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2. 17. 22:48ㆍ북한산둘레길
5일째 북한산 둘레길을 걷고 있다.
어제처럼 은평구 입곡 삼거리에서 버스를 환승하여 우이령길 입구로 가며, 북한산 둘레길 정보를 찾아본다.
둘레길 한 구간 소요시간은 가장 짧은 9구간이 45분, 가장 긴 21구간 우이령길은 3시간 30분이다. 둘레길 전체 길이는 71.8km, 지도에 표시된 시간을 모두 더하면 약 37시간이 걸린다. 하루 7시간 30분을 걸으면 둘레길 5일에 완주가 가능하고, 하루 6시간 남짓 걸으면 6일에 완주할 수 있다. 둘레길에는 험한 오르막이 없어서 시간이 더 걸리지는 않지만, 구간 시작지점과 끝내는 지점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하니, 6~7일에 나눠서 완주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완주라는 결과 보다 걷는 과정에서 보고 듣고 느끼는 게 있다. 그러잖아도 바쁜 일상에 시간에 쫓기며 살고 있는데, 둘레길이라도 좀 느긋하게 걸어보자.
#13구간 송추마을길
우이령길 입구에서 내려 39번 국도를 따라 송추방향으로 걷는다. 멀리 오봉과 여성봉이 보이는데 기회가 되면 오르고 싶다. 국군 OO부대 앞을 지나는데 예전과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지난 12월 3일 밤, 한 못난 인간으로 궁지에 몰린 상황에서도 '소극적인 행동으로 가장 적극적으로 저항하는' 많은 군인들을 보았다. 각 구성원에 대한 신뢰는 결국 사회에 대한 믿음, 안정으로 귀결된다.
나는 송추 IC 못미쳐 다시 산길로 들어선다. 시끄럽던 찻길 옆을 빠져나와 조용한 숲길을 걸으니 생각이 많아진다.많이 가는것 보다는 조금 가더라도 옳은 방향으로 가는 게 좋다. 12.3 내란 사태에 가담하고, 옹호하는 이들은 지식이 부족해서 설득당한 게 아니다. 많이 배우고, 사회 활동하면서도 또 많이 공부하고, 지식을 채울 만큼 채운 사람들이지만, 잘못된 지식을 채운 것이다. 배불리 먹었는데, 불량식품을 먹은 사람들이다. 많이 배우기 보다 올바른 것을 배우고, 많이 읽은 것보다는 올바른 것을 읽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스쳐간다.
양지쪽은 바스락 거리는 갈잎 길이었으나 음지쪽은 어제 내린 눈이 쌓여있다. 비교적 평탄한 길을 따라 13구간이 끝나는 오봉탐방안내소에 도착한다.
방향을 잘못보고 오봉 탐방로 방향으로 10여 미터 가다 되돌아 나온다. 송추마을에 있는 13구간 포토포인트 공연장에서 사진을 남기고 북한산국립공원 도봉송추분소 건물 옆을 지나 송추계곡을 만난다. 여름에 물놀이로 유명한 송추계곡은 깨끗하게 정리되어 있고, 상가가 있는 송추마을도 깨끗하게 정리되어 있다. 송추계곡 주차장 입구에서 지도앱에 표시된 둘레길과 실제 길 안내판은 다소 차이가 있다. 길 안내판을 따라 고속도로 하부 주차장을 따라간다. 사실 여기뿐만 아니라 갈림길 여러 곳에서 둘레길 구간을 제대로 찾기가 쉽지 않아 지도 앱을 켜고 확인하며 길을 찾아야 하는 곳이 많다.
수도권 순환고속도로를 따라 걷다 보니 북동쪽 멀리 사패산이 보인다. 꽤 많이 걸어 왔구나.
왼쪽 고속도로가 사패산 터널로 이어지는 지점, 문득 오래 전 더불어 한길 친구들과 걸었던 생각이 났다. 블로그에서 예전 사진을 찾아보니 딱 그 장소다. 2000년대 초반, 북한산 국립공원 사패산에 터널을 뚫어도 되는지에 대한 논란이 거세었다. 의정부 북부-별내 쪽으로 대안노선은 약 8km 정도 더 긴 노선이지만, 서울 쪽 교통을 분산하고, 사패산, 수락산 터널을 뚫지 않아도 된다는 것인데, 결국은 원안대로 되고 말았다. 지금 생각해 봐도 충분히 합리적인 대안이었던 거 같다.
#14구간 산너미길
사패산에서 내려오는 계곡 바닥은 흙탕물이 흐른 흔적이 있다. 계곡을 따라 오르다 20년전 봄에 지났던 원각사에 들러볼까하다 시간이 없어 14구간 산너미길을 시작한다.
