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에 젖은 진달래, 파주 감악산 산행 (2003년 4월 20일)

2003. 7. 19. 14:02산행일기

친구들과 산에 가기로 한 일요일 아침, 늦게 일어났다. 이슬비가 보슬보슬 내리고 있었지만, 금방 그칠 것 같았다.
산행 준비를 하여, 안산 집을 나서 의정부에 도착하니, 이미 11시다. 먼저 도착하여 기다리고 있던 하나사랑, 호~옹, 오직한길, if, 키루, 미련곰탱이님에게 미안했다.

의정부는 국회의원 보궐선거가 있어서 곳곳에 후보를 알리는 플래카드가 붙어있다. 의정부 역에서 10분여를 더 걸어 25번 버스 타는 곳으로 갔다. (돌아올 때 알아보니, 의정부역 앞에서도 25번 버스는 탈 수 있었다.)

버스를 타고 50분여를 가서 도착한 감악산 입구에도 비가 내리고 있었는데, 입산금지 안내 현수막이 걸려 있다. 
"3월 1일부터 5월 15일까지는 입산금지 기간입니다." 
그렇다고 산행을 못하도록 막은 것은 아니어서, 산행 경험이 많지 않은 우리는 잠시 고민에 빠졌다. 가도 될까? 가면 안 될까? 하지만, 입산금지 기간이라고 해도, 비 오는 날은 해당되지 않는 것이 상식일 것 같아서 행정기관의 권고대신 상식에 따라 산행을 시작했다.

산행 초입, 범륜사까지는 가파르지만, 넓은 찻 길이 이어졌다. 범륜사 아래쪽에는 비룡폭포(운계 폭포: 전체 높이 47m)라는 높은 폭포가 곧은 절벽을 떨어지고 있었다. '나도 저 폭포처럼 곧게 살아야지'라는 너무나 뻔한 다짐을 해본다. 해탈교를 건너 범륜사에 들러 샘터에서 시원한 물을 마셨더니 해탈에 가까워진 느낌이다.

범륜사 뒤쪽 명상의 숲을 지나 10분여를 올라 우리는 왼쪽의 까치봉 쪽으로 방향을 잡고 올랐다. 다시 10분여 가파른 길을 올라 능선 안부에 올랐는데, 날씨가 좋다면 그곳부터는 왼쪽으로 임진강과 그 유역의 넓은 들판을 바라보며 산행을 할 수 있는데, 이슬비와 자욱한 안개 때문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것이 아쉬웠다.

하지만, 진달래가 아직도 활짝 피어있었고, 막 돋아나기 시작한 연두색 나뭇잎들을 보니 마음이 편해졌다. 이름 모를 야생 봄꽃도 많이 볼 수 있었다. 능선은 중간중간 바위가 많았는데, 험한 것은 아니고, 적당한 긴장감과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길이었다. 까치봉을 지나, 정상인 설인귀봉(장군봉 : 675m)에 도착하니 군 초소와, 헬기장, 설인 귀비가 있었다. 장군봉 아래쪽은 가파른 절벽이라고 하는데, 아래 조망은 보이지 않고 눈앞에는 온통 안개 밖에 없다. 우리는 설인귀봉 옆에서 준비해 온 밥과 반찬으로 한길비빔밥을 만들어 먹었다. 역시나 첫 산행이었던 미련곰탱이님은 한길비빔밤에 찬사를 보냈다.

밥을 먹고, 임꺽정봉을 지나 하산했다. 중간에 임꺽정이 살던 굴이 있다고 하는데, 찾지 못했다. 비가 와서 미끄러지는 사람이 생겼지만, 다행히 다치지는 않았다. 하산길에는 까치봉 능선보다 더 많은 진달래가 활짝 피어 있었다. 진달래 앞에서 사진을 찍으며 또다시 우리는 비 오는 날씨를 아쉬워했다. 하산길에는 어느 잘 사는 사람의 별장이 있었다. 예쁜 집이긴 했지만, 나날이 커져가는 빈부의 격차를 보는 것 같아 기분은 씁스름 했다.

범륜사 입구에서 산행을 시작한 지 3시간 30분 만에 우리는 신암 저수지에 도착했다. 비 오는 날이라 그런지 저수지의 낚시꾼들, 저수지 밑의 마을 풍경이 잘 어울렸다. 군 복무를 하는 어린 군인들의 모습에서는 아련한 기분이 느껴진다. 큰길까지 걸어 나와 의정부로 돌아오는 것으로 산행은 끝이 났다.


산행지 : 감악산 (경기 파주, 675m)
날 짜 : 2003년 4월 20일
날 씨 : 비
산행코스 : 감악산 입구 - 범륜사 - 까치봉- 정상(임꺽정봉 혹은 설인귀봉) - 신암 저수지
산행시간 : 4시간 (12시 20분 ~ 4시 20분)
일 행 : 더불어 한길 7명 (하나사랑, 호~옹, 오직한길, if, 키루, 미련곰탱이, 맑은물)
교 통 : 의정부역에서 파주 적성가는 버스 이용


[포토 산행기]

[운계폭포]
[범륜사]
[임꺽정 비였나...?]
[감악산의 봄, 현호색?]
[감악산 우중 산행]
[신암 저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