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녀오기 잘했다. 철원 금학산 (2025.2.9)

2025. 2. 9. 21:24전국산행일기

 

이야 오기 잘했다.

 

철원여고 뒷쪽 공영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등산로에 들어서니 눈앞에 하얀 눈길이 펼쳐지고, 차가운 산 공기가 폐 깊은 곳까지 스며든다. 집에서 나올 때까지도 금학산까지 갈까 말까? 너무 먼 거 아닌가? 고민했었다. 철원으로 운전하면서도 주말에 가족을 두고 혼자 산행을 하는 게 마음에 걸렸는데 산에 들어서는 순간 모든 번뇌가 사라진다. 시원하고 상쾌한 기분을 오늘 산행 내내 유지해 보자.
 
산림욕장의 지그재그 등산로를 지나 임도에 오르니 정상으로 이어지는 가파른 능선이 보인다. 철원에 접어 들었을때 평지에서 삼각형의 형태로 솟은 금학산을 바로 알아봤다. 예상대로 임도를 지나 등산로는 바로 가팔라졌다. 다른 산에서는 이런 급경사 구간을 깔딱 고개라고 많이 부르는데 금학산은 깔딱 고개 그 자체다. 
 
여름 산이면 덥고 시야가 막혀 답답했을 텐데 겨울이라 나뭇가지 사이로 동송읍과 너른 뜰이 보인다. 단조롭게 이어지는 오르막길이지만 생강나무, 진달래, 단풍나무가 있어 사계절 내내 아름다움이 있을것 같다.
오늘 산행 중 처음으로 뾰족한 바위가 있어 올라보니 아래로 철원평야가 보인다. 내륙지방의 평야인데 넓긴 넓다. 그런데 조금 위 바위에도 사람이 있는데 올라 보니 기이하고 재미있는 바위가 있다. 철원평야를 배경으로 늠름하게 서 있는 매바위다. 지금까지 이 가파른 길을 잘 올라왔다고 힘을 주는 응원봉 같은 바위다. 
 
매바위를 지나고 부터는 오르막과 능선길이 섞여 있다. 쌓인 눈의 깊이가 점점 깊어진다. 정승 바위 지나고부터는 서쪽으로 고대산을 보며 걷는다. 정상이 가까워오니 심설 깊이가 50센티미터에 이른다. 기대했던 상고대는 없지만, 고도감 느껴지는 능선 길을 걷는 재미가 솔솔 하다. 기온은 영하 5도 이하지만 바람이 잠잠하여 체감온도는 그렇게 낮지 않다.
 
아래에서 출발한지 약 1시간 40분 정도 만에 금학산 정상부 헬기장에 도착한다. 서쪽으로 고대산과 남쪽으로 보개산 지장봉과 화인봉, 동쪽으로 펼쳐진 철원평야 너머로는 큰 산줄기가 보인다. 복주산이나 상해봉, 광덕산 같은 한북정맥 높은 봉우리일 텐데 산 이름까지 알 수는 없다. 북쪽으로 수목띠를 이룬 DMZ가 보이고 그 너머로 철원평야 북한지역과 함께 산봉우리들이 보인다. 철원평야를 지나 추가령 구조곡을 지나면 원산까지 갈 수 있지만 지금은 길이 막혀 있다.
 
남북을 함께보면 철원은 참 너른 땅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땅이 넓어서 그런지 평야 사이에 동송, 신철원, 김화 등 읍 규모의 시가지가 유럽식 타운 처럼 적당한 거리를 유지한 체 위치해 있다. 그렇게 멀지 않은 곳에 일자리가 있고 그렇지 멀지 않은 곳에 도시가 발달해 있어서 먼 곳까지 생필품을 구하러 갈 필요가 없다. 자연스럽게 로컬푸드가 뿌리내리고 지역이 고루고루 분산되어 발전할 수 있는 것이다. 무턱대고 지방분산을 통한 국토 균형을 얘기하면 비현실적으로 들리고, 메가시티가 마치 지역 균형인 것처럼 얘기하는 가짜 전문가들이 많다. 지형의 특수성이 있긴 하지만, 철원처럼 자체 상권이 유지되는 읍이 적당한 거리를 두고 발달하는 국토가 진짜 국토 균형발전의 모범이 아닐까?

