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 계곡 산행, 청수계곡~진관사계곡 (2023.7.2)

2023. 7. 2. 10:55북한산국립공원

요즘 다시 문턱증후군이 생겼다. 산행 갈 결심을 하고도, 당일 아침에 현관문 넘기가 대청봉 오르기보다 어렵다.
이를 이겨내고자 주중에 가족에게 산행을 선언 했으나, 주말 아침이 되자 또 문턱을 못 넘고 있었다. 아이가 '자기가 한 말은 지켜야 한다'며 나의 산행을 재촉하니, 내 마음이 움직이고, 몸이 움직인다. 현관문을 지나 넓은 세상으로 나왔더니, 마음이 중력의 영향을 벗어나는 것 같이 가벼워진다. '천리길도 한걸음부터'라는 속담을 이번에 완전히 내 것으로 만든 느낌이다.

집에서 가까운 북한산 정릉지구 청수계곡은 주중에 내린 100mm 비로 입구부터 새하얀 물보라, 물소리가 가득하다. 초록이 짙어진 청수계곡을 따라 오르다 보니, 이미 떠난 줄 알았던 유리새, 되지빠귀 노랫소리가 들린다. 나오길 참 잘했다.

청량함 가득한 청수 계곡을 계속 따라가고 싶었으나 청수 폭포를 지나 계곡을 뒤로하고 대성능선으로 오른다. 대성능선 등산로 위치에 따라, 청수계곡과 영추사계곡을 가득 채운 물소리가 번갈아가며 들린다. 안개 위에 앉아있는 형제봉, 칼바위 능선에 우렁찬 계곡 물소리가 어우러지니, 오늘 북한산은 1000미터 넘는 높은 산의 깊은 계곡에 온 것 같은 느낌이다.
대성능선을 오를수록 물소리는 작아지고, 영취사 스님의 불경소리가 커지다가, 영취사 위쪽 능선에 오르니 북한산성 주능선의 성덕봉, 칼바위 능선에 또다시 계곡 물소리가 어우러진다. 어디서 이런 큰 물소리가 들리는지 골짜기 아래를 유심히 살펴봤더니 폭포 혹은 계류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큰 암반이 보인다. 정릉천 발원지 계곡인데, 출입금지구역이다.
 
다소 습한 날씨지만, 기온이 높지 않아 빠르게 올라왔더니, 출발한 지 1시간 만에  일선사 갈림길 옆 전망대에 도착한다. 이곳에서 바라본, 칼바위-문필봉 능선은 늘 일품이다. 일선사 전망대를 지나면 등산로 옆으로 졸졸졸 등산로에서 멀지 않은 아래에서 물 떨어지는 소리가 제법 크다. 정확한 위치를 지정하기 어렵지만, 이 일대가 바로 정릉천 발원지다.

이후 대성문, 북한산성길을 따라 보현봉 갈림길(출입금지 구역)에 잠시 머물다가, 대남문을 지나 단숨에 문수봉까지 달려간다. 안개에 가려진 백운대, 비봉능선, 백악산, 서울은 원래부터 존재하지 않는 느낌이 들었다. 시원한 바람을 마주하고 있으니, 사라졌던 공간들이 안개의 움직임에 따라 나타났다, 사라졌다를 반복하니, 꽤 높은 산 봉우리에 올라온 느낌이 든다. 
문수봉 정상 아래로 내려서 잠시 비봉능선 풍광을 감상하다 올라와 청수동암문 방향으로 이동한다. 청수동암문을 통과하여 비봉능선으로 가는 길은 덜 위험한 길인데, 너덜지대(애추지형)라 올라오는 분들은 꽤 힘들어 보인다. 

한 달 전에 내려갔던 삼천사 갈림길을 지나니 한결 부드러워진 비봉능선이 이어지다가, 30여 미터 암릉 길을 오르니, 코끼리바위(통천문)가 나온다. 바위에 앉아 점심을 먹다 보니, 이곳은 상습갈등 구간처럼 보인다. 사진을 찍기 위해 다른 사람들의 통행을 막거나, 사진 배경에 들어간다고 불평하며 시비가 붙기도 한다. 비접속 시대의 사진 한 장은 추억의 한 조각이었는데, SNS 시대 사진 더미는 추억과 무관한 과시용품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시끄러운 자리를 뒤로하고 승가봉에 오르니, 의상능선에서 문수봉을 거쳐, 보현봉으로 이어지는 산세가 아름답다. 산행을 하는 이유는 다양하고, 사진을 남기려는 마음도 이해하지만, 아름다운 자연을 실시간으로 즐기는 것이 먼저고, 사진은 덤으로 얻는 게 아닐까?

