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 8. 27. 20:06ㆍ산행일기
산행 동호회 더불어한길 회원이 된 지, 이제 3달이 조금 넘었는데, 일요일에 두 번째 산행이 예정되어 있다.
10시에 모이기로 한 관악역에 도착한 시간은 10시 03분.
'3분 늦었는데 혹시 누가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는것은 아닐까? 처음 보는 사람이 있으면 어떻게 말을 걸지?'
기대반, 걱정반으로 전철 출구를 나왔는데 다행히(?) 아직 아무도 없었다.
'이제부터 누가 뭐래도 난 10시 정각에 온거야. 곧 누군가 오겠지'
전철 출구에서 기다리기 시작한다. 전철이 한번 지나갈때마다 우르르 밀려 나오는 사람들 속에서 혹시 아는 사람이 나오는지 집중하며, 전철을 몇 번을 보낸다. 전철 출구에서 벗어나 전철역사 벽에 붙어있는 좋은 글들이며 각종 모집광고들까지 모두 읽었지만, 아는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뭔가 잘못되었다는 느낌이 들때즈음, 전철 출구 쪽에 드디어 익숙한 얼굴이 보인다.
개똥이! 역시 기다린 보람이 있다. 일단 개똥이를 만나고서도 한참을 기다려 개똥이의 여자친구를 만날 수 있었고, 이제 더 이상 기다리지 않고 관악역을 벗어난다. 오늘은 이렇게 셋이서 삼성산 산행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산에 올라가기도 전에 이미 점심시간이 되었고, 배가 고프다. 개똥이와 그의 여자친구도 배가 고픈 눈치였지만, 우리는 그래도(?) 산에 왔는데 삼막사까지는 가서 점심을 먹기로 하고, 늦은 시간을 만회하려고 부지런히 올라갔다. 삼막사 오르는 길을 그리 험하지는 않다. 대부분 오솔길이었고, 조금 험한 바위코스는 일부분이었다.
험한 바위코스를 지나가는데 옆에서 쉬던 아저씨들이 말하길, "학생(?), 어려운 길로 가서 여학생에게 잘 보이려고 그러지? 나도 젊었을 때는 그랬어"
사실, 나는 학생도 아니고, 누군가에서 잘 보일려는 의도도 없는데....
개똥이의 여자친구는 개똥이에게 힘들다고 엄살스런 애교(?)를 보이고, 개똥이는 받아주고.... 그런 모습은 왠지 나에게 힘을 주어서, 나는 배고픔도 있고 혼자 묵묵히 산을 올랐다.
바위 구간을 지나 오르다 보니 왼쪽 계곡의 어마어마한 산림파괴의 현장(체석장?)이 보인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렇게나 넓은 곳을 파헤쳐 놓다니 조금 이해하기 힘든 광경이었다.
드디어 도착한 삼막사, 약수물을 마시고, 물병을 채우고 삼막사를 한 바퀴 둘러보았다. 고려시대 승장 김윤후가 몽골의 *****를 죽인 기념으로 세웠다는 삼막사. 삼층석탑이 절의 오랜 역사를 말해주고 있었지만, 우리는 배고픔을 달래게 점심 먹을 자리를 찾는 것이 우선이었다.
삼막사 왼쪽의 시멘트 포장길을 따라 올라가니 넓은 바위가 있었는데, 거북이등처럼 넓은 그곳에 올라 점심을 먹을 수 있었다. 작은 양의 밥과 더 작은 양의 반찬이었지만, 셋이서 사이좋게 나눠먹는다. 올라오는 동안 배고프다던 개똥이의 여자친구는 정작 밥 먹을 시간에는 먹기 싫다고 한다. 밥이 적어서? 밥이 맛이 없어서? 그 깊은 뜻은 무엇일까?
밥을 먹고 난 뒤 따뜻한 바위 위에 누워 자고 싶은 본능을 억누르며 정상이라고 할 수 있는 국기봉에 올랐다. 사실, 개똥이의 여자친구에게 봉우리에 오를때 마다 정상이라고 거짓말을 한 것까지 하면 우리는 이미 수많은 삼성산 정상을 올랐었다.
국기봉을 지나고 부터는 올라올 때와 전혀 다른 험난한 산행이 시작된다. 밧줄과 나무에 의지하며 험한 길을 한참 내려가야 했다. 하산길 중간에서 본 도사바위. 진짜 도사처럼생겼는데, 근처에 계시던 아주머니들이 말씀하시길,
"잘 봐요. 누구 닮지 않았나요? 혹시 자기 얼굴을 보는 거 같죠?"
깊은 시름에 잠겨 한껏 인상을 쓰고 있는 험한 도사바위와 해맑게 웃는 밝은 내 얼굴은 비교 불가다.
도사바위를 지나고부터 텔레파시놀이(?)를 하며 재미있게 내려왔더니 어느새 편안한 계곡길을 만난다. 철쭉동산과 제2광장을 거쳐 서울대 옆으로 내려가 산행을 마무리 짓는다.
산행을 끝내고 신림동을 돌고 돌아 맥주집을 찾아 갈증을 달랬다. 하지 무렵이라, 1차를 마치고 나왔는데도 밖이 환하다. '어두워질 때까지!'를 외치며 마셨는데, 밝던 날씨가 갑자기 어두워지더니 비가 내려 가게 안으로 대피한다. 저녁이 깊어진 시간, 뒤풀이를 끝내고 더불어한길에서 각자의 길로 갈라져 집으로 돌아간다.
산행지 : 삼성산(안양, 서울)
날 짜 : 2001년 6월 17일
산행코스 : 관악역-삼막사-국기봉-서울대
산행시간 : 4시간(12:00~16:00)
날 씨 : 흐림
일 행 : 3명 (개똥이, 개똥이 여자친구, 맑은물 )
교 통 : 대중교통 (전철)
사진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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