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2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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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산 칼바위 능선의 문필봉 아침 산행 (2021.2.27)
새벽에 잠이 깨어 밖에 나가보니 아직 대보름 달빛이 환하다. 어젯밤 대보름 달에게 소원을 빌지 않았는데, 멋진 선물을 받은 기분이다. 형제봉 너머로 내려가는 보름달 빛에 요정이 나타날 것 같은 신비로운 기운이 묻어있다. 저녁에 해가 지면 달이 뜨고, 새벽에 달이 지면 해가 뜬다. 희망이 지면 또 다른 희망이 뜨고, 희망은 돌고 돈다. 지금 우리 사회는, 이 시대는 저녁을 향해 가고 있을까? 아침이 밝아 오고 있을까? 해가 아니라 지구가 돌 듯, 사회와 나의 시계 역시 외부 환경이 아니라, 지금 여기 한국의 시민들이 행동하여 만들어 간다는 생각을 한다. 집에 들어왔다가 뒷산인 북한산 칼바위 능선의 문필봉을 가려고 다시 집을 나선다. 아침 6시 30분, 우수 지나 경칩이 다가오며 낮이 점점 길어지고 있어, ..
2021.02.27 -
이른 아침 북한산 칼바위 능선 산행 (2021.1.31)
적당히 춥고, 눈이 많았던 겨울이 대한이 지나니 서서히 물러나고 있다. 1월이 끝나기 전에 겨울 산행을 하겠다고 다짐했는데, 1월의 마지막 토요일까지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스스로의 약속을 지키기위해 일요일 아침 7시, 밖은 어둡고 몸과 마음이 무거웠지만, 따뜻한 집을 나와 산으로 향한다. 일출을 보려면 북한산 둘레길 명상의 길 구간으로 가야 하는데, 오늘은 일출 대신 내원사와 칼바위 능선의 문필봉까지 가벼운 산행을 하기로 한다. 정릉 청수계곡은 햇볕이 잘 들지 않아 여전히 꽁꽁 얼어있다.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아침산책하는 사람들이 있다. 청수계곡 입구의 청수루를 지나 내원사길로 들어서니 사람이 없다. 요즘 달리기와 빨리 걷기를 많이 해서 가파른 길을 성큼성큼 올라갈 정도로 몸이 좋게 느껴진다. 서서히..
2021.01.31 -
크리스마스 아침의 붉은 일출, 북한산 형제봉 (2020.12.25)
밤새 산타할아버지가 다녀간 크리스마스 아침에 산책을 하려고 집을 나섰다. 요즘 아침 운동을 하고 있어, 형제봉 능선 입구까지 갔다가 돌아올 계획이다. 아침 7시, 어둠이 서서히 증발하기 시작하는 시간이다. 정릉 탐방 지구 주차장에서 북한산 둘레길 명상의 길 구간으로 들어선다. 어둑어둑 하지만 가야 할 길은 선명하게 보인다. 10분 만에 오른 첫 번째 전망대 포토존이다. 보현봉, 성덕봉, 칼바위로 이어지는 북한산성 능선과 청수 계곡이 한눈에 들어온다. 동쪽 하늘과 산이 만나는 곳에서부터 주황색 아침이 다가오고 있다. 지평선이 명확하게 보이지 않지만, 나뭇가지에 반쯤 가려진 먼산의 능선이 자연스럽다. 조금 높은 곳에 오르면 일출을 볼 수 있을 것 같아 형제봉 능선을 따라 더 오르기로 한다. 바로 앞에 가던 ..
2020.12.25 -
산행 매력 넘치는 북한산 구기계곡-문수봉 산행 (2020.12.09)
매년 12월에는 연차가 남곤 한다. 일 때문에 제때 쓰지 못해서, 혹시 모를 경조사나 병원진료, 육아 예비용 등 각자 다른 사유가 있다. 쓰지 않으면 사라질 연차를 쓰기 위해 한길 친구 홍과 북한산에 가기로 했다. 사회적 거리유지 때문에 소규모 산행도 눈치 보이는 세상이 됐다. 아이를 등교시키고, 약속시간 10시 30분에 구기터널 입구 삼성출판박물관 입구에 도착한다. 약속시간을 잘 지키는 친구가 오늘은 버스를 헷갈려해서 30분 늦게 도착한다. 산행을 앞두고 마음이 여유로워져 개의치 않고 같이 구기계곡 입구로 향한다. 계곡으로 들어가 주위를 보니 예전에 구기계곡에 왔던 기억이 어렴풋하게 떠오른다. 2012년 녹색당 창당 초기에 왔었고, 아이가 태어난 2013년에는 먼 곳으로 여름휴가를 가기 어려워 구기계곡..
