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 6. 9. 20:36ㆍ산행일기
알람소리에 잠이 깼다가, 10분만 더~~ 하며 잠들었는데, 30분을 더 자버렸다. 6시 30분, 남은 시간 30분...후다닥 준비하고, 택시 타고 터미널에 도착하니 6시 50분이다. 여유 있게(?) 표를 끊고 원주행 버스를 타고 잠을 청했지만, 소풍 가는 기분에 잠이 오지 않는다. 잠깐 눈을 붙였다 깨어보니 벌써 원주다.
5분뒤에 서울에서 출발한 한길사람들이 원주터미널에 도착했다.
버스터미널 건너에서 구룡사 가는 41번 시내버스를 타고 40분 정도 가면 된다. 기다리던 시내버스대신, 구룡사라고 써붙인 관광버스가 앞을 지나 정차를 한다.
"저 버스를 타면 바로 갈 수 있을텐데~"라는 생각은 있었으나, 누구 하나 선뜻 나서는 이는 없었다.
용감한 먼발치에서가 기사아저씨에게 갔다오더니 6명에 10000원이란다. 낙담하고 있는데 이번엔 아저씨가 먼저 우리에게 오더니 6000원에 하잖다. 부처님 오신날에 공짜로 운행하는 버스라는 정보를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시내버스가 오지 않아 그냥 6000원을 주고 관광버스를 타고 매표소 앞까지 갔다.
매표소 앞에서 몸과 마음의 준비를 하고, 삿갓주도 한병 샀다. 문화재 관람료가 포함된 입장료는 3200원이다. 생각보다 비싸다.
산행 초입은 한쪽으로 계곡물이 흐르는 넓은 길이다. 큰산 입구에 가면 보게 되는 익숙한 풍경이다.
[구룡소 - 구룡폭포]
구룡사까지는 20분이 걸린다. 부처님오신날이라서 사람들이 많다. 대웅전 앞에서는 봉축 법오식(?)을 하고 있었다.
구룡사 바로 옆에는 한길이 넘을듯한 구룡소와 구룡폭포가 있다. 야영장을 지나 도착한곳은 작은 2단 폭포인 세렴폭포다.
2년 전 이곳을 찾았을 때는, 비가 오는 날이라 수량이 많았는데, 오늘은 그때보다 폭포가 많이 왜소해져 있다. 폭포도 생명이 있어서 커졌다, 작아졌다 하는 것일까? 폭포 앞에서 처음으로 간식시간을 갖고, 신발끈을 동여 메고, 그 힘들다는 사다리병창을 오를 준비를 한다.
사다리 병창길은 해발 500m정도에 있는 세렴폭포에서 해발 1288m의 비로봉까지 거의 800m를 단숨에 올라야 하기 때문에 악명이 높다.
설마 하니 노인봉보다 힘들겠냐는 생각으로 사다리병창의 첫 나무계단에 발을 올린다. 처음 30여분은 계곡에서 능선으로 오르는 길이기 때문에 "상당히" 가파르지만, 그다음부터는 "적당히" 가파르다.
최근에 다녀왔던 낮은산에서는 쉬고 싶으면 쉬었는데, 오늘은 쉬고 싶어도 한 언덕을 더 넘어 쉰다. 오랜만에 산행다운 산행을 하는 것 같다. 오르다 보니 사다리병창길은 좁은 능선길, 오르는 방향 왼쪽을 막고 서있는 거대한 능선, 가파른 길이 지난겨울 찾았던 노인봉 길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거의 같이 오르면서 함께 쉬고, 함께 먹으면서, 더불어한길다운 산행을 하였다. 그러던 것이 어느새 900m를 넘어서고, 어느새 해발 1100미터를 넘어섰다. 정상까지 얼마 남지 않은 구간은 아직 신록으로 남아있는 주변 경치에 취해 힘든 줄 모르고 올랐다.
매표소를 출발한지 3시간 20분 만에 드디어 1288미터, 치악산 정산 비로봉에 도착했다.