헬기장 옆의 고대산 포토존을 지나 군부대 옆으로 금학산 정상석이 있다. 헬기장에서 불과 30미터 거리인데 자칫 헬기장에서 돌아가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정상석 옆 바로 옆에 서니 남쪽 담터계곡 쪽에서 올라오는 칼바람이 차갑다. 불과 몇 초 만에 손이 시럽고 얼굴이 차가워지는 느낌이다. 금학산 정상석 옆에서 막힘없는 풍광을 둘러보고는 정상 옆 의자에서 점심을 먹고 하산을 시작한다. 정상에서 만난 산행객이 B코스는 재미없다고 하였으나, 예정대로 출발!

정상에서 내려갈 때는 잠깐 아쉬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산행은 정상에 오르는게 목표가 아니라 내가 원래 있던 낮은 곳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소싯적 지인들이 나의 이런 철학을 듣고는 등산은 도전 정신이지 않느냐? 는 얘기를 나눈 적 있다. 등산의 철학은 다양하지만, '올라갈 때는 항상 내려가는 길을 생각하라'는 마음이 내 인생의 방향이 되어 준 것 같다.
정상에서 마애미륵불로 내려오는 길은 급경사의 연속이다. 올라갈 때는 정상 부근에 능선이 있었지만 B코스는 그대로 급강하다. 다행인것은 눈이 많이 쌓여서 미끄러지듯 빠르게 내려가는데 도움이 된다. 흙길일 때는 경사가 급한 이쪽으로 내려가거나 올라가기가 상당히 힘들 것 같다. 정상에서 등산객이 조언해 준 이유일 것이다.

30분 정도 빠르게 내려와 급경사가 끝날 무렵 마애미륵불이 표지판이 있다. 마애미륵불은 자연석을 가다듬은 몸통 위에 머리가 얹혀진 거대한 불상이다. (*아래 사진을 보시면 됩니다.) 미륵불 주변에는 신라와 고려 사찰의 흔적이 조금 남아 있다.
마애불 앞 바위에 어떤 동물의 따끈한 배설물 있다. 주변에 사람 손바닥 만큼 큰 동물의 발자국이 많은데, 눈 위 발자국이 녹아서 커 보이는 현상이다. 그렇게 큰 동물까지는 아니어도 배설물과 발자국을 봤을 때 잡식성 동물인 삵이나 담비로 추정해 본다. 그런데 하필 배설물의 위치가 마애불의 시선이 머무르는 정면 바위다. 마애불을 바라보며 여러 역사적 의미를 부여하지만, 야생 동물에게는 그저 그곳이 가장 좋은 배설 장소였던 것이다. 물론 인간과 야생동물의 삶을 그대로 비교할 수는 없지만 자연과 역사에 대한 의미 부여가 어떤 의미일까 생각해 보게 된다.
 마애불 앞으로 약 30 m 내려가 보니 너른 바위 전망대가 있다. 아래로 철원평야가 위치라서 이곳에 신라시대 누군가 사찰을 만들었던 것 같다.

다시 미륵불 뒤 갈림길로 올라갔다 급경사길로 10여분 내려가 임도를
만난다. 삼거리에서 약수터로 내려가는 길이 있지만, 임도를 따라 출발 지점인 주차장으로 돌아갈 계획이다. 임도를 걷다 보니 길이 점점 길어지는 느낌이다. 지도에 표시된 임도는 간단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오르막 내리막도 있고 골짜기를 따라 구불구불하게 이어져 있기 때문에 지도에 표시된 것보다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다. 임도는 함부로 들어설 곳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 무렵 사람들이 쉼터 정자가 나온다.
 
정자 옆 등산로가 보여서 그 길로 따라 가면 출발했던 공영주차장으로 바로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내려온 곳은 철원여고 옆이었다. 조금 더 임도를 따라가 산림욕장으로 내려오는 길이 더 빨를 수 있었을 것 같다. 주차장 아래 금학약수터 물맛은 꽤 괜찮다. 아까 정상에서 만났던 산행객을 다시 만나 인사하고, 집으로 돌아온다.


