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 11. 1. 14:53ㆍ산행일기
경기도 연천과 강원도 철원의 경계에 있는 고대산을 찾았다.
의정부역에서 매시 20분 출발하는 기차를 탔는데, 등산객들로 기차는 만원이다. 1시간 20분 동안 북으로 달려서 드디어 경원선의 종점, 신탄리역에 도착했다. '철마는 달리고 싶다.'라고 외치는 그곳, 더이상 갈 수 없는 경원선의 북쪽 끝이었다.
신타리역을 나와 북쪽으로 50미터 올라가, 철길을 넘고, 주차장을 지나 매표소에 도착했다. 매표소에서는 쓰레기 수거비를 받는다. 고대산은 1, 2, 3 등산로가 있는데, 우리는 가운데 있는 제2 등산로를 선택했다.
처음엔 넓은 흙길과 시멘트 포장길이었지만, 곧 산길이 시작되었다. 길 옆으로는 신갈나무 숲이 우거졌는데, 특이하게 잡목 들이 별로 없다. 매표소를 출발한지 1시간을 조금 지나니 숲을 벗어나면서, 확 트인 주위 경관이 눈에 들어온다. 철원평야와 경원선을 따라 늘어선 마을과 차탄천이 인상적이다. 가끔은 나무에 시야가 가려지기도 했지만, 계속 주위 경관을 내려다보면서 산행을 한다.
칼바위 능선에서 부터는 주위 조망이 확 트여서, 노랗게 물들어가는 철원평야가 완전히 눈에 들어오고, 그 뒤로 비무장지대와 군사 훈련을 위해 군인들 머리처럼 깎아 놓은 산들도 보인다. 아직은 새파란 가을산과 누렇게 물들어가는 논이 잘 어우러져 있다.
매표소를 출발한지 2시간을 지나, 주능선에 도착했다. 멀지 않은 곳에 정상이 보이고, 동쪽으로는 금학산으로 이어지는 능선, 남쪽으로는 겹겹이 포개진 산의 모습이 아름답다. 주능선에는 망초대를 비롯한 가을꽃들이 지천으로 피어있다.
2시 15분쯤 도착한 정상은 넓은 헬기장과 붙어 있고, 한쪽 끝에 고대산이라는 정상 표지석이 있다. 휴전선이 가까워서 그런지, 정상 바로 아래는 군부대가 있고, 일요일인데도 현역병들이 제초작업을 하기도 하고, 등산객들 바로 옆에서 근무를 서고 있는 군인도 있다. 우리는 늘 그랬듯이 점심은 비빔밥으로 해결했다. 처음엔 밥이 너무 많다고 생각했었는데, 점심시간이 늦어서 그런지, 한길 비빔밥이 맛있어서 그런지, 그 많던 밥이 하나도 남지 않았다.
넓직한 정상에서 사진도 찍고, 따뜻한 9월의 햇살도 쬐면서 시간을 보내다가, 3시부터 하산을 시작했다. 군부대로 이어지는 길은 군인들이 잘 다듬어 놓았지만, 군부대를 지나고부터는 작은 돌멩이들과 경사가 급한 젖은 길이 30여분 동안이나 계속되어, 앞뒤로 넘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넘어지지 않을려고 눈에 힘을 주고, 주위 사람하고 얘기도 하지 않으면서, 온 신경을 두 발에 집중한다.
한참 내려오니 경사도가 그나마 완만해지고, 올라 갈때 처럼 주위에 신갈나무 숲이 시작되었다. 계곡 물소리를 들으며 내려가다가, 표범폭포 안내표지판을 만났다. 주 등산로에서 계곡쪽으로 50여 미터를 내려가니, 높이 20여 미터에 달하는 표범폭포가 나타난다. 가을이라 수량이 많지는 않았지만, 주위가 그늘지고, 물은 깊고, 검은 바위를 흘러내리는 폭포에서 검은 표범의 날렵한 기운이 느껴진다.
표범폭포를 뒤로하고, 조금 더 내려가니, 망초대 꽃밭이 나오고, 그곳부터는 주차장까지 넓은 길이 이어졌다. 휴식시간, 점심시간 포함하여 산행시간은 5시간 25분이었다. 고대산은 경원선 신탄리역을 이용하면 쉽게 접근할 수 있고, 등산로만 따라가면 무난하게 산행을 끝낼 수 있다. 무엇보다 정상에서 바라본 철원평야는 초가을 9월에 딱 어울리는 풍경이었다.
산행지 : 고대산(832m, 경기도 연천, 강원 철원)
날 짜 : 2003년 9월21일
날 씨 : 맑음
코 스 : 주차장-제2코스-칼바위-정상-표범폭포-주차장
시 간 : 5시간 25분
산행참가 : 7명(호~옹, 하늘풀꽃, 모해, 지요, 봄날, 하나사랑, 맑은물)
교 통 : 의정부역 ↔ 신탄리역 (경원선 열차)
************************************************************************
[경원선 최북단 역, 사실은 원산을 거쳐 시베리아로 연결되는 철도인데....]
[칼바위 능선에서 바라본 철원평야와 저 멀리 비무장지대& 북쪽 땅]
[9월에는 역시 구절초]
[하늘, 구름, 평야, 야생화 그리고 산]
[남동쪽 전경]
[저산이 아마도 금학산]
[정상은 군부대 초소였다.-_-;;]
[검은 암벽을 흘러내려서 그런지 흑표범 같은 표범폭포]
[주 능선에서 본 철원평야, 클릭]
[오른쪽 고대산 정상과 저 멀리 철원평야]
'산행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을비 내리던 날 수리산 산행기 (2002년 9월 15일) (0) | 2004.01.01 |
---|---|
억새핀 한북정맥의 명산, 포천 국망봉(2003년 10월 4일) (0) | 2003.11.02 |
경기도 오지 귀목봉-강씨봉 산행후기(2003.8.17) (0) | 2003.10.29 |
지리산 종주후기 5 (2003년 7월27일) (0) | 2003.10.01 |
지리산 종주후기 4(2003년 7월27일) (0) | 2003.10.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