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고성의 진산, 거류산 (2015.10.10)

2015. 10. 25. 15:57전국산행일기

2박 3일 일정으로 경남 고성 처가에 내려왔다가 거류산에 올랐다. 처갓집에 갔다가 산행을 한다면 신종 간큰남이라 할 수 있다.
거류산이 있는 경상남도 고성읍은 낙남정맥 연화산 남쪽에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다. 북서쪽은 낙남정맥, 서쪽으로는 갈모봉산, 남쪽은 남산, 동남쪽은 벽방산이 있고, 동쪽 들녘 끝에 우뚝 솟아 있는 산이 바로 거류산이다. 거류산 정상은 해발 571m로 매우 높은 산은 아니지만, 남해 바닷가에 인접한 고성뜰을 배경으로 솟아 있어서 꽤 높아 보인다.

오늘 산행의 시작점은 고성군 거류면에 위치한 산악인 엄홍길 기념관이다. 유명한 산악인이긴 하지만, 살아 있는 사람을 위한 기념관은 어색한 느낌이다. 텅빈 엄홍길 기념관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주차장 수도시설 옆으로 등산로를 따라 산행을 시작한다.
산행 초입은 억새꽃, 쑥부쟁이등 익숙한 풀과 소나무, 참나무와 잡목이 우거져 있어 동네 야산 느낌이 난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지그재그로 난 산행길은 점점 가팔라지더니 바윗길이 시작된다. 

조금 험하긴 해도 바윗길 구간은 곳곳이 전망대다. 처음에는 고성 거류면의 아기자기한 마을과 다랭이 논이 보이고, 점점 높이 올라갈 수록 고성 농공단지에 이어 통영 LNG 인수기지, 당동만 남해바다가 눈에 들어온다. 조금 더 오르니 가을을 맞아 누렇게 물들어 가는 고성평야가 한눈에 들어오는데, 참 아름답고 평화롭다. 바윗길과 철계단을 따라 계속 올라 고도가 높아질수록 같은 장소지만 다른 조망이 펼쳐진다. 조망 하나로만 거류산은 보면 근래 오른 그 어떤 산보다 훌륭하고 멋진 산이다.

조망에 감탄하며 신이나서 산을 오르다 보니 '거류산 등산 안내도'가 있는 문암산(봉우리)에 도착한다. 문암산 정상을 지나면서는 지금까지와 전혀 다른 산길이 시작된다. 가파른 바윗길은 사라지고 부드러운 숲길이 시작되는데, 갑자기 다른 산에 온 느낌이다. 경사가 완만하고, 숲길이다 보니 산 아래 조망은 가려지지만, 한 산에 올라 두 산의 느낌을 맛볼 수 있는 것이 거류산의 묘미인가 싶어 숲길 산행을 즐긴다.

거류산 숲은 비전문가가 보기에도 중북부의 산의 숲과 다르다. 처음보는 활엽수가 눈에 들어오고, 가을 이맘때쯤이면 서서히 낙엽 준비를 해야 하는 나무들이 여전히 진초록을 유지하고 있는 것도 이채롭다. 숲에는 새들의 노랫소리가 울려퍼진다.
숲길 구간이 끝날무렵 한번 내리막길로 크게 내려섰다가 다시 오르막길을 올라야 하는데, 조금만 오르면 거류산성을 만난다. 거류산성은 소가야 시대에 신라를 방어하기 위한 산성이었다는 설도 있고, 고려시대에 왜구를 막기 위한 산성이었다는 설도 있다. 

거류산성을 지나 10분 정도 오르면 해발 571m의 거류산 정상에 도착한다. 산행내내 멋진 조망에 감탄해 왔지만, 사방이 모두 트인 거류산 정상은 올라온 보람을 충분히 느끼게 해 준다. 동쪽으로는 노란빛 들녘 가운데로 고성천이 푸른 당동만으로 이어진다. 북쪽으로는 천왕산, 연화산을 지나 마산 무학산으로 이어지는 낙남정맥 산줄기가 이어진다. 서쪽으로는 너른 평야 뒤로 고성읍, 남서쪽으로는 남해 바다 뒤로 많은 섬들이 두둥실 떠 있고, 그중에 사량도가 멀지 않은 곳에 있다. 멋진 풍경에 푹 빠져 있다 보니 정상에서 오래 머무를 수 밖에 없다. 

정상석 바로 옆에는 300년된 나무를 훼손하지 말자는 안내판이 있는데, 작지만 오래된 소사나무를 지키려는 마음이 좋다. 작은 것부터 시작하여 전국의 숲, 산, 자연을 지키는 마음으로 확산되면 좋겠다.

여러 방향으로 내려가는 길이 있는데, 나는 올라왔던 길을  선택한다. 거류산성을 지나 당동봉을 지나 엄홍길 기념관으로 가는 코스다. 오르면서 봤던 길이지만 내려가는 길은 느낌이 다르다. 산길을 걷는 기분을 느긋하게 즐기고 싶지만, 처가 가족들이 왔다고 빨리 오라는 아내의 전화를 받고 서둘러 내려간다. 

처갓집을 잠시 떠나 산을 올랐지만, 오히려 아내가 자란 고성을 더 많이 이해하게 되었고, 고성에 대한 정을 가져다 준 산행이다. 사람사이의 관계뿐만 아니라 사람과 자연의 관계를 이해하게 될 때,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더 많이 이해할 수 있다.


산행지 : 거류산 (경남 고성, 571m)
산행날짜 : 2015년 10월 10일
날 씨 : 맑음
산행코스 : 엄홍길기념관 - 문암산(봉) - 거류산성 - 거류산 정상 - 엄홍길기념관
산행시간 : 2시간 30분(11:40~14:10)
일 행 : 홀로 산행
교 통 : 고성읍 <--> 엄홍길기념관 승용차


[포토 산행기]

[가을을 맞은 엄홍길 기념관]

 

[산행 초입부터 이어지는 조망]

 

[고성 평야]

 

[고성 동해면 당동만]

 

[고성 동해면 당동만]

 

[구절초가 아름답다]

 

[입모양이 다른 구절초]

 

[구절초]

 

[거류산 당동봉은 이런길이다]

 

[거류산 거류산성]

 

[거류산성 유래]

 

[정상 부근에서 당동만]

 

[거류산 정상]

 

[정상에서 북쪽 방향, 고성평야를 가로지르는 대전-통영고속도로, 저 멀리 낙남정맥이 지난다]

 

[거류산 정상에서 북북동쪽 당항포, 당항만]

 

[정상에서 동쪽 조망, 당동만]

 

[정상에서 서쪽 조망, 고성평야와 고성만]

 

[정상 부근에서 바라본 고성평야]

 

[거류산 정상의 300년 된 소사나무]

 

 

[하산길에 만난 거류면 다랑이 논 ]

 

[장의사(절)이 보인다]

 

[고성-통영 사이의 벽방산]

 

[고성천에서 바라본 거류산(왼쪽), 벽방산(오른쪽)]

 

[고성천에서 바라본 거류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