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산행일기(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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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가을의 짧은 산책, 서울 인왕산(2011.10.16)
깊어가는 가을에 집에서 가까운 인왕산을 찾았다.오가며 종종 바라보는 산이지만, 93년쯤 일반인에게 개방될 때 한번 오른 이후로 오랜만에 인왕산 산행이다.아내와 버스를 타고 사직공원에 내려 방향감으로 산행 들머리를 찾는다. 주택가를 지나 인왕산 아랫길을 따라가다 보니 서울 성곽길을 만난다. 성곽길 옆 공원에만 올라도 경복궁과 종로 광화문 일대가 내려다 보인다. 최근에 서울의 옛 물길에 호기심이 생겨서 자료를 찾아본 적이 있는데, 산과 언덕을 이어보니 대략 옛날 물길을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 체육공원을 지나 성곽길을 따라 오르다 보니, 손가락 굵기에 길이가 15cm가 넘는 지네가 앞을 지난다. 시골에서도 보기 힘든 큰 지네인데 다행히 사람들이 다니는 산책길을 지나 다시 풀숲으로 들어간다. 서울,..
2011.10.26 -
북한산 백운대 뒷모습을 볼 수 있는 양주 앵무봉(2011.9.18)
휴일 아침, 별 일 아닌 걸로 아내와 티격태격했다. 상황이 지나고 나면 별 일 아니지만, 그 순간에는 그렇지 못해 뒤늦게 후회하는 일이 종종 있다. 그래도 나는 쉽게 기분이 풀어지는 편이라서, 가까운 산으로 바람을 쐬러 가자고 제안한다. 아내는 기분이 늦게 풀리는 편이라, 시큰둥한 표정이지만 주말이라 나들이 겸 해서 따라나선다. 집을 나설 때까지도 사람들로 북적거릴 서울의 산을 제외하고 어디를 갈까 고민하다가, 출발하고 나서 멀지 않은 양주의 앵무봉으로 향한다. 경기도 양주의 앵무봉은 예전부터 한번 가보고 싶었으나 대중교통으로 접근하기 어려워 뒤로 미루었던 산이다. 낡은 승용차를 타고 서울을 벗어나 의정부 외곽길을 돌아, 북한산으로 이어지는 한북정맥 울대고개와 장명산으로 이어지는 한북정맥의 말머리고개를..
2011.09.29 -
소금강이 있는 경기도 양평의 소리산(2011.8.20)
일주일 전 정선 가리왕산 산행에 이어 2주 연속 산행을 떠난다. 이번에는 비교적 가까운 경기도 양평의 소리산이다. 토요일 아침에 아내와 치과에 다녀오느라 늦게 출발했더니, 도로가 꽉 막힌다. 아직 여름휴가철이 지나지 않았다는 것을 뒤늦게 깨닫고 후회해도 소용없다. 소리산 입구에서 친구들을 만나기로 한 시간에 우리는 겨우 서울을 벗어나고 있었다. 제시간에 도착한 먼발치에서는 가족들과 함께 와서 먼저 산에 올라가겠다고 한다. 큰 산이 아니라서 먼저 산행을 하라고 하고, 1시가 넘은 시간에 소리산 소금강에 도착한다. 배낭을 메고 산음천 유원지의 징검다리를 건너 횟가마골 입구에서 늦은 점심을 먹는다. 횟가마골은 아담하지만 시원한 계곡을 품고 있어서, 몇몇 사람들이 발을 담그고 늦더위를 식히고 있다. 가볍게 밥..
2011.08.28 -
영광의 동계올림픽에 팔을 내준 가리왕산(2011.8.14)
장마가 한창이던 7월 어느 날, 옆집의 큰 환호성에 나는 '오늘 축구 하나?'라고 생각했었다. 10년 이상 강원도 도민을 동원했던 올림픽유치는 짧은 순간 큰 환영을 받는 것으로 일단락되었다. 동계올림픽을 유치해서 누군가는 면죄부를 얻었고, 누군가는 부귀영화를 누릴 테고, 또 누군가는 낙후된 강원도에서 올림픽을 치른다는 자부심을 가슴속에 새기며 살아갈 것이다. 올림픽 유치가 확정되기 이전부터 가리왕산 중봉 스키 슬로프는 자연환경을 파괴할 것이 확실했다. 환경단체와 시민들이 가리왕산 숲을 지키기 위해 활동하는 동안 나는 마음으로 안타까워했지만 아무것도 한 것이 없다. 늦었지만 불과 몇 년 후에 사라질 가리왕산 중봉 능선과 계곡, 풀과 나무들을 찾아보고 싶어서 가리왕산을 찾기로 했다. 이렇게 말해 놓고 보니..
