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의 주 6일 시대, 모락산 토요산행 (2004.5.22)

2004. 6. 2. 19:54전국산행일기

토요산행!?
주 5일제는 꿈도 꾸지 못하는 많은 중소기업 노동자들에게는 힘들 얘기지만,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 가까운 산, 얕은 산에 가면 된다. 

의왕 모락산! 집에서 가깝고 교통이 편해 최적의 토요산행지다. 
토요일 12시 30분, 일과가 끝나자마자 퇴근하여 구두에서 등산화로 갈아 신고 범계역으로 간다. 약속시간 오후 3시에 범계역에 도착했지만, 아무도 없다. 약속이 잘못되었나 싶었지만, 산을 좋아하는 친구들 5명이 20분 안에 모두 나타났다.

3번 마을버스를 타고, 평촌공고를 지나 현대-LG 아파트 앞에서 내린다. 바로 앞 주유소 매점에 들러 물과 주전부리를 사고, 모락산 입구로 이동하여 산행을 시작한다. 작년 5월에 모락산을 찾았을 때는 산행 입구를 찾지 못해 한참을 헤매었는데, 오늘은 산행입구로 헤맬 걱정은 안 해도 된다.

LG 아파트 쪽 모락산 입구에는 수십 미터에 달하는 시원한 아카시아 숲이 있다. 시원한 아카시 나무 그늘에, 아카시 꽃향기가 가득 차 있다. 바닥에 아카시아 꽃이 하얗게 떨어져 있는 거 보니 이제 봄날은 가고, 여름이 오고 있다. 

아카시아 숲을 벗어나면서 낮지만 암릉길이 시작되는데 동쪽으로 이어지는 산들이 멋지다. 1년 전에는 연무 때문에 보이지 않았던 광교산-백운산-바라산-청계산 능선이 굽이쳐 간다. 서쪽으로는 인덕원, 안양, 평촌, 산본, 의왕 시내가 구분되는 듯 연결돼 있다. 행정구역상으로 나눠져 있지만, 하나의 큰 도시처럼 보인다. 안양 시내 뒤로는 삼성산과 관악산이 지키고, 산본 뒤로는 태을봉-슬기봉의 수리산이 있다. 시내든 산이든 모두 새파란 하늘 아래 있다. 눈으로 보는 풍광에 더해 산들산들 바람이 얼굴을 스쳐 지나가는 토요일 오후다.  일주일간 쌓인 피로도 바람에 날아간다.

아기자기한 암릉을 오르락내리락 걸으니 제법 큰 산처럼 느껴진다. 모락산 정상에 오르니 북쪽 멀리 양재동은 물론이고, 서울 남산, 북한산 백운대, 인수봉, 노적봉, 도봉산, 수락산, 불암산까지 모두 눈에 들어온다. 최근 산행 가운데 날씨가 가장 좋다.

정상을 넘어서면, 서쪽의 암릉길과 달리 푹신푹신한 흙길이 나타난다. 서쪽은 바위산, 동쪽은 시원한 숲이 우거진 육산. 모락산은 작은 산이지만 두 얼굴을 가진 산이다. 
하산길 중간에 있는 전망대에 오르니 감탄사가 나오는 주변 풍광이 펼쳐진다. 지난겨울에 눈썰매를 탔던 백운산 자락은 이제 녹색 산으로 변신해 있고, 백운산 아래 백운호수는 주변 산과 하늘을 모두 담아 짙푸른색빛을 띠고 있다. 

전망대를 내려와 조금 더 걸으니 다시 아카시아 숲이 나온다. 잎구와 출구가 모두 아카시아 나무다. 산행이 2시간 만에 끝났지만 더 큰 기대를 할 수 있다. 모락산 산행의 숨은 매력은 보리밥집에서 뒤풀이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작년에 갔던 일출보리밥집에서 파전에 동동주를 먼저 시키고, 보리밥에 온갖 나물을 넣고, 빨간 고추장 한 숟가락과 고소한 참기름 넣고 쓱싹 비벼 먹으니, 산행의 즐거움이 두 배가 된다.

모락산은 수리산-관악산-청계산-백운산-광교산의 한가운데 있는 낮은 산이지만, 최고의 조망 맛집이자, 진짜 보리밥 맛집을 가진 산이다. 주변 분들에게 강력 추천한다.


산행지 : 모락산 (경기 의왕 381m)
날  짜 : 2004년 5월 22일
날  씨 : 맑음
코  스 : 안양 호계동 LG 아파트 - 모락산 정상 - 의왕 내손동 보리밥 마을
산행시간 : 2시간 (오후 3시 50분 ~ 5시 50분)
일  행 : 5명 
교  통 : 인덕원역에서 시내버스, 마을버스 이용


[포토 산행기] 

[오른쪽이 관악산-삼성산, 왼쪽이 수리산의 태을봉-슬기봉, 산본-안양-의왕] 향긋한 아카시아 숲
향긋한 아카시아 숲
모락산 정상
모락산에서 본 관악산
모락산에서 본 수리산 전경
모락산에서 본 의왕 백운산
모락산 기암괴석
유일한 밧줄 타기 구간
모락산에서 본 백운 호수
모락산에서 본 청계산 전경, 망경대(왼), 국사봉(오른쪽)
[모락산에서 동쪽 조망, 청계산-옥녀봉-바라산-백운산-광교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한눈에 들어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