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산행일기(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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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 물결이 넘실대는 포천 광덕산 (2019.5.28 )
꽃 피고, 새싹 보이던 날이 며칠 전 같은데 어느덧 세상은 온통 초록이다. 세상에 점점 무감각 해지는 감각 때문에 시간이 점점 빨라진다. 봄 산행을 마음먹고 있다가 초여름이 되어서야 휴가를 내고 산행을 떠난다. 마침 아내도 시간이 되어서, 함께 산에 가기로 하고 집을 나선다. 낮 동안 빨리 다녀올 수 있는 경기도 산 중에 포천 광덕산을 목적지로 정한다.포천 고속도로 옆으로 보이는 논밭과 들판, 산도 이제 초여름 초록색으로 바뀌고 있다. 백운계곡을 지나 도착한 광덕고개 휴게소는 주말처럼 붐비지 않지만, 좋은 계절이라 한적하지도 않다. 산에 자주 다닐 때 이 광덕고개 휴게소를 기점으로 여러 번 산행을 했었는데, 이제는 낡아 보이는 휴게소 모습에서 세월이 느껴진다. 우리는 휴게소 식당에서 이른 점심을 먹고, ..
2019.05.31 -
구름도 좋아 할 초가을 운악산 (2017.9.9)
정상에 오른 등산객이 하산하듯, 무덥던 기온이 내리막 길을 걷는 9월이 되었다. 후배와 어느 계절에 가도 좋은 운악산 산행을 하기로 했다.집에서 조금 늦게 나와, 시간을 만회해 보려고 운악산 가는 1330 버스 대신 춘천행 ITX를 탔다. 승차감도 좋고, 서울을 벗어나니 창밖 풍경도 좋다. 그런데, 안내방송부터 정차역에 청평역이 빠져있어 불안했는데, 역시나 청평역에서 멈추지 않고 가평역에서만 멈춘다. 빨리 가려던 계획이 틀어졌고, 이를 만회하려던 잔머리는 오히려 독이 됐다. 가평역에 내려, 서둘러 청평역 방향 전철로 갈아타고 되돌아가다가 늦은 시간을 만회하려고 청평역 도착 전 상천역에서 내린다. 상천역에서 버스를 타고 청평검문소 삼거리에서 환승하여, 복잡한 청평 시내에 들어갔다 나오는 시간을 줄여볼 계획..
2017.09.30 -
환경 보호와 파괴의 전선, 포천 왕방산 (2016.8.27)
산속에 살거나, 매주 산에 갈 여유가 없는 한 모든 산행은 오랜만일 수밖에 없다. 수십 년 만에 찾아온 기록적인 무더위를 피해 시원한 계곡으로 떠나겠다는 다짐만 하고 여름을 지내다가, 8월 말이 되어 경기도 포천의 왕방산을 찾았다. 한창 산행을 많이 할 때는 경기도 포천과 가평 일대 산을 헤집고 다녔는데, 이번에는 실로 오랜만에 포천 산행이었다.왕방산 산행을 검색해 보니 집에서부터 산행 시작점 대진대학교까지 1시간 40분쯤 걸린다. 여유 있게 집을 나서 중계동에서 3100번 좌석버스를 탔는데, 주말이라 길이 많이 막힌다. 서울에서 3100번, 3500번을 타면 대진대 안쪽, 등산로 입구까지 바로 갈 수 있는데, 예상보다 무려 50분이나 늦게 도착했다. 먼저 도착한 J는 기다림의 지루함을 숨긴 무표정한 얼..
2016.08.31 -
겨울의 끝이 남아 있는 선자령 (2016.2.27)
'겨울이 가기 전에 겨울산에 한번 가야지' 다짐을 했는데 겨울이 끝났다. '올 겨울 산행은 못 가는구나'라고 받아들이고 있는데, 최근에 몇 번 함께 산행을 했던 후배와 연락이 닿아 선자령으로 겨울산행을 떠나기로 한다.금요일 밤, 4살 된 딸에게 '아빠 내일 산에 다녀올게~'라고 하자, '나도 갈 거야. 나도 큰 산 갈 수 있어'라며 귀엽게 고집을 부린다. 그러더니, '나도 여행에 가고 싶어. 아빠! 갔다가 내일 일찍 와~'라며 제법 사려 깊은 말을 이어간다. 토요일 아침, 서울 광나루에서 후배의 차를 타고 출발하여, 대관령 휴게소에 딱 12시에 도착한다. 산행 길이 시작되는 지점을 몰라 일단 신재생에너지 전시관 쪽에 차를 세운다. 5분 정도 걸어 대관령 휴게소 내 식당에서 점심을 먹는데, 가격과 맛이 ..
