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방산 겨울 산행은 평일을 추천 합니다 (2025.2.25)

2025. 2. 26. 00:00전국산행일기

두 달에 한번 산행하기로 한 조피디와의 세 번째 산행지로 계방산을 선택했다.
당일 산행으로 먼 곳이지만, 겨울산행다운 산행을 하지 않아서 결정한 곳이다.
 
아침 8시 50분에 서울을 떠나 11시 넘어 운두령에 도착한다. 검색을 제대로 하지 않아 영동고속도로로 조금 돌아왔는데, 오는 도중 치악산에 걸려있던 삿갓구름을 보는 행운이 있었다. 횡성까지는 주변 산에 눈이 별로 없었는데, 평창으로 넘어오니 높은 산이 하얗게 보인다.
2월 말 평일인데도 불구하고 운두령 쉼터 주차장에는 차들이 가득 차 있다. 마지막 겨울산행을 하려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운 좋게 마지막 모퉁이에 주차를 하고 산행 장비를 챙긴다. 씽씽 돌고 있는 풍력발전기를 보며 계단을 올라 산행을 시작한다. 해발 1089미터 운두령은 막바지 추위가 사그라들며 시원한 정도라 산행하기 좋다.
 
2월 초 눈이 내린 후로 2주 이상 가물어서 눈이 없으면 어쩌나 했는데, 계단을 올라 물푸레나무 숲에 들어서니 눈이 꽤 많이 쌓여 있다. 바람도 세게 불어 체감온도는 영하 10도는 되는 것 같다. 풍력발전기가 잘 돌고 있다고 좋아할 일이 아니었다. 두꺼운 옷에 방한대책을 잘하고 와서 다행이다.
 
산행 초반 1200미터 쯤 되는 봉우리를 올랐다가 1080미터 안부로 내려온다. 운두령 보다 낮은 것 같다. 여기를 지나 오르는 길은 햇빛을 받는 남사면이라 눈이 녹으며 질척한 흙길로 변했다. 거칠던 바람이 약해지고 햇빛이 적당한 2월 말 날씨다. 지난 주말처럼 추웠더라면 지금 쯤 상고대를 볼 수 있었을 텐데, 사람이 산의 시간에 맞춰야지, 산의 시간을 나에게 맞추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남사면 오르막을 따라 조금 고도가 높아지니 흙길 대신 눈길이 다시 시작된다.
 
해발 1290미터 쉼터 안내판을 보니 여기서부터 해발 1490미터 전망대까지가 힘든 구간으로 표시되 있다. 힘들지 않고 여기까지 올라왔기에 계속 천천히 얘기를 나누며 오른다. 조피디와는 차 타고 오며 많은 얘기를 나눠서 산행 때는 같이 가다가 앞서가다가 서로의 컨디션에 맞춰 걷는다. 계방산에 두 번째 오는 내가 주로 산에 대해 얘기해 주다가, 일상얘기를 하다, 정치와 사회 얘기를 나눈다. 
서늘한 날씨 눈길을 걸으며 대화를 나누며 걷다 보니 어느새 야광나무가 있는 전망대다. 전망대에 서니 북쪽으로 소계방산, 동쪽으로 계방산 정상이 가깝게 보인다. 두 봉우리 뒤로 오대산 비로봉, 호령봉이 보인다. 어렴풋하게 평창군, 홍천군의  높은 산들이 보인다. 지난 2024년 1월에는 구름과 안개가 자욱하였는데 오늘은 날씨가 좋아 멀리까지 잘 보인다
 
전망대에서 계방산 가는 길은 참 좋다. 기대했던 상고대는 없지만, 기대하지 않았던 눈은 엄청나게 쌓여 있다. 길 옆에 꽂혀있는 나무막대기를 뽑아 봤더니 무려 허리 높이를 넘는 눈이 쌓여 있다. 정상 50여미터 앞두고 부는 바람은 이전과 완전히 다르다. 아래쪽은 적당히 찬겨울바람이었다면 정상부 바람은 매서운 칼바람이다. 풍속 5미터 이상되는 찬바람이 쉬지 않고 불어대니 체감온도가 뚝 떨어지고, 얼굴이며 귀가 얼어붙는 느낌이다.
 
바람을 이겨내고 드디어 해발 미터 정상석과 돌탑이 있는 계방산 정상이다. 계수나무 계, 향기로운 방, 계수나무 향기가 나는 산이다. 먼 곳 조망은 전망대와 비슷하지만, 동쪽으로 오대산 비로봉, 호령봉이 더 가깝게 보인다. 선자령은 어렴풋하게 보이고, 발왕산은 스키장 흔적을 통해 알아낸다. 서쪽 방향으로 수십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머리가 하얀 산은 백덕산과 치악산으로 추정해 본다. 북쪽 멀리 설악산이 희미하게 보인다. 멀리 있는 산을 알아본다는 것은 큰 의미는 없지만, 알면 반갑기도 하고 가보고 싶기도 하다.
 
