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 10. 29. 23:44ㆍ산행일기
일요일 아침 6시에 집에서 나와 서울 상봉 버스터미널에 도착하니 8시다.
다른 때보다 빨리 집을 나온 이유는, 가평의 한적한 곳으로 산행을 가야 하기 때문이다.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가 있었는데, 아직 빗방울이 떨어지지는 않는다. 먹구름이 가득한 하늘을 보니 왠지 불안하다.
상봉터미널에서 일행을 만나 8시 10분에 현리행 버스를 탄다. 버스가 청평을 지나니 길 옆으로 꽤 넓은 맑은 하천이 보였는데, 경기도에 이런 하천이 있나 싶을 정도로 멋있었다. 나중에 알아보니 조종천이었다. 축령산 자연휴양림 입구를 지나, 현리에 도착한 시간은 9시 20분이었는데, 우리를 태우고 온 버스는 운악산 아래까지만 운행하여, 우리는 현리 터미널에서 늦은 아침으로 김밥을 먹으며 50분을 기다려 상판리까지 들어가는 버스를 탔다. 버스 밖으로 언젠가 한번 가고 싶은 운악산의 모습이 보인다.
[10:50] 상판리에 도착하여 배낭을 점검하고, 산행을 시작한다. 사실, 오늘 이렇게 일찍, 낯선 곳으로 산행에 나선 이유가 있다. 종로 5가에서 등산 전문점을 운영하시는 아저씨가 동행하며 멋진 코스를 소개해 준다고 했기 때문이다.
우선 귀목고개 까지 오를 예정인데, 귀목고개에서는 명지산 , 연인산, 귀목봉-청계산, 귀목봉-강씨봉 등 여러 코스로 산행을 할 수 있다고 한다. 귀목고개 오르는 길 초입의 계곡에는 물이 많지 않았지만, 수풀이 우거져 깊은 산에 들어왔음을 알 수 있었다. 여기저기 목재 다리와 계단을 설치하는 공사를 많이 하고 있었다. 공사가 완료되면, 산행하기는 더 수월해지겠지만, 입장료가 생기겠지?
[11:50] 산행시작 1시간 만에 귀목고개에 도착했다. 귀목고개에서 오른쪽인 동쪽으로 가면 명지산으로 가는 것이고, 북쪽으로 넘어가면 적목리로 내려가고, 서쪽으로 가면 귀목봉을 오르는 길이다.
우리는, 잠시 쉬었다가, 서쪽의 귀목봉을 향해 오르는데, 산길이 평탄해서 편하고, 어려움이 없다.
[12:56] 귀목고개를 출발한 지 50여 분 만에 귀목봉(해발 1050m)에 도착하니, 주변의 높은 봉우리들이 눈에 들어온다. 잘 모르는 산이었는데, 천지산악 아저씨께서 설명해 주신다. 연인봉으로 이어지는 능선, 청계산을 지나 운악산으로 이어지는 능선, 강씨봉은 보이지 않았지만, 국망봉은 저 멀리 보였다.
날씨가 흐려서 인지 멀리 있는 산까지 푸르른 빛을 발하고 있었다.
[상판리 버스 종점을 지나 산행표지판이 나타난다]
[귀목고개를 중심으로 다양한 산행이 가능하다]
[귀목봉 정상 표지판, 어떤 곳은 해발 1036m로 표시됨]
[귀목봉을 내려서서 30여분 지나 만나는 갈림길]
귀목봉을 내려오면서부터는 싸리나무가 어지럽게 자라고 눕고 해서, 길을 잘 아는 사람 없이 초보자가 오기에는 힘들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오늘 산행은 든든한 안내자가 있고, 싸리나무 숲길을 헤쳐나가는 기분이 그리 나쁘지는 않았다. 청계산-강씨봉 갈림길에서부터는 방화선이 있어 시야는 트였지만, 인적이 드물어 갖가지 풀들과 잡목이 길을 가리고 있었다.
1시간여 방화선을 따라 북쪽으로 가서야 오뚝이 고개에 도착했다. 오뚝이 고개까지는 차가 올라올 수도 있다고 하지만, 길이 험해서 글쎄? 일반 승용차는 오르기 힘들 것 같고, 굳이 차를 끌고 산 위에까지 올 일도 없을 것 같았다.
[14:40] 오뚝이 고개에서 점심을 먹고, 오뚝이 고개 비석 앞에서 사진을 찍고 강씨봉으로 향했다.
오뚝이 고개에서 강씨봉 오르는 길은 자세히 보지 않았으면 찾지 못할 뻔했다. 잣나무길을 지나니, 방화선에는 억새가 우거져 있었다.
사람이 많이 다니지 않아서 길은 희미했고, 억새는 사람 키 높이 정도 되어서, 억새바다에 모두 빠져서 고개만 내밀고 앞으로 나갔다. 강씨봉 능선에 오르니, 우리가 지금까지 왔었던, 귀목고개-귀목봉-청계산 갈림길이 뚜렷했고, 저 멀리 명지산, 화악산이 보였다.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1000미터 높은 산의 한가운데 있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상쾌하고, 가슴속 깊숙이 맑아지는 느낌이다.
[16:18] 억새 때문에 희미해진 길 말고는 힘들지 않게 정상에 도착했다.
강씨봉에서 바로 하산하지 않고, 능선(한북정맥)을 따라 북쪽으로 한 시간 정도 산행 후, 도성고개에 도착했다. 도성고개에서 계속 북쪽으로 가면, 민드기봉, 개 이빨봉을 지나, 국망봉을 오르게 되고, 서쪽으로 하산하면 포천 일동, 동쪽으로는 적목리 쪽으로 하산하게 된다. 우리는 일동 방향 하산길을 선택하였는데, 도성고개에도 억새밭이 넓게 펼쳐져 있고, 잣나무 숲도 우거져 있었다.
[18:30] 도성고개를 지나, 하산한 곳은 불 땅 계곡이었다. 시간은 벌써 6시에 다가가고 있었고, 흐린 날이라 일찍 주위가 어둑어둑 해지는 느낌이 들었지만, 여름 산행에 계곡물을 그냥 스쳐갈 수는 없는 일, 우리는 계곡물에 발을 담그는데, 물이 너무 차가워 오랫동안 버틸 수는 없었다. 아쉽지만, 계곡을 떠나 일동 쪽으로 하산 후, 이동막걸리를 한잔 하며 버스를 기다렸다.
돌아오는 길에 버스가 조금 막히기는 했지만, 장쾌한 한북정맥과 가평의 높은 봉우리, 아직 피어나지 않은 억새밭, 차가운 계곡물, 시원한 이동막걸리 맛으로 오래도록 기억될 산행이었다.
산행지 : 귀목봉-강씨봉(경기 가평)
날 짜 : 2003년 8월 17일
날 씨 : 흐림
산행코스 : 상판리 -귀목고개 -귀목봉 -오뚝이 고개 -강씨봉 -도성고개- 불땅 계곡 -일동
산행시간 : 7시간 55분(10:50~18:45)
산행일행 : 하나사랑, 사노라면, 지누, 지요, 맑은물, 천지산악아저씨
교 통 : 상봉터미널-현리(시외버스), 현리-상판리(군내버스), 일동-포천-수유리(버스)
[포토 산행기]
[귀목봉에서 남쪽 방향 조망, 연인산, 운악산, 청계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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