2016.03.20 -
경남 고성의 진산, 거류산 (2015.10.10)
2박 3일 일정으로 경남 고성 처가에 내려왔다가 거류산에 올랐다. 처갓집에 갔다가 산행을 한다면 신종 간큰남이라 할 수 있다.거류산이 있는 경상남도 고성읍은 낙남정맥 연화산 남쪽에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다. 북서쪽은 낙남정맥, 서쪽으로는 갈모봉산, 남쪽은 남산, 동남쪽은 벽방산이 있고, 동쪽 들녘 끝에 우뚝 솟아 있는 산이 바로 거류산이다. 거류산 정상은 해발 571m로 매우 높은 산은 아니지만, 남해 바닷가에 인접한 고성뜰을 배경으로 솟아 있어서 꽤 높아 보인다. 오늘 산행의 시작점은 고성군 거류면에 위치한 산악인 엄홍길 기념관이다. 유명한 산악인이긴 하지만, 살아 있는 사람을 위한 기념관은 어색한 느낌이다. 텅빈 엄홍길 기념관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주차장 수도시설 옆으로 등산로를 따라 산행을..
2015.10.25 -
초록 숲이 잊혀지지 않는 용문산 산행 (2015.6.6)
한창 귀여움이 자라나는 28개월 딸에게 '아빠는 오늘 산에 갔다 올게~'라고 하니, '아빠! 다녀오데요'라고 인사를 한다. 같이 놀지 못하게 되어 미안했지만, 다음 주부터 한동안 토요일에 딸과 둘이서만 보낼 수 있으니, 오늘은 혼자 집을 나선다. 서울 상봉역에서 전 직장 후배를 만나, 중앙선 전철을 타고 용문역에 도착한다.용문역에서 버스터미널까지 10여분을 걸어 11시 30분 용문산행 버스를 탔는데, 버스는 용문역에 들렀다가 용문산으로 간다. 버스 노선을 알았더라면 버스터미널까지 걸어가지 않았을 텐데..... 버스에는 장을 보고 돌아가는 주민들, 휴일을 맞아 여기저기 다니는 학생들도 있지만, 아무래도 외부에서 찾아온 등산객들이 가장 많다. 등산객과 주민들이 나누는 대화는 모두 메르스(중동-급성 호흡기 증..
2015.06.27 -
늦겨울에 찾은 치악산은 한겨울 (2014.2.15)
월례행사처럼 다니던 산행이 언제부터인가 연례행사가 되었다. 마음은 숲으로, 계곡으로, 눈길로 떠나고 싶지만, 콘크리트 도시에서의 일상을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 한 달, 두 달, 세 달..... 산을 멀리하다 보니 이제 산을 가지 않는 삶이 익숙하다. 그러던 어느 날, 녹색당 모임에서 두어 번 만난 적 있는 OS 씨와 겨울산행을 하기로 마음이 맞았다.아직 어둠이 남아 있는 이른 아침, 자고 있는 아내와 돌이 갓 지난 딸을 뒤로하고, 청량리역에서 원주행 기차를 탄다. 금세 서울을 벗어난 기차는 물안개 가득한 팔당, 새하얀 서리가 운치 있는 양평과 조용한 마을 용문, 양동을 지나 1시간 만에 원주역에 도착한다. 평소에 기차를 타고 원주역을 지나갈 때는 잘 몰랐는데, 원주역에 내려보니 한쪽 벽에 고 장일순 선생..