2020.12.11 -
가족 산행하기 좋은 북한산 형제봉 (2020.10.17)
올해 들어서만 세 번째 더불어한길 산행이다. 오래전 산행모임으로 시작했다가, 한동안 친목모임 형태로 내실을 다져왔는데, 산행이 빈번해지니 이제 다시 산행모임이 된 것 같다. 다만, 예전의 싱글 산행모임이 아닌 이제 가족산행 모임이 되었다. 아침 10시 30분 약속시간에, 약속장소인 정릉 탐방안내소 주차장에 세 가족이 모인다. 오늘 목적지는 산행대장 새담이가 정한 북한산 형제봉이다. 새담이는 올봄에 갔었던 칼바위 능선을 내원사 방향으로 올라가 보고 싶다며 잠시 마음이 흔들렸지만, 약속한 대로 형제봉 산행을 하기로 한다. 탐방안내소를 지나 초반 그래텔 숲(*청수폭포위 휴식공간)까지는 평범하고 짧은 계곡길인데 아직 몸이 덜 풀린 어른 아이들이 조금 힘들어한다. 그래텔 숲에서 잠시 쉬며 호흡을 가다듬고 다시 출..
2020.10.18 -
북한산 최고 능선 의상능선 '의상봉-용혈봉-나한봉-문수봉' (2020.10.11)
한글날과 주말이 이어지는 3일 연휴가 생겼다. 코로나 시대라 여행보다 산행할 친구를 수소문하였으나 실패하여, 연휴 마지막 날 혼자 북한산에 가기로 한다. 기왕 가까운 산에 가는 거, 아직 가보지 않았던 의상능선을 넘어 보기로 한다.일요일 오전, 북한산 아래 서울 정릉에서 고양시 북한산성 입구까지 버스로 이동하는데 1시간 20분이 걸린다. 북한산 국립공원을 1/3 돌아가는 거라 멀다. 10년 만에 북한산성 입구 정류장에 내려보니 예전 모습이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주변이 정리되어 있다. 깔끔하게 정리된 상가가 낯설게 느껴져 오히려 먼 산행을 떠나온 것 같다.북한산성 입구 매표소와 국립공원 관리사무소 분소를 지나 의상봉 갈림길로 오른다. 짧은 숲길이 끝나고 시작된 바윗길은 적응할 여유도 주지 않고 급하기 기울..
2020.10.12 -
가까운 여름 산행(로컬바캉스), 하남 검단산(2020.7.26)
예년 같았으면 장마가 끝나고 무더위가 시작되었을 7월 말. 올해는 아직도 적당한 비와 더위가 주기적으로 반복되고 있다. 게다가 코로나 대책으로 인해 여름휴가도 미확정인데, 마침 한길 친구와 가까운 곳으로 여름 산행을 가기로 했다. 여름에는 시원한 계곡이 있는 산행이 제격이지만, 멀리 갈 수는 없다. 집에서 가까운 정릉 청수 계곡도 좋지만, 익숙한 집밥 같은 북한산 청수 계곡을 벗어나 경기도 하남 검단산에 가기로 한다. 토요일 계획 했던 산행이 일요일로 하루 미뤄지면서, 토요일 시간이 안 됐던 친구들, 친구 가족이 함께 참여하여 모두 6명이 산행을 하게 됐다. 작은 산행모임 치고는 중규모 산행이다. 집을 나서 모임 약속장소는 하남 애니메이션 고등학교 옆 상점가에 도착한다. 지난 10년 동안 산행을 하지 않..
2020.07.31 -
오랜 산행친구들과 재회, 하지만 애벌레 악몽을 만난 북한산 (2020.5.30)
오랫동안 산행모임 '더불어한길' (이하, 한길) 친구들과 산행이 끊어졌다. 서로의 집에서 모임을 하거나 경조사를 함께하고, 소셜 네트워크 단톡방으로 교류하지만 산에서 함께 보낸 시간이 생각나곤 했다. 혼자 산에 가거나, 다른 지인들과 산에 갔지만, 한길 산행에 대한 아쉬움은 해소되지 못했다. 산행 사진, 산행후기를 볼 때 느껴지는 허전함은 되돌릴 수 없는 시간에 떠내려간 여러 추억 가운데 하나가 되었다. 언젠가는 함께 산에 갈 수 있을 거라는 꿈은 잃지 않고 있었는데, 단톡방에서 일상 얘기를 나누다 우연히 산행의 뜻이 모아졌다. 5월 마지막 주 토요일로 날짜를 정할 때는 무덤덤했는데, 막상 그날이 되자 초등학교 첫 등교 때 설레어하던 딸처럼 평일 보다 일찍 잠에서 깨었다. 오래전 대중교통으로 경기도의 먼..
