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 11. 2. 00:02ㆍ산행일기
깊어가는 가을, 경기도 포천의 국망봉을 찾았다.
이른 아침, 동서울에서 7시 10분 출발하는 사창리행 첫차를 타고 광덕고개로 향했다. 토요일의 첫차라서 승객은 6명의 더불어한길 사람들과 6~7명의 승객이 전부이다. 그중에 절반은 면회객이다.
1시간 40분여를 달린 버스는 광덕고개 꼭대기에 우리를 내려놓고 강원도 화천군으로 내려갔다. 광덕고개 휴게소에서 화장실도 다녀오고, 막걸리와 먹을것을 보충해서 9시 20분 먼저 백운산을 향해 출발한다.
백운산 입구에서는 쓰레기 수거비용으로 입장료를 받고 있다.
광덕고개가 해발 600미터가 넘는곳이라 해발 900여 미터의 백운산 정상까지는 그리 험하지 않고 완만한 경사로 이루어져 힘들지 않은 길이다. 백운산은 2002년 8월에 한번 찾았던 산이라, 익숙한 듯하면서도 그때와 달리 가을 분위기가 한껏 풍기는 산길을 걸으니 가슴속 깊이 상쾌함이 느껴진다.
[10:35] 광덕고개를 출발한 지 1시간 10분 만에 백운산 정상(904m)에 도착했다. 그런대로 빠른 걸음이고, 오늘은 모두 컨디션이 좋아 보인다. 백운산 정상에서 주위를 둘러보니 광덕산, 석룡산, 화악산이 보이고, 서쪽으로는 명성산인듯한 산도 보인다. 지난번 강씨봉 산행 때와 마찬가지로 한북정맥의 어느 봉우리에 올라서 부드럽게 뻗어가는 한북정맥을 바라보는 것은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즐거움이 있다.
백운산 정상에서 흥룡사쪽으로 내려가면 백운계곡으로 하산하는 길인데, 2002년 8월에 갔던 길이다. 오늘의 목표는 국망봉이기 때문에, 이번에는 도마치봉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백운산 정상과 도마치봉은 해발 30여미터 차이밖에 안 나고 중간에 삼각봉이라는 작은 언덕(?)만 넘으면 되는 완만한 능선길이다. 하지만, 한북정맥 백운산-국망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은 평균 해발 고도가 1000미터 정도여서, 설악산이나 지리산의 능선보다는 낮지만, 능선길을 걷는 재미가 있는 구간이다.
[11:33] 백운산 정상을 떠난 지 50분 만에 도마치봉(937m)에 도착했다. 도마치봉 주위에는 가을 풀꽃들이 많이 피어 있다. 도마치봉에서 남쪽 방향을 보니 국망봉인듯한 높은 봉우리가 있었다. 능선길을 따라 이어지지만, 그리 멀어 보이지는 않았다.
아침 일찍 집에서 나왔기 때문에 모두들 밥 먹을 시간을 기다리고 있는 눈치다. 도마치봉에서 선로령 방향으로 10분 정도 내려오다 보면, 능선길 오른쪽으로 바위틈에서 흘러나오는 샘이 있는데, 오늘 점심을 먹을 자리로 낙점이다.
오늘도 점심메뉴는 한길 비빔밥이다.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산에서 먹는 비빔밥 맛은 꿀보다 맛있다. 밥과 고추장에 준비해온 비빔밥용 반찬, 참기름으로 밥을 쓱쓱 비며 먹으니 그 많던 밥이 어느새 모두 사라지고 없다.
갈 길이 멀기에 점심을 먹고 샘에서 물을 받아 발걸음을 옮기는데, 뒤돌아 보니 도마치봉에서 서쪽으로 흘러내겨가는 암릉이 가을의 풀과 단풍과 어울려 멋진 모습을 연출하고 있었다. 우리는 그곳을 배경 삼아 돌아가면서 사진을 찍고, 잠시 후 헬기장에 도착했다.
헬기장 주변에는 억새는 아니지만, 억새 비슷한 가을 풀이 허리높이로 자라 있어 어느 곳보다 진한 가을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헬기장에서 왼쪽(동북쪽?)으로 갈라지는 능선을 따라가면 석룡산과 화악산으로 이어지게 되고, 남쪽 능선을 따라가면 선로봉을 넘어 국망봉까지 가게 된다.