비봉능선의 기이한 멋진 능선과 계곡 풍광을 즐기며 승가봉, 사모바위를 지나 비봉 중턱까지 오른다. 위험한 비봉 정상 구간을 무리해서 오르지 않고 안전한 우회로로 비봉을 지난다. 진관사 계곡으로 내려가는 갈림길을 찾아 비봉능선을 벗어났더니, 거대한 바위지대가 나타나는데, 이름이 특이한 웨딩바위다.

진관사 골짜기로 내려가는 길은 가파르지만 긴 구간은 아니어서, 곧 계곡 물을 만난다. 진관사 계곡 중상류 구간은 전면 출입금지는 아니라, 차가운 계곡물에 적당히 세수하며 내려갈 수 있다. 장마철이라 제법 많은 물이 바위와 어우러지며 작은 협곡같이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여름은 여름이라, 나무그늘이 없는 위쪽에서 햇빛, 아래에선 바위의 열기가 현기증을 일으킬 만큼 뜨겁다.
진관사 주변 계곡에는 아이들과 휴일 오후를 보내고 있는 사람들이 많고, 이 때문인지 물도 조금 탁해져 있다. 하지만, 지나치게 규제로만 계곡을 보호하기보다는 적정 규제와 자율보호를 통해 사람과 자연이 만날 때, 궁극적으로 자연을 보호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진관사를 뒤로하고, 한 달 전 삼천사계곡 산행때와 같이 한옥마을 앞에서 버스를 타고 청수계곡으로 돌아온다.


산행지: 북한산 북한산성-문수봉(727m) - 진관사 계곡 / 서울 
날 짜: 2023년 7월 2일
날 씨: 맑음, 소나기
일 행: 맑은물
산행코스: 정릉 청수계곡-보국문-대성문-대남문-문수봉-비봉능선-삼천사계곡-은평 한옥마음
산행시간: 5시간 50분 (10시 25분~16시 15분, 휴식포함)
교 통: 시점(우이신설 경전철, 서울 버스), 종점(서울 시내버스)


 

청수계곡
청수계곡
청수계곡
청수계곡 (필자의 최애 장소)
대성능선에서 본 형제봉
버섯이 참 예술적으로 피어났다
먹다 만 빵 부스러기 같은 버섯
칼바위 능선이 보인다
북한산 화강암은 자연에 의해 오묘하게 침식되어 있다
애벌레 같은 바위
칼바위가 보이는 풍경
저 아래 계곡이 정릉천 상류. 시원한 계류, 폭포 소리가 들려온다
일선산 갈림길 전망대
보현봉에서 동쪽으로 2~3번째 봉우리 사이에 있는 정릉천 발원지 부근
대성문
보현봉 갈림길(출입금지) 부근에서 본 청수계곡 전경. 가운데 아래 골짜기가 정릉천 최장 골짜기로 발원지 계곡이다
보현봉 갈림길에서 동쪽, 성덕봉과 칼바위
북한산성, 보현봉 갈림길 부근
대남문에서 본 보현봉
문수봉
문수봉에서 문수사와 구기계곡
문수봉에서 본 구름 속 비봉능선
실제 문수봉을 배경으로 문수봉 표지
까만 러브버그도 많고, 까마귀도 많다
비봉능선은 여전히 구름 속
문수봉 아래 비봉능선에서 남쪽 방향
문수봉 아래 비봉능선에서 남서쪽 비봉능선 전경
공부
비봉능선에서 본 보현봉
보현봉(오른쪽)과 왼쪽 가운데로 문수봉
소란이 있던 통천문
비봉능선에서 본 문수봉(오른쪽)과 왼쪽으로 이어지는 의상능선
진관사계곡
오른쪽 문수봉에서 왼쪽으로 이어지는 의상능선
백악산(왼) - 인왕산 (가운데) - 안산 (오른쪽)
문수봉-의상능선, 뒤로 보이는 백운대
사모바위가 가까워 오고 있다
점점 가까워지는 사모바위
사모바위, 오랜만이다
원추리?
비봉에서 돌아 본 비봉능선, 뒤로 저 멀리 백운대(왼), 가운데 능선 의상능선-문수봉, 보현봉

 

까마귀 신났다
웨딩바위(이름이 좀 그렇다)
진관사 계곡
진관사 계곡 상류
진관사 계곡 중류
북한산은 경관좋은 국립공원인 동시에 특이한 지형, 지질자원을 가지고 있다
뒤돌아 본 진관사 계곡
협곡같은 진관사 계곡
진관사 계곡, 능선이나 외부에서 보기와 달리 깊다
진관사 바로 위 폭포
진관사 대웅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