정상에서는 조금 더 진행하여 주목군락지까지 가보기로 한다. 쉼 없이 불어대는 칼바람을 피할 수 없지만, 체온을 빼앗기지 않도록 모자를 꾹 눌러쓴다. 바람에 날려 온 눈에 미끄럼틀이 되어 버린 계단을 지나니 없어진 줄 알았던 상고대가 있다. 화사하지는 않지만 상고대가 나뭇가지에 하얗게 붙어 있다. 상고대를 보며 이동하여 작은 주목 몇 그루를 만난다. 능선을 따라 더 가면 주목이 더 있을 텐데, 우리는 운두령으로 돌아올 것이기 때문에 계방산 정상으로 돌아온다.
2024년 1월 계방산 산행때는 날씨가 좋지 않았지만 두꺼운 상고대 풍년이었다. 오늘은 상고대 맛보기라도 했으니 만족한다. 주목군락지 방향에서 바라보는 계방산정상 모습
 
정상에서 약 200여미터 아래에 있는 너른 공간에서 점심을 먹고, 다시 전망대에 서니 올라가며 봤던 모습과 느낌이 다르다.
운 좋게 소계방산 너머로 얕은 렌즈구름을 만난다. 마지막으로 오대산의 설경 조망을 눈과 마음속에 담는다. 전망대 직전 오르막길은 올라올 때는 힘든 코스였으나 내려가는 길은 눈이 다져져서 산책로처럼 쉽다. 주말에는 등산객들로 북적인다고 하는데, 오늘은 사람이 많지 않아 좋다. 계방산 겨울산행은 평일에 하는 게 좋다.
 
쉬지 않고 쭉 물푸레나무 숲까지 내려온다. 눈과 오후 햇살이 만나니 내 눈이 즐겁다. 바람소리와 풍력발전기 돌아가는 소리를 들으며 운두령에 3시 40분쯤 도착한다. 운두령 쉼터에서 따뜻한 차를 마시고, 서울로 돌아오며 단독 산행과 함께하는 산행에 대해 생각해 본다.
 

혼자하는 산행은 자연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사색의 시간이고, 
여럿이 하는 산행은 사람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소통의 시간이다.

 


#산행정보
산행지: 계방산 (1577미터, 강원도 평창군, 홍천군)
날 짜: 2025년 2월 25일
날 씨: 맑음
일 행: 맑은물, 조피디
산행 코스: 운두령 - 전망대 - 계방산 정상 - 주목 군락지 - 정상 - 전망대 - 운두령
산행시간: 4시간 40분 (11시 20분~16시 00분)
교 통: 운전(조피디) 동승


#포토산행기

치악산 위의 삿갓 구름
해발 1089미터 운두령. 버스는 지나가는 사람들
씽씽돌던 풍력발전기
눈길이 시작된다
점점 깊어지는 눈
왼쪽으로 전망대, 오른쪽 나무 사이로 정상이 보인다. 겨울에만 보인다.
거대한 눈 더미가 녹고 있지만 고드름이 되었
쭈욱 올라가야 하는 길
눈이 녹고 있다.
굉장한 눈길이지만, 늦겨울이라 재미있는 길
힘든 코스 끝
상고대는 없지만 눈길이 대단하다
마치 봅쓸레이 코스같은 눈길
계방산 전망대 옆의 야광나무
전망대에서 본 계방산 정상
소계방산(왼), 비로봉-호령봉(가운데), 계방산 정상(우)
멀리 구름 아래로 설악산이 보인다
전망대에서 정상 가는 길
계방산 정상이 가까워오고 있다
저 나무 보면 눈이 꽤 쌓여있단걸 알 수 있다
계방산 정상부 눈이 많다
실제로는 바람이 점점 강해지고 있다
계방산 정상. 바람이 매우 차갑다
해발 1577미터 계방산 정상
주목군락지로 이동 중
화창한 날씨지만 눈 위에 새겨진 바람의 흔적
상고대의 흔적
주목군락지 부근, 바람에 얼굴이 시러웠다
이 정도 상고대라도 봐서 다행이다
주목군락지에서 겨울 풍광, 왼쪽으로 소계방산. 멀리 비로봉이 보인다
비로봉과 호령봉(중앙)
설악산을 당겨 보았다
다시 계방산 정상을 향해 돌아가는 중
저 봉우리 너머가 계방산 정상
계방산 풍경
높은 봉우리인데 눈 깊이가 대단하다
계방산 정상부에서 본 겨울산 풍광
주목군락지가는 계단은 미끄럼틀이 되었다
겨울산 풍광
겨울산
다시 계방산 정상이 보인다
눈 앞에 계방산 정상, 발 아래 쌓인 눈
계방산 정상에서 남쪽으로 내려가는 계단
다시 만난 계방산
정상에서 찾은 운두령
정상에서 전망대로 내려가다가.
계방산 정상 부근의 수리취
전망대에서 다시 찾은 소계방산
전망대에서 소계방산 방향, 얕은 렌즈구름이 있다
놓치기 싫은 겨울 풍광을 다시 돌아본다
전망대에서 본 계방산 정상
내려오며 보니 아래쪽에도 눈이 꽤 많다
운두령으로 돌아왔다
한산해진 운두령
해발 1089미터
서쪽으로 돌아 오는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