2014.02.16 -
가평 익근리에서 상판리로, 명지산 여름산행(2013.8.15)
한국에서 해발 1000미터의 산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해발 1000미터가 넘는다고 모두 명산은 아니지만, 일단 1000미터가 넘으면 고산이라고 불릴 수는 있을 것이다. 이렇게 자문자답해 보지만, 명산이나 고산 산행에 대한 욕심을 버린 지 오래다. 그런데, 특별한 이유 없이 갑자기 해발 1000미터가 넘는 산을 오르고 싶었고, 마침 아내로부터 광복절 하루 육아휴가(?)를 받아 경기도 가평 쪽의 해발 1000미터 산을 갈 수 있게 되었다. 예전에 산행모임에서 활동할 때는 산에 가고 싶으면 친구들을 수소문하여 함께 가곤 했는데, 요즘은 산행모임 활동을 하지 않아서, 딱히 같이 갈 친구가 없다. 그래도 1000미터 넘는 산을 혼자 갈 수는 없어서, 전 직장동료 JM에게 연락하여 함께 가기로 했다. 오랜만에 큰..
2013.09.01 -
강원도 오지 산행, 영월 시루산(2013.7.26)
짧은 휴가를 맞아 고향집에 들렀다가, 잠깐 시간을 내어 영월의 시루산에 올랐다.원래는 동강 어귀의 완택산을 가려고 했지만, 교통편이 좋지 않아 집에서 버스로 바로 도달할 수 있는 시루산으로 목적지를 바꿨다.시루산이라는 이름은 낯설지만, 고향 마을에서 연당으로 나갈 때 바라보면서 '누워있는 사람 얼굴' 혹은 '큰 고릴라가 기어오르는 모양의 바위'가 있다고 생각했던 기억 속에서는 익숙한 산이다. 아침 10시 40분 집을 나서, 영월군내 버스를 타고 북면 두목 마을 입구에 내린다. 영월 종교미술 박물관 표지석이 서 있는 두목마을 입구에서, 미리 출력해온 지도를 보며 오늘의 산행 들머리를 잡아 본다. 마을 입구에 있는 300살 된 느티나무를 지나, 수직굴 안내판 삼거리로 오를 수 있지만, 내가 가진 지도상에는 ..
2013.07.31 -
송전탑에 사로 잡힌 푸르른 양평 청계산 (2013.6.30)
주말을 맞이하여 양평군 양서면 국수리로 귀촌한 친구 집에 놀러 갔다가, 근처 청계산에 올랐다.아빠가 되었으니 산행보다 아이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것이 삶의 우선순위다. 청계산 아랫동네에 오니 '이때 아니면 또 언제 산에 오르겠냐?'는 생각이 들어 아내에게 양해를 구하고 산행을 하게 된 것이다. 일요일 아침 7시 20분, 어제 집을 나설 때 '혹시나 산에 갈 수 있을까?'하고 챙겨 온 등산화를 신고, 배낭에는 토마토 1개만 집어넣고 친구 집을 나선다. 어젯밤 인터넷 지도를 보며 급하게 정한 산행 코스는, 증동 마을 윗마을을 거쳐 된고개를 지나 정상을 찍고 반월형 마을로 내려오는 코스인데, 3시간 정도면 충분할 것 같았다. 청계산이 포근하게 마을을 감싸고 있는, 증동리는 윗동네까지 귀촌한 사람들의 전원주택..
2013.07.06 -
신선의 겨울 정원이 펼쳐진 양평 백운봉 (2013.1.19)
다음 달에 드디어 아기가 태어난다. 그전에 겨울산의 기운을 받고 와야겠다고 아내에게 말했고, 아내도 한번 다녀오라고 했다. 겨울산행 얘기는 뱃속의 아기도 들었을 텐데, 사실 내가 미루고 미루다 산행을 못한 것이다. 이제는 말만 앞서는 아빠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라도 겨울 산에 가야 한다. 무엇인가 고개가 꺄우뚱해질 억지 논리지만, 겨울산행을 떠나는 이유로는 나름 근사한 것 같다.금요일 밤에 아내에게 내일은 꼭 산에 간다고 했더니, 토요일 아침인데도 아내는 이른 시간에 일어나 보온병에 도시락을 준비해 준다. 일기예보를 확인해 보니 서울 아침기온 영하 15도, 양평은 영하 17도라고 한다. 기온이 더 낮아도 이제는 말을 지키기 위해 집을 나서야 한다. 배낭 속 보온병에 담겼을 아내의 따뜻한 마음을..