#산행정보
산행지: 금학산 (937미터, 강원도 철원군)
날 짜: 2025년 2월 9일
날 씨: 맑음
일 행: 맑은물
산행 코스: 철원여고 뒤 공영주차장 - 산림욕장 - 매바위 - 금학산 정상 - B코스 - 미륵마애불 - 임도 - 정자 - 철원여고 옆
산행시간: 4시간 10분 (11시 25분~3시 35분)
교 통: 운전


#포토산행기

공영주차장 가는 길
금학약수터 근처에 가족쉼터가 있다
금학약수 마시고 산행 시작
산행 초입
산림욕장
산림욕장 지나 만난 임도, 왼쪽 능선으로 쭉 올라가면 됩니다
오르는 길은 대략 이 정도 난이도
가파르게 오르는 중에 뒤돌아 보면 나무 사이로 철원 동송읍, 평야가 보이고.
점점 더 높아 집니다
처음 시야가 뚤린 곳. 아래 동송읍과 철원평
같은 장소, 철원 까마귀들
동송읍 뒤로 구불구불한 대교천, 멀리 한탄강이 있다
매바위, 왼쪽 끝 부분을 매 머리로 보면 된다
매바위 근처 만나는 바위, 독수리가 날개를 펼친 모양이다
겨울산. 삽주일까?
이름이 없어 인장바위라고 그냥 이름 붙여 봄
눈 쌓인 양이 점점 많아 진다
눈, 금학산 능선, 동송읍
오르고 또 오른다. 오를 수록 풍광이 좋아서 오르는 맛이 있다
급경사 길이라 거의 수직(?)으로 내려보는 느낌
눈이 많이 쌓인 급경사 길
생각보다 눈이 많다
금학산 눈길
바람의 흔적#1
바람의 흔적#2
바람의 흔적#3
정승바위
눈 세상이다
끝 없이(?) 오르는 길
하지만, 끝 없는 길이란 없다. 서쪽으로 고대산이 가깝다
고대산 연계 산행도 괜찮을 것 같다
정상이 코 앞이다
정상부 헬기장 도착
정상에서 바라 본 동송읍, 철원평야
정상에서 북쪽 방향, 중간에 비개발지역이 비무장지대이다
동송읍, 철원평야, 왼쪽이 북쪽이다
산행 중엔 몰랐는데, 오른쪽 임도 있는 곳이 각흘산, 뒷쪽 높은 산이 한북정 복주산-복계산-대성산
금학산 정상 포토 포인트
금학산 정상에서 서쪽 방향 고대산
남쪽 방향 담터계곡, 뒤로 왼쪽 관인봉, 오른쪽 보개산 지장봉
금학산 정상석
B코스로 하산 시작, 정상 아래.
왼쪽 임도 있는 각흘산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명성산, 뒤로는 무슨 산일까?
하산길도 눈길
빛의 흔적#1, 그림자가 있어야 빛을 알 수 있다
빛의 흔적#2
하산길
금학산 중턱에는 눈 천국, 아래는 뜰 천국
곳곳에 험한 구간이 숨어 있다
1 - 2 - 3 - 4 - 5 (현 위치)
야생동물의 발자국
마애석불
야생동물마져 시원하게 해주는 마애석불
절 터 흔적과 마애석불
신라시대 창건된 사찰의 흔적
마애석불 앞쪽 전망
명성산
남동쪽 방향, 철원평야 너머러 한북정맥이 달린다
마애석불 앞 전망대
마지막 급경사 하산길
거의 내려 옮
임도를 만났다
임도 옆 계곡, 야생동물의 흔적
임도를 따라 가고 있다
임도 따라 가는 중
철원여고 뒤로 하산
오른쪽 아래 현위치 - 비상도로 - 매바위 - 헬기장 - 정상 - 용바위 - 마애불상 - 거북이약수터 - 현위치 (지도가 실제와 조금 다름)
학이 내려 앉은 모양의 금학산, 역사와 문화를 품고 있는 금학산
동송읍방향에서 본 금학산.
돌아 오는 길에 건넌 한탄강 다리
한탄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