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 8. 10. 19:58ㆍ산행일기
봄을 타는지, 봄을 타고 싶은 건지 왠지 산에 가고 싶어 며칠 전 인터넷 산행동호회 카페를 찾아 가입했더니, 운영자에게서 연락이 왔다. 주말에 정기산행을 가는데, 가자는 것이다. 이렇게 사람을 챙겨주는 모임이면, 괜찮을 것 같아 정기산행에 참여하기로 하고, 일요일 아침 일찍 안산 집을 나선다. 기차여행 같은 전철을 타고 청량리역에 약속시간에 도착했다.
'더불어한길'이라는 산행카페에 가입하고 첫 산행이라 설렘반, 걱정반으로 청량리역 광장으로 나가니, 먼저 나온 몇 명이 나에게 아는 체를 해준다. 약속시간이라 몇 명이 산행을 하겠구나라고 생각했는데, 무려 1시간 30분을 뒤늦게 출발해서 역으로 오고 있는 사람들을 기다린다. 이 모임 조금 시간 개념은 없다는 느낌이지만, 신입회원이라 그러려니 한다. 10시 35분 춘천가는 기차를 탈 때는 뒤늦게 온 사람 포함 15명이 좌석+입석 기차를 탄다.
경춘선 기차를 타고 강촌역에 도착하니 12시가 넘었다. 그런데도 산에 가지 말고 자전거를 타고 놀다 가자는 의견이 있다. 자유분방한 모임이지만 왠지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고 호감이 가는 모임이다. 어쨌든 우리는 북한강길을 따라 삼악산 입구에 있는 등선폭포로 향했다. 봄을 맞이하여 북한강변은 사람들로 활력이 넘쳐흐른다.
삼악산 매표소를 통과하자 마자 눈앞에 보이는 등선폭포의 절경에 감탄하며 소리쳐 달려간다. 어떤 이는 벌써 포즈를 잡고 사진 찍어 달다고 난리 법석이다. 등선폭포는 선녀가 올라갔다는 뜻인 것 같았는데, 이름에 어울리는 멋진 폭포다.
계단을 따라 올라간 등선폭포 윗쪽 계곡은 큰 산처럼 수량이 많은 것은 아니지만, 졸졸 흐르는 물소리가 정겹다. 배고픔을 대신 마신 구수한 누룽지 막걸리의 효력이 떨어질 무렵, 밥 먹을 시간이 됐다.
그런데 누군가 갑지가 커다란 양재기를 꺼내더니, 그곳에 각자 싸 온 밥, 김밥과 참기름, 김치, 참치, 고추장, 깨소금 등 모든 것을 다 넣어 비빔밥을 만든다. 모임이 생긴 지 1년여 되었는데, 나름 전통이라고 한다. 별다른 음식이 들어간 것도 아닌데, 양재기 비빔밥의 맛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을 정도로 맛있다. 함께 먹으니 양재기 비빔밥은 금방 바닥을 드러냈고, 뭔가 부족한 표정이다.
부족했지만, 맛있는 음식에 만족해하며 다시 갈던길로 올라가니 작은 암자에서 청아한 목탁소리, 불경 읊는 소리가 조용한 삼악산 계곡 깊숙이 퍼져 나간다. '아름다운 소리...' 오늘은 뭐든지 아름답고 멋있고 재미있고 좋고 그렇다.
2시간 반의 산행 끝에 드디어 삼악산 정상에 도착해보니, 상상도 못했던 아름다운 경치가 눈앞에 펼쳐집니다.
한눈에 보이는 춘천시와 의암호, 파란 호수 가운데 떠있는 섬.
'아~~ 이렇게 아름다운 풍경을 볼 줄이야....' 감탄하는 마음이 계속 이어진다.
정상의 시원한 바람을 뒤로하고, 하산하는 길은 좀 험난하다. 등산 초보바지만 '악'자 들어가는 산은 험하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삼악산도 예외가 아니다. 정상에서 내려오는 한동안 바위에 연결된 쇠줄을 타고 내려와야만 했다. 금방 무너질 듯한 절벽 아래 자리 잡고 있는 작은 암자의 샘물로 목을 축이니 산행의 종점, 의암산장이 바로 눈앞이다. 힘들었지만, 급경사길을 내려온 것 같다.
산행을 끝내고 다시 강촌역까지 가야 하는데 차편이 없다. 잠시 의견 조율(?) 과정을 거쳐, 결국 무임승차를 시도해 보기로 한다. 30여분을 지나가는 차를 잡기 위해 손가락을 치켜 세운 끝에, 고마운 운전자분들을 만났고, 우리는 강촌까지 편하게 올 수 있었다. 이제와 사실대로 말하자면, 마지막에는 일부러 단체로 쪼그려 앉아 최대한 불쌍해 보이려고 했었다.
강촌역에 도착했으나, 입석이라도 탈 수 있는 기차는 1시간 30분이 더 남았다. 마침, 저녁시간이 되어 우리는 컵라면과 캔맥주를 들고 북한강가로 갔다. 소박한 저녁이지만, 라이브 가수의 통기타 음악은 공짜로 들을 수 있다. 해저무는 북한강을 앞에 두고 지금껏 먹었던 어떤 컵라면 보다 낭만적인 컵라면을 후르륵 마신다.
기차를 타고 돌아오는 길에는 깜박 잠이 들었다 깨어보니 성북역을 지나고 있다. 청량리역 도착하니 벌써 늦은 밤이다. 같이 갔던 더불어한길 모임 사람들과 광장에 모여 서로에게 수고했다며 박수를 치고 헤어졌다. 안산 집에 들어오니 0시 20분. 피곤하고 긴 하루였지만, 되돌아 보니 자꾸만 웃음이 나온다. 즐거운 하루였다.
산행지 : 삼악산 (강원 춘천)
날 짜 : 2001년 4월 15일
날 씨 : 맑음
산행코스 : 강촌역 - 등선폭포 - 등선봉갈림길 - 삼악산 정산 - **사 - 의암댐 - 강촌역
산행시간 : 5시간(12시30분 ~ 5시 30분)
일 행 : 15명
교 통 : 경춘선 강촌역 이용
[포토 산행기] 대신, 사진에 대한 단상.
2001년 사진이 귀하던 시절이다.
사진은 필름이 들어가는 카메라로 찍었고,
디카(디지털카메라)라는 일부만 소유하고 있었다.
20대 학생, 사회초년생에게 디카는 선망의 대상.
그럼 스마트폰 카메라는 2008~2010년 전후로 대중에게 보급되기 시작했고, 화질이 좋아진 것은 2015년 전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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