2011.08.17 -
서울 밖 한적한 산, 남양주 예봉산(2011.6.4)
한동안 산행을 할 수 없었다. 산을 찾고 싶었던 적은 있었지만, 여러 가지 상황이 나를 산에 가도록 허락하지 않았다. 대신, 시골 고향집을 종종 찾아간다거나 도시를 벗어나 자연을 잠깐 접하며 지내왔다. 그동안의 삶을 정리해 보면, 사랑, 결혼, 아빠, 천사, 이별, 온 세상과 자연 속의 더 많은 천사들..... 그렇게 몇 개월이 흘렀다. 그냥 산에 들어갔다 나오는 게 아니라, 높은 봉우리에 올라 넓은 세상을 내려다보며 시원한 바람을 맞고 싶었다. 현충일 3일 연휴 중 하루를 잡아 경기도 남양주의 예봉산으로 떠난다. 정상에서 시원한 한강 바람을 느낄 수 있다는 생각에 가는중에 벌써 가슴이 설렌다. 3~4년전 함께 풍력발전기를 개발한다고 고생했던 JM씨를 덕소역에서 만난다. 오랜만에 보니 반갑다. 덕소역에서..
2011.06.16 -
영동 천태산 유기농 산행(2010.8 )
더불어한길 사람들과 매달 가던 정기산행이 사라졌다. 언제부터 사라졌는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요즘 산행이 뜸하다. 깊은 산 숲 속이 아닌 대도시의 건물 숲 속에 갇혀 지내다 보면 문득 산으로 떠나고 싶은 마음이 생기기는 했었다. 하지만, 주중에 답답한 삶이 지속되면 산을 그리워하고, 주말에 잠깐 쉬면 산을 잊어버리고.... 지난 몇 달은 그렇게 산에 가고 싶은 욕망이 커졌다 작아졌다를 반복했었다. 그러다가 직장인들에게 팥빙수, 수박, 아이스크림, 찬물 샤워 같은 여름휴가가 다가 오자, 더불어한길 사람들과 여름 산행을 가기로 뜻을 모았다. 함께 갈 수 있는 사람들이 기껏해야 열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지만, 전국에 흩어져 사는 사람들의 접근성을 고려하여 후보지로 충남 금산의 서대산, 금강 상류 트레킹, ..
2010.08.30 -
경기도의 처마 끝, 한북정맥 백운산(2010.6.6)
경기도 하면 무엇이 떠오를까? 누군가는 서울을 둘러싸고 있는 도시들의 묶음을, 또 누군가는 남한강 북한강과 서해 등을 자연적인 공간을, 또 누군가는 산업단지를 떠올릴 것 같다. 경기도는 도시화가 점점 심해지면서, 인구 수십만에서 백만이 넘는 대도시가 생겨났고, 논과 밭이었고, 풀과 나무들이 자라던 경기도는 점점 사라지고, 곳곳이 난개발로 몸살을 앓고 있다. 하지만, 이런 난개발의 경기도와 달리 자연이 살아 숨 쉬는 경기도도 있으니, 바로 경기도 가평군 북면, 포천시 이동면 일대의 산악지대가 바로 그곳이다. 해발 1000미터 내외의 한북정맥이 지나가는 이곳은 웬만한 강원도의 산간지방보다 산이 많기도 하고, 그곳의 산은 멋있고,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산이 높다 보니 풍광이 아름답고 맑은 물이..
2010.06.07 -
조용하고 한적한 양평 추읍산(2010.2.28)
양평군에는 용문산, 청계산, 백운봉, 유명산(마유산), 중원산 등 좋은 산이 많다. 그동안 접근이 어려워 등산객들이 쉽게 찾기 어려웠는데, 중앙선 전철이 용문역까지 연장되면서 양평군으로 산행하기 좋아졌다. 추읍산 역시 중앙선 전철이 원덕역에 정차하면서 서울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산이 되었다. 4대 명절 가운데 하나인 대보름이 삼일절과 이어져 3일 연휴가 되었다. 가운데 위치한 2월의 마지막 날에 여자 친구와 함께 추읍산을 찾았다. 회기역에서 전철을 타고 도착한 원덕역은 도시의 전철역보다 더 번듯하게 지어졌지만, 역 주변 마을은 시골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역 앞에는 대단위 유기농 단지가 자리 잡고 있고, 마을 주민들은 대보름을 맞이하여 마을회관 앞에 모여 한바탕 신나는 윷놀이판을 벌어졌다. 마을을 지나..
