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 2. 2. 13:02ㆍ산행일기
토요일 오후, 퇴근하고 회사 사람들과 친선을 다지는 축구경기를 하고, 대둔산이 있는 충남 금산으로 향한다.
안산에서 대전으로 가는 버스를 탔는데, 토요일 오후라 자리가 없다. 축구의 피로로 버스 통로에 앉아 졸며, 버스 기사 아저씨와 얘기도 하다 보니 어느새 대전에 도착했고, 대전에서 버스를 갈아타고 금산에 도착하니 벌써 저녁 8시가 넘었다.
금산이 집인 '벼이삭'에게 전화를 걸어 집에 도착하니 거실에는 진수성찬이 차려져 있다. 서울에서 먼저 내려온 더불어한길 회원들은 벌써 저녁을 먹고, 인삼주 판을 벌이고 있다. 벼이삭의 집에서 직접 담근 인삼주인데 5년 이상된 것들이라고 한다.
인삼주를 앞 에두고 사람들과 얘기하다 보니 새벽 3시가 넘었고, 인삼주의 효능에 취하지는 않았지만 축구의 피로로 잠들고 말았다. 여전히 술을 마시며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몇몇은 남겨둔체로......
다음날, 아침도 맛있고, 든든하게 챙겨 먹고 금산터미널에서 전주 가는 버스를 타고, 대둔산 정류장에서 내렸는데, 아뿔싸! 디지털카메라를 두고 내렸는데, 버스는 이미 멀리멀리 전주로 떠나버렸다. 이곳저곳 물어서 버스기사 아저씨와 통화하게 되었고, 카메라를 바로 습득하여 보관하고 있다고 하여 마음은 놓인다.
다행스러운 마음으로 산행을 시작하는데, 단풍철이라서 매표소 입구에는 거짓말 하나 안 보태고 수백 명의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입장권을 끊는데만 30분가량을 소비하고 산행을 시작했는데, 역시나 등산로도 사람으로 가득 차 있다. 세상에나, 단풍철의 설악산이나 내장산에만 사람이 많은 줄 알았지, 대둔산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있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
그렇게 사람들 속에 묻혀 1시간을 오르니 대둔산의 명물 금강구름다리가 사람들을 가득 태운체 머리 위에 있다. 하지만, 그때까지 명물 구름다리가 최악의 코스가 되리라곤 예상하지 못했다. 다리 아래에서 잠시 쉰 다음 산행을 시작하는데, 1m 전진하기도 힘들고 뒤에서 사람들은 계속 올라오고 진퇴양난 이다. 결국 사람들 틈에 끼여 구름다리를 건너는데 한 시간여를 또 허비하고 말았다. 두 번째 구름다리(삼선 구름다리)는 시간상 포기하고 정상으로 바로 올라가는 지름길을 택한다.
정상으로 바로 오르는 등산로의 경사는 엄청나게 가파르다. 특히 철계단을 오를 때는 후들후들 거리는 다리를 안심시키기 위해 팔에 힘을 꽉 주고 오른다.
가파른 길을 오르니 금세 고도가 높아지고, 산 아래에서는 아직 파랗던 나뭇잎이 산 중턱에서는 단풍이 드는가 싶더니, 산 정상 부근에 가니 이미 떨어져 있다. 대둔산이 단풍으로 유명하지만, 올해는 빠른 서리로 단풍이 없는 듯하다.
정상인 마천대에는 거대한 조형물이 있다. 정상에서 잠시 시간을 보낸 후 10여분을 내려와 경치 좋은 넓은 바위에 앉아 점심을 먹는다. 올라오던 길과 반대 방향(논산)으로 조금 내려왔을 뿐인데, 등산객이 적어서 호젓한 분위기에서 밥을 먹고, 땀으로 배출된 알코올 성분을 일광욕으로 증발시키며, 잠시나마 조용한 시간을 갖는다.
내려가는 길엔 장군바위를 지나 커다란 바위길을 따라가기도 하고, 능선을 거의 다 내려와서는 군지골에 접어 들어서는 좁은 바위 협곡을 지나야 하는데, 꽤 이색적인 곳이다.
산행을 마치고는 버스를 기다려, 논산으로 이동, 다시 대전을 거쳐 각자 자신의 공간으로 돌아간다. 풍광도 좋았지만, 대둔산의 인파 속 산행은 한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디카 분실로, 절정의 단풍은 마음속에만 담아 왔습니다)
산행지 : 대둔산 (878.9m / 충남 금산, 논산)
날 짜 : 2003년 10월 19일
날 씨 : 맑음
코 스 : 공원관리사무소(금산) - 금강구름다리 - 정상(마천대) - 장군바위 - 군지골(논산)
시 간 : 약 5시간
일 행 : *명
교 통 : 금산에서 대둔산 시외버스 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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