2020.05.30 -
팔을 내어 줄지언정 숙이지 않겠다. 평창 발왕산 (2019.10.25)
발왕산은 해발 1458미터로 대한민국에서 12번째로 높은 산이다. 여러 곳에서 산행정보를 찾을 수 있지만, 용평스키장으로 산행이 불가능한 줄 알았다. 우연한 기회에 가족과 용평리조트에 갔다가 마침 발왕산 관광 케이블카를 타게 되었다. 케이블카 표를 끊고 대기하는 시간에 발왕산(용평리조트) 홍보 영상을 보았다. (영상은 여기 https://www.youtube.com/watch?v=q1GFXQD_KI4원래 발왕산이라는 이름은, 발이 커 발왕으로 불리는 남자의 사랑이야기에서 유래했다는 얘기가 많으나, 홍보 영상에서는 만물을 다스리는 8왕의 산(태양, 대지, 물, 구름, 나무, 바람, 별, 하늘)으로 발왕산을 소개하고 있다. 조금은 억지스러울 수도 있는 시도지만, 발왕산의 산세를 생각하면 그럭저럭 잘 만든 이..
2020.04.01 -
아이가 처음 오른 북한산 청수계곡-칼바위능선(2020.3.15)
2020년 봄. 전쟁 같은 코로나-19 사태로 '출근을 제외한' 일상이 흐트러지고 있다. 특히, 어린 딸은 기다리고 기다리던 초등학교 입학식도 못하고 있다. 아이는 지금 겪는 상황이 곧 세상이라 받아들이겠지만, 개학이 연기된 것과 학교의 첫출발 입학식이 연기된 것은 느낌이 많이 다르다. 이 사태에 대해 학교 봉쇄만이 유일한 답이라면, '현대의 학교 교육은 무엇을 위한 것인가?'라는 생각이 든다. 이런 무거운 고민은 어른의 몫. 이 세상의 부조리와 불행한 고민은 청소년 이상에게 떠 넘기기로 하자. 나중에 어른이 되어 이 세상의 부조리에 맞설 때, 어릴 때 쌓아 놓은 즐거움은 큰 힘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2020년 3월 둘째 주 일요일. 교육 육아에 지친 아내에게 자유시간을 주고 나는 아이와 북한산성에 오..
2020.03.22 -
2019년 겨울 서울 첫눈 쌓인 날. 북한산 산행의 사색 (2020.2.16)
#입산금지 - 입으로만 하는 산행을 금지당하다 가족 중에 아이가 있으면 주말 산행보다, 가족과 함께하는 일상이 더 재미있고 보람차다. 그럼에도 산에 가고 싶어 질 때가 있는데, 산행을 좋아해서가 아니라, 가끔은 일상을 벗어나고 싶을 때가 있다. 항상 긴장해야 하는 도시 삶을 벗어나고는 싶지만, 딱히 새로운 것을 시도하기는 어려울 때 오래된 취미, 산행이 떠오른다. 그래서 가끔 아내에게 '이번 주말에 산에 가도 돼?'라고 허락을 구했고, 실제로 몇 번은 허락을 얻었다. 그러나 막상 주말이 되면 집을 나서기 못하고 일상에 빠져 지낸다. 몇 주 뒤에 또 산행 얘기를 꺼내고, 또 집에서 일상을 보내는 일이 반복됐다. 나는 입으로만 산행을 얘기하는 사람이 됐고, 아내는 나의 '입산'을 금지시킨 것이다. #2019..
2020.02.19 -
북한산 청수계곡-화계사 짧은 산행 (2019.11.29)
아내와 산에 가기로 했다. 아내는 나 만큼 산을 좋아하지 않지만, 같이 가자고 하면 가끔은 따라나선다. 오늘은 아내에 맞게 산행 난이도를 정한다. 힘든 봉우리보다는 쉽고, 둘레길보다는 어려운, 정릉에서 화계사로 넘어가는 계곡 연결 산행을 시도해 보기로 한다. 정릉탐방센터에서 청수교, 북한산 국립공원 사무소를 지나 내원사 오르는 길로 접어든다. 내원사 가는 길은 차가 다닐 수 있도록 콘크리트로 포장된 길이지만, 평소에도 산행객이 많지 않은데 오늘은 평일이라 더 조용하다. 지난봄에는 대학 친구와 오르고, 초여름에는 아이와 산버찌를 따먹기 위해 오르고, 가을에는 혼자 산책하다 멧돼지 흔적이 너무 많아 등골이 오싹했었다. 오늘도 콘크리트 길 옆 흙길에는 멧돼지가 다닌 흔적이 뚜렷하게 남아 있다. 멧돼지는 콘크리..
2020.0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