우리는 선로봉을 향해 출발을 했는데, 넓은 억새밭은 없었지만, 방화선을 따라 곳곳에 억새가 하얗게 피어있었다. 하얀 억새꽃 앞에서는 꼭 멈춰서 사진을 한 장씩 찍었다.
헬기장에서 선로봉까지 이어지는 능선은 평균 해발 900여미터의 높고 장쾌한 길인 데다가, 방화선을 내면서 20여 미터 넓이로 나무를 베어내서, 주변의 고산의 풍경이 시원하게 펼쳐져 있었다.
[15:00]선로봉까지는 보이는 것보다 거리가 멀었다. 눈앞에 보일듯한 선로봉을 두 시간이 더 걸려서야 도착할 수 있었다.
선로봉에서 뒤를 돌아보니, 도마치봉, 백운봉으로 이어지는 한북정맥이 뱀처럼 구불구불 이어지는것이 한눈에 보였다. 저 먼 거리를 우리가 왔다니... 참 대단하단 생각이 들기도 하고, 오전에 컨디션이 좋다고 좀 무리한 목표를 잡은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선로봉에서는 이제 오르막길만 한번 오르면 국망봉 정상에 도착하지만, 벌써 6시간가량 산행을 한 사람들은 많이 지쳐있었다.
선로봉을 막 출발했는데, '벼이삭처럼'이 보이지 않았다. 먼저 갔으려니 하고 출발했는데, 알고보니 엉뚱한 길로 먼저 출발한 것이었다. 이정표를 자세히 보면 길을 잃지 않겠지만, 선로봉 정상에서는 국망봉 아래 북서쪽 계곡으로 바로 내려가는 길이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15:50] 선로봉을 출발한 지 50여분, 드디어 길고 긴 능선의 종착지인 국망봉 정상에 도착했다. 1168 미터의 경기도에서 손꼽히는 고봉 가운데 하나.
정상에는 오래된 나무표지판과 함께, 포천시 승격을 기념하는 화강암 재질의 정상표석이 새로 세워져 있었다. 높은 봉우리를 홀로 지키는 표석이 이 가을에 왠지 쓸쓸해 보였다.
국망봉에서 남쪽으로 계속 진행하면, 민둥산을 넘어 도성고개를 지나 강씨봉까지 이어지는 한북정맥구간이 이어지지만, 늦은 시간을 생각하여 기념사진을 남기고 이동면 쪽으로 하산을 선택했다.
국망봉 정상부근은 벌써 아름다운 단풍이 물들어 있었다. 하산길은 계속해서 아래로 아래로 내려가는 험한 길이었다.
중간에 대피소를 새로 짓고 있었는데, 일하시는 분들은 그곳에서 숙식을 하면서 대피소를 짓고 있다고 했다. 올해 초 겨울, 운동복 차림으로 산을 올랐던 부부가 동사하는 사고가 발생했던 곳이 이곳 국망봉이다. 대피소를 짓는 것은 어차피 임시방편, 등산객은 절대 산을 얕잡아 보지 말고, 자신의 안전은 자신이 챙겨야 할 것이다.
시간은 6시가 다가왔고, 주위는 이미 어둑어둑 해지고 있었다. 낮에 보면 맑고 깨끗했을 장암 저수지는 어둠을 머금어 무서움이 느껴진다. 드디어, ** 생수공장을 지나고, 국망봉 휴양림 입구를 빠져나왔지만, 30분을 더 걸어야 이동면 버스터미널까지 갈 수 있다.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포천 이동막걸리로 산행의 갈증을 달래고, 서울행 버스를 타는 것으로 하루는 마무리됐다.
당일 산행으로는 최고인 9시간을 넘는 기나긴 산행에 힘들었지만, 주변 경치가 너무 아름다웠고, 가을의 느낌을 120% 맛볼 수 있어서 뿌듯한 산행이었다.
[백운산 부근의 단풍]
[도마치봉 삼거리?? 국망봉과 석룡산 갈림길이다]
[알려지지 않은 한북정맥 억새]
[표범나비]
[쓸쓸한 국망봉 표지석]
[화악산을 배경으로]
[명지산 전경]
[남쪽으로 뻗어가는 한북정맥..]
[화악산, 석룡산 능선]
[서쪽으로는 명성산, 각흘산// 북쪽으로는 광덕산을 넘어 달리는 한북정맥//클릭]
[국망봉 정상 부근의 단풍]
[생수공장을 지나... 산행 안내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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