로 원효봉
11구간 효자길
이런 사당도 있구나, 관세비스타
이런 길도 둘레길 구간
둘레길에 어울리는 둘레길
겨울이라 멀리 백운대(?)가 보인다.
11구간 포토 포인트
초겨울 포근한 길

바짝 마른 밤골
밤골에서 사기막골 넘는 고개
어느새 사기막 야영장 입구
숨은벽, 백운대 방향
효자동, 사기막 설명
차량 전면 금지, 야영장 차별은 좀 심하다
사기막 야영장 가는 길
사기막길 옛이름, 청담동
11구간 끝, 12구간 충의길은 다음에
백운대 방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