2010.03.31 -
하늘로 오르는 설악산 서북능선-대청봉 (2010.2.6~7)
2007년 1월 설악산 산행 이후 3년 만에 설악산 산행을 하게 되었다. 이번 산행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떠나기 때문에, 떠나기 전부터 산행의 설렘이 두 배가 되었다. 토요일 새벽에 동서울버스터미널을 못 찾고 헤매는 택시 때문에, 터미널에 도착해 보니 한계령행 버스가 이미 떠나버렸다. 겨울철 산행이라, 출발이 늦으면 산행을 못할 수도 있었지만 다행히 6시 50분에 원통행 버스가 있다. 동서울을 출발한 버스는 양평, 용문, 홍천 등을 들르며 지역주민, 고등학생들을 태웠다 내려주기를 반복하며 3시간 만에 원통터미널에 도착한다. 많은 시간이 걸린 것은 아니었지만, 원통에서 한계령 가는 버스는 2시간간 뒤에서 있다고 하여, 한계령까지 택시를 타기로 한다. 이번 산행을 함께하는 개똥이, 먼 발치에서, 여자 친구..
2010.03.17 -
폭설기록을 세운 2010년 첫 주말, 운길산 산행(2010.1.10)
2010년 새해 첫 출근일인 1월 4일 몇십 년 만에 기록적인 폭설이 내렸다. 서울 도심의 큰길은 물론이고 변두리 도로와 골목길까지 눈 속에 파묻혀 도시는 큰 혼란을 겪었다. 자동차 운전자가 아니더라도 고된 출퇴근길에 이리저리 치이는 월급쟁이들의 불만이 여기저기서 쏟아져 나왔다. 늘 그렇듯 기상청은 시민들의 분풀이 대상이 되고, 삽 한 자루 들고 눈 치우기를 정치쇼로 이용하려고 했던 서울시장 역시 시민들의 뭇매를 맞는다. 시청과 시장이 대응을 잘한 것은 없지만, 그들이라고 엄청난 폭설에 시청이라고 무슨 별 수가 있겠는가? 자기 집, 상가 앞에 쌓인 눈은 스스로 치워야 하는 것은 조례를 제정하여 법으로 규정할 필요가 없는 너무 당연한 얘기지만, 현실에서 직장인들은 아무리 많은 눈이 내린다 해도 눈길을 ..
2010.03.14 -
늦여름, 서리산-축령산 종주산행(2009.8.30)
9월부터 회사를 그만둘 예정인데, 앞으로 뭘 해야 할지 막막하다. 어차피 미래에 대해서는 정해진 길이 없기에 어디에서 뭘 하든 머릿속에 떠오르는 걱정을 막을 수는 없다. 이럴 때는 산에 올라 생각나는 대로 생각하며 마음을 편하게 하며, 눈에 보이지 않던 길을 찾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일요일 아침, 빗방울이 떨어지고 있었지만, 오후에 날이 갠다는 예보가 있어서 도시락을 싸고 배낭을 메고 집을 나선다. 경기도 명산 중 아직 가보지 않은 서리산과 축령산을 가기로 마음먹었다. 서리산-축령산은 운악산을 지난 한북정맥이 서쪽으로 휘어져 나갈 때 따라가지 않은 주금산이 중심이 되어 남쪽으로 천마지맥을 만들어 놓고, 동쪽으로는 축령 지맥을 만들어 놓았는데 그 중심이 되는 산들이다. 축령 지맥은 서리산, 축령산을 비롯하..