울대골은 정릉 청수계곡 중상류와 계곡 형태, 수량, 참나무 식생이 비슷하다. 주위에 큰 봉우리가 있는 것도 아니고, 깊은 골짜기가 있는 것도 아닌데 어딘가에서 흘러내려온 물이 졸졸졸졸 흐른다. 작고 아담한 울대골을 걷는데 등 뒤 고속도로를 달리는 자동차 소리는 거슬린다. 둘레길은 아름다운 숲길, 마을길, 찻길, 정리안 된 길 여러 길이 섞여 있다. 숲 길 위주로 둘레길을 재정비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지만, 지금처럼 산에 들어갔다 마을 안길로, 계곡으로, 능선으로, 공원길로 다양하게 두는 게 나은 것 같다. 우리가 사는 길처럼 걷는 길도 다양하다.
사패산 서쪽 양주에서 의정부로 넘어가는 산너미길에서 가장 높은곳은 해발 약 340미터 지점이다. 이곳을 지나 100여 미터 의정부 쪽으로 내려가면 동쪽으로 확 트인 전망대가 나온다. 지금까지 걸어온 둘레길에서 가장 풍광이 좋은 곳이다. 발아래 안골은 의정부 시내와 만난다. 뒤로 우뚝 솟은 천보산이 보이는데, 천보지맥 전체가 보이지 않아 아쉽다. 북쪽 불곡산은 나뭇가지에 가려져 있고, 북동쪽으로 덕정 칠봉산과 동두천 소요산이 보인다. 동남쪽으로 보이는 큰 산은 수락산이다. 한번 주위를 둘러보고 동쪽으로 희미하게 보이는 산을 자세히 보니 평내 천마산에서 철마산, 주금산으로 이어지는 천마지맥이 보인다.
둘레길을 걸으며 잊고 있던 조망을 맘껏 즐기며 간만에 한 장소에서 10여분을 보내고, 내리막길 방향으로 갔더니 나뭇가지에 가려졌던 불곡산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20년 전에 갔던 불곡산, 다시 가야겠다. 이쪽 내리막은 등산할 각오로 올라와야 할 정도로 경사가 급하다. 이런 길을 내려가게 돼서 다행이다.
중간중간 의정부 시내와 조망이 트이는 길을 내려오니 계곡을 가로지르는 다리 건너 아스팔트 길이 보인다. 13구간 산너무 길이 끝나고 14구간 안길계곡길이 시작된다.
#15구간 안길계곡
2000년대 중반에 사패산 등산 후 안골로 내려온 적이 있는데 기억이 리셋되어 풍광이 새롭다. 북한산 둘레길에서 만나는 계곡들은 수량이 아주 많은 것은 아니라, 많은 비가 내렸을 때 둘레길 구간을 돌아보는 것도 꽤 색다른 느낌일 것 같다.
안골에서 바로 의정부 역으로 탈출 할 수도 있지만, 오늘의 목표는 안골구간을 끝내는 것이다. 계속되는 헬리콥터와 비행기 소리에 괜히 하늘을 한번 더 보게 되고, 서울 방향으로 출동하는 건 아닌지 계속 주의하게 된다. 12.3 내란사태를 겪은 후에 많은 국민들이 자라 보고 놀란 마음 솥뚜껑 보고 놀라고 있다.
안골계곡에서 직동공원으로 갈까? 사패산 중간을 가로질러 빠르게 가볼까? 바람에 흔들리는것은 나뭇가지만이 아니다. 하지만, 둘레길을 제대로 걷자고 다짐해 왔기에 직동공원 방향으로 간다. 의정부 외곽길 상단, 축구경기장을 지나 직동공원을 가로지르는데 이 길 상당히 좋다. 보통 도시의 공원이 아니라, 사패산과 의정부의 만남을 아주 자연스럽게 공원으로 만들었다. 도시의 평지 공원보다는 다소 경사가 있긴 해도, 지형을 그대로 당시 결정권자가 일은 잘한 것 같다.
직동공원을 지나며 부터는 의정부 외곽도로를 따라 범골 입구에 다다른다. 20여 년 전 범골을 통해 사패산에 올랐던 기억이 난다. 범골을 지나 회룡골입구까지 빠르게 이동하는데, 언젠가 사패산에 올랐다 지났던 길이다. 동남쪽으로 수락산이 멋지게 자리 잡으며 의정부 관문 역할을 하고 있다. 회룡골 입구까지 도착하니 4시 30분이 되어서 회룡역까지 20분을 더 걷고 오늘의 둘레길 걷기를 끝낸다.
#둘레길 정보
구 간: 북한산 둘레길 13구간, 14구간, 15구간
날 짜: 2024년 12월 17일
날 씨: 맑음
일 행: 맑은물
코스: 우이령길 입구 - 송추계곡 - 사패산입구 - 울대골 - 안골 - 직동근린공원 - 범골 - 회룡골 - 회룡역
소요시간: 4시간 30분 (12시 20분 ~ 16시 50분)
교 통: 은평구 구파발 입곡삼거리에서 704번 타고 우이령 입구, 1호선 회룡역
#포토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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