[비로봉에서 바라본 남대봉]
비로봉에는 커다란 돌탑이 있어, 먼발치에서는 태백산(문수봉) 같다고 했다. 비로봉에서는 향로봉-남대봉으로 이어지는 14km에 달하는 능선이 시원하게 뻗어나간다. 사방으로 뻗어나가는 능선들이 모두 아름답다. 원주시내도 내려다 보인다.
기다리던 점심시간이다. 지요가 싸온 잡곡밥, 족발-상추-야채, 김밥, 황도, 삿갓주, 소주 등등 산정상에서 먹는 점심이 아니라 소풍 온 것 같다. 게다가 하산을 하던 부부가 김밥과 방울토마토, 쵸코렛등을 주신다. 사다리병창에서도 다른 모임에서 김밥을 4줄이나 주더니, 부처님 오신 날이라서 그런지, 강원도 인심이 좋아서 그런지, 우리가 불쌍해 보여서 그런지는 중요하지 않다. 단지, 먹을 것이 늘었다는 사실만이 우리에겐 중요하다.
밥을 먹고나니 정상의 바람이 차갑게 느껴진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올라온길과는 다른 방향으로 하산을 시작한다. 헬기장을 지나고 종주능선과 삼봉의 갈림길인데, 삼봉 쪽 길은 인적이 드문 길이라 숲이 우거지고 조금 험했다. 이름의 유래가 궁금한 쥐 너 미고개에서 계곡 쪽으로 내려가는데, 큼직큼직한 고사리가 드문드문 뻗어 올라 어딘가에서 초식공룡이라도 나올 것 같은 분위기가 느껴졌다.
계곡물이 조금씩 모이기 시작할무렵, 그만 길을 잃고 말았다. 하지만, 많이 당황할 것 없이, 계곡 주변에 난 길을 찾을 수 있었다. 산에서 지나친 자만감을 조난사고로 이어질 수 있지만, 계곡 주변에는 길이 있게 마련이다.
길을 찾긴 했지만, 사람이 다니지 않아서 제일 앞에선 나는 엄청난 거미줄을 뒤집에 썼다. 언제부터 휴식년제로 지정되었는지 모르겠지만, 숲은 상당히 우거져있었고, 줄기식물도 늘어지고, 지금까지 한번고 경험해보지 못한 묘한 산행길이었다. 나무에서 떨어지는 송충이류의 벌레들이 옷이나 배낭에 달라붙기도 했다. 다행히 풀쐐기류는 없었다.
계곡이 점점 넓어짐에 따라, 하산 길도 조금씩 괜찮아 졌다. 혹시 입산금지 구역을 지키고 있는 공무원이나 공익이 있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을 했지만, 아무 일 없이 선녀탕을 건너 세렴폭포와 야영장 사이에서 큰길로 들어서게 됐다.
야영장을 지나, 구룡사를 지나 천천히 내려가는 길은 여유가 있다. 매표소를 나와 버스를 기다리는 시간에 쫄깃쫄깃한 감자전을 안주삼아 더덕막걸리를 들이킨다. 캬아~~~ 막걸리 한잔에 산행의 피로는 풀리고, 힘들었던 기억은 잊히고 즐거웠던 기억, 아름다운 자연의 모습만 기억에 남는다.
산행지 : 원주 치악산국립공원(1288m)
날 짜 : 2004년 5월 26일
코 스 : 구룡사 매표소 - 구룡사 - 사다리병창 - 비로봉 - 헬기장 - 쥐너미고개 - 도실암골 - 구룡사매표소
산행시간 : 7시간(9:50~16:50)
날 씨 : 흐림
일 행 : 6 명
교 통 : 원주터미널에서 시내버스 이용
(07:00)안산터미널 출발-영동고속도로
(08:35) 원주터미널 도착
(09:50) 구룡사입구 매표소-큰골
(10:50) 세렴폭포-사다리병창
(13:10) 비로봉
(13:55) 하산시작-헬기장-쥐 너 미고개-도실암골
(16:25) 선녀탕
(16:55) 매표소 도착
(17:15) 매표소 출발
(18:00) 원주터미널 출발
(19:50) 안산터미널 도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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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모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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