2009.09.25 -
뜨거운 여름의 시원한 대야산 산행(2009.8.8)
더불어한길 산행에서 가장 많은 추억을 남겼던 여름 산행. 더불어한길이 생겼던 2000년 지리산 산행을 시작으로, 덕유산(2001), 설악산(2002), 지리산(2003), 두타산(2004), 민주지산(2005), 연인산(2006), 상정바위산(2007), 조령산(2008)에 이어 이번 여름 산행지로는 대야산이 선택되었다. 대야산은 속리산 국립공원의 일부로 충북 괴산과 경북 문경에 걸쳐 있는데, 기암괴석과 문경 쪽의 용추계곡이 유명하여 연중 많은 등산객들이 찾고 있는 산이다. 무더위가 절정으로 치닫는 8월초의 어느 토요일 아침, 동서울에서 개똥이와 먼발치에서를 만나 청주로 이동하여 솜다리를 만난다. 이번 여름 산행 참가자는 4명이 이렇게 모두 모였다. 청주터미널에서 이평 가는 좌석버스는 여름휴가철을 맞아 ..
2009.09.03 -
이끼계곡과 탁 트인 조망을 가진 정선의 명산, 가리왕산 (2009.8.6)
휴가를 맞아 고향집에 며칠 머물다 보니 크게 할 일은 없고, 답답함이 느껴져 산을 다녀왔다. 처음에는 영월군에 있는 산을 갈려다가, 인근에서 가장 높은 가리왕산을 목적지로 향하고 정선을 지나 숙암계곡을 따라 물레방아가 돌고 있는 장구목이골 입구에 도착한다. 벌써 오후 2시다.집에서 가져온 과일과 물병이 든 배낭을 챙기고, 서둘러 장구목이골로 들어선다. 서늘한 기운이 뿜어져 나오는 장구목이골은 숲이 우거져 있어 따가운 여름 햇살을 피할 수 있다. 산행입구에서부터 등산로 옆으로 요란한 계곡 물소리가 들려온다. 이 정도 물소리라면 꽤 괜찮은 폭포가 있을 것 같다. 20분 정도 숲길을 따라 오르니, 나무에 가려져서 보이지 않던 계곡이 모습을 드러낸다. 맑은 계곡에 내려가 손을 담가보니 아주 차갑다. 앞으로는 ..
2009.08.20 -
장마가 멈춘 틈에 연인산 매봉-경반계곡 산행 (2009.7.11)
기상청 발표에 의하면 올해 장마는 근 몇 년 만에 찾아온 장마다운 장마라고 한다. 더불어한길 사람들하고 주말에 산에 가기로 약속을 했는데, 주중에 남부지방을 비롯하여 서울경기지방에도 많은 비가 내려서 걱정이 됐다. 마침 토요일에는 장마전선이 잠시 쉬어 계획된 산에 갈 수 있었다. 연인산 매봉을 거쳐 경반계곡으로 내려올 계획으로 청량리에서 [먼 발치에서]와 홍성에서 올라온 [산바람]을 만나 8시 30분쯤 청평행 버스를 탄다. 나름 일찍 출발했는데 토요일이라 길이 밀린다. 다음 주에 서울-춘천 고속도로가 개통되면 경춘국도의 정체가 좀 덜해지겠지. 15년 전 춘천으로 MT를 갈 때는 부분 부분 2차선의 좁은 국도였는데, 어느새 왕복 4차선의 국도가 뚫렸고, 그것도 모자라 이제는 고속도로까지 뚫리게 되었다. 시..
2009.08.01 -
홍성 8경의 제1경 용봉산(2009.6.21)
생태공동체(로만 설명 할 수는 없지만)로 알려진 홍성 홍동면에서 근무하기 위해 산바람과 솜다리는 올해 초 홍성군으로 발령이 났다. 홍동면으로 못 가고 홍성읍에서 일하고 있지만. 그 친구들이 홍성으로 더불어한길 사람들을 초대했다. 토요일에 홍성에 모여 놀고, 일요일 용봉산에 가자고 한다. 서울에서 행사에 참가했다가, 용산역에서 막차를 타고 홍성역에 도착하니 개구리 노래소리가 반갑게 들려온다. 밤늦게 친구 만나 자정이 훌쩍 넘도록 이야기ㄹㄹ 나눈다. 다음날 아침, 일기예보대로 비는 그치고 날씨가 개기 시작한다. 오늘의 목적지는 홍성군 북쪽을 막고 있는 용봉산이다. 홍성읍을 벗어나 홍북면에 들어서니 아담하고 예ㅃ산이 눈에 ㄷ어 온ㄴ데 직감적ㅇ로 용봉산임ㅇㄹ 알아 낸다. '먼발치에서'의 말대로 주변 지형이 구..
2009.06.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