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초보의 청계산 개척 산행기(2001. 5.13)

2001. 8. 18. 13:13산행일기

일요일에 서울 서초구, 과천, 의왕, 성남에 걸쳐 있는 청계산을 찾았다.
회사 후배와 양재동 화물터미널 쪽에서 산행을 시작했다. 청계산에 처음 가는 두 사람이 지도를 안 보고 덜렁 출발하여 등산로 입구를 찾느라 많이 헤맸다. 서울 근처 산이라고 청계산을 너무 쉽게 보았던 거 같다.

 

등산로가 보이지 않는 옥녀봉을 넘어 제대로 된 등산로를 찾을 수 있었다. 이제부터는 넓은 등산로가 이어진다. 청계산 정상 표지석이 있는 매봉까지는 나무사이로 계단길이 있어서 조금 지루했지만, 산들바람이 간간이 불어와 시원했다.
청계산 매봉 옆의 매바위에 올라서니 성남, 분당, 과천, 안양, 서울이 모두 내려다 보인다. 과천 서울랜드와 경마장, 맞은편의 관악산, 모형같이 느껴지는 분당, 강남의 고층 빌딩들, 그 뒤로 서울.... 

 

매봉을 뒤로하고, 군부대가 있는 봉우리의 옆구리를 돌아 망경대에 올라간다. 맑은 날에는 서해까지 보인다는 망경대(望京臺), 원뜻은 고려시대 어떤 선비(?)가 임금이 있는 개경을 내려다보던 곳이라고 한다. 희뿌연 공기로 시야가 그리 좋지 않아 서해바다는 보이지 않지만, 과천시 넘어 관악산, 남산 뒤의 북한산까지 어렴풋하게 보인다. 지금보다는 공기가 깨끗했을 고려시대에는 충분히 개경이 보였을 것 같다. 

망경대에서 내려오는 길에 들른 청계사, 왠지 익숙하다고 했더니, 얼마 전에 티비에서 봤던 우담바라! 500년 이상된 불상에서 피는 꽃이라는 우담바라로 한때 시끌벅적 했던 절이다. 우리가 갔을 때는 모두 없어졌지만, 사진으로 우담바라를 만날 수 있었다.

 

청계사에서 인덕원 쪽으로 내려오다 보니 의왕 개구리 학습장(?)이 나왔다. 동네 어린이들이 올챙이를 보고 즐거워 했다. 서울근교인데도 한적한 시골의 정취가 느껴져 좋다. 한 시간을 더 걸어가다 길 옆 슈퍼마켓에 들러 파전에 막걸리를 시켜놓고, 흔한 등산객 흉내를 내어 본다.

청계산은 산세가 좋으면서도, 등산로는 그리 험하지도, 혼잡하지도 않고, 경치는 아름답다.
이번 산행을 마치면서 지도의 중요성을 깨닭았다. 우리 삶도 지도와 나침반을 가지고 올바른 길을 가야 하듯, 산행도 마찬가지였다. 결국엔 올바른 지도자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산행을 잘하는 사람이 지도자가 아니라, 올바른 길을 안내하고, 함께 사람들을 이끌어가는 지도자가 훌륭한 지도자겠지?


그런데 말이죠. 이렇게 산을 자주 다니다가 산에 중독되는 것은 아닌지, 살짝 걱정이 되는 저녁이다.


산행지 : 청계산 (서울, 과천)

날  짜 : 2001년 5월 13일

날  씨 : 맑음

일  행 : 2명 (나 & 회사 후배)

코  스 : 양재동화물터미널 - 옥녀봉 - 매봉 - 매바위 - 망경대 - 청계사 - 인덕원역

산행시간 : 4시간

교  통 : 버스 & 전철(양재역, 인덕원역)


[2004.6월 청계산 매봉에서 조망, @맑은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