2013.01.27 -
경기도의 단풍 명산 운악산 (2012.10.7)
결혼하고 산행이 뜸해졌다. 산 보다 더 사랑하는 아내가 생겼으니 자연스러운 변화다. 단풍철을 맞아 한 동네 사는 녹색당 당원 후배와 경기도의 운악산을 가기로 했다. 오랜만에 산행이다. 혼잡한 서울은 벗어났으면 좋겠고, 그렇다고 너무 멀리 갈 수는 없고, 단풍은 봐야겠고. 이런저런 고려를 해보니, 경기도 가평의 명산 운악산만 한 곳이 없다. 청량리에서 후배를 만나 가평 현리 가는 1330 버스를 탄다. 길이 막히지 않았는데도 청량리역에서 운악산 입구까지는 거의 2시간이나 걸렸다. 두 사람의 산행이라 잡다한 일에 시간을 낭비하는 일 없이,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식당가를 지나 곧바로 운악산 입구로 향한다. 운악산 현등사 일주문을 지나 5분쯤 오르다가, 능선 산행을 하기 위해 안내판을 따라 오른쪽의 눈썹바위 코..
2012.10.12 -
원시계곡, 뱀, 폭격장의 아픔이 있는 각흘산(2012.6.24)
산에 띄엄띄엄 가다 보니 '오랜만에 산행'이라는 말이 익숙해졌다.요즘 나에게 산행이란? 산을 오르는 것은 부차적인 것이고, 도시를 벗어나 자연을 만나고 싶은 마음으로 산행을 한다. '봄이 가고 여름이 되어 산은 푸르게 되었으니, 한 번쯤 산에 가야 하지 않겠냐?'는 소리가 들린다. 어떤 예지자의 목소리인지, 내가 만들어낸 환청인지 모르지만, 그 소리를 따르기로 한다. 토요일 아침 아직 잠들어 있는 도시를 떠나 경기도의 가장 북쪽인 포천군 이동면의 각흘산으로 떠난다. 조금 서둘러 집을 나섰더니 다행히 서울을 빠져나가는 길은 막히지 않는다.47번 국도를 타고 포천시 이동면에 도착하여 각흘산 입구를 찾으려 하였으나 안내판은 없고 산은 비슷하다. 지도를 봐도 각흘 산을 찾을 수 없고, 출발 전에 미리 조사하지..
2012.06.30 -
운길산과 팔당 물래(올레)길 (2012.1.15)
새해 첫 산행으로 석룡산을 다녀온 지 얼마 안 됐는데, 1월이 가기 전에 다시 겨울산에 가게 되었다.이번 산행은 후쿠시마 핵사고, 대운하 소동, 학교급식운동 이후, 탈핵과 탈토건, 생태를 기치로 창당을 준비 중인 녹색당 예비당원들과 함께하는 산행이다. 녹색당은 아직 준비단계지만, 자연을 사랑하는 녹색당답게 '산행모임'이 만들어져서 몇몇 예비당원들이 작년 가을부터 산행모임을 해왔는데, 나는 이번에 처음으로 모임에 나가 보기로 했다. 산을 다니며 자연의 소중함도 알고, 산행을 통해 사람과 인생을 배우고, 토건 난개발을 극복할 묘안을 마련할 수 있는 모임까지 생각해 본다. 아직 녹색당은 창당도 안 했고, 산행모임은 이제 처음 나가는데 너무 꿈만 앞서는 것 같기도 하다. 아침 일찍 일어나 버스와 전철을 갈아타..
2012.01.31 -
용의 해 첫날에 오른 석룡산(石龍山, 2012.1.1)
다사다난(多事多難)이라는 말 그대로 일도 많고, 탈도 많고, 사고도 많았던 2011년이 끝난다. 더불어한길 사람들과 2011년 마지막날 만나 2012년 첫날 산행을 하기로 했다. 미혼이 다수이던 시절에는 연말연시에 1박 2일로 여행+산행을 떠나는 것이 더불어한길의 전통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결혼하고 부모가 되었고, 한동안 새해 첫날 산행은 '그땐 그랬지'라고 말하는 추억의 한 장면으로 지나가고 있었다.한길 회원 '먼발치에서'와 산행 계획을 세우다가, 용의 해를 맞이하여 이름에 용(龍) 자가 들어가는 산중에서 선택하기로 했다. 용화산, 용문산, 용봉산 등등 많은 후보 중에 가평의 석룡산(石龍山)을 가기로 정했다. 정상에 용처럼 구불구불하게 생긴 바위가 있어 석룡산으로 불린다는데, 과연 이번 산행에서 용바위..
2012.0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