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산 국사봉에서 일몰을 바라보다 (2004.6.12)

2004. 6. 19. 17:37산행일기

토요일 오후에 잡혀있던 약속이 12시가 넘어서 취소되었다. 갑자기 토요일 오후시간이 공허하게 비었다.

무엇할까? 고민고민......'산에가자'

어느산에 갈까? 고민고민......'무갑산? 북한산? 수리산? 아니, 가까운 인덕원 청계산의 국사봉을 가자'

 

1시에 퇴근 후 집에 들러 빨래를 하다보니 시간이 많이 늦었다. 인덕원역에 도착한 시간이 벌써 4시 40분. 그런데, 청계산가는 마을버스는 매시 20분에 있어서, 40분을 기다려야 한다. 늦을것 같아 먹을것과 작은 랜턴을 하나 산다. 인덕원역에서 마을버스를 타고 매표소 입구에 내리니 벌써 오후 5시40분이다. 아무리 낮 길이가 긴 6월이라고 해도, 산에 가기에는 늦은 시간이다. 서둘러 걸어보지만, 여름을 맞아 계곡 양쪽으로 놀러온 사람들, 주말농장에 온 사람들, 개구리 관찰장, 짙은 연두색의 산과 숲을 감상하느라 속도가 나지 않는다.

 

20분을 걸어 청계사에 도착해서도 늦은시간에 쫒기기 보다 여기저기 둘러본다. 쉽게 찾을 수 있는 청계사는 작지만 정(情)이 가는 절이다. 잠자고 있는 불상 옆을 지나 6시가 넘어서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한다. 청계사 옆으로해서 청계산을 오르는 길은 여러번 오르락 내리락 했는데, 오늘도 좀 낯설다. 매번 다른 계절에 다른 사람들과 왔기 때문이다.

한참 만에 올라선 전망대를 지나, 지난 2003년 1월에 시원한 동동주가 인상적었던 갈림길을 지나가는데, 그때의 기억이 떠오른다. '그때 함께 산행을 했던 오직한길, 하나사랑, 달봉이는 삶이 많이 바쁜가?' 한동안 함께 산행을 못했다.

 

추억에서 벗어나 헬기장을 지나 망경대에 오른다. 동물원과 서울랜드로 이어지는 매봉능선, 스폰지처럼 폭신할것 같은 계곡의 초록숲, 맞은편의 관악산, 서울의 빌딩들, 저멀리 수리산과 모락산, 남쪽으로 굽이치는 국사봉~바라산~백운산~광교산..동쪽의 성남과 분당. 올때마다 느끼는것이지만, 망경대는 조망 하나는 끝내주는 곳이다.

 

혼자 김밥과 가벼운 간식거리를 먹으며 경치에 푹 빠져 있다보니 어느새 저녁 7시 5분, 여름이라 아직 해가 지지 않았지만, 많이 늦은 시간이다. 이때부터 아주 빠른 걸음으로 헬기장을 지나 다시 갈림길을 지나 이수봉쪽으로 간다. 이수봉(545m)을 지나니 어느덧 관악산 너머로 해가 뉘엇뉘엇 지기 시작한다. 등산로에서 간간히 마주치던 사람들도 이제 보이지 않고, 경쾌한 산새소리만 구슬프게 들린다. 지도에 표시된것보다 실제 등산로가 더 험하다. 우리가 이론적으로 알고 있는것 보다, 실제 현실세계가 더 험한것과 같은 이치다.

 

국사봉에 도착했을 때는 벌써 해가 관악산 너머로 사라지고 없다. 이젠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소리가 조금은 무섭게 들린다. 시간은 7시45분, 주위가 많이 어두워졌지만, 아직 랜턴없이 걸을만 하다. 더 어두워져도 랜턴을 준비해와서 괜찮다. 첫째도, 둘째도, 세째도 준비.

 

하산길은 계곡으로 바로 이어지는 길이기 때문에 상당히 가파르다. 내려가는 길이니 가팔라도 힘들지 않지만, 이 길로 국사봉을 오를려면 쉽지 않았을것 같다. 8시가 넘어 주위가 완전히 깜깜해져서야 계곡에 도착했다. 무더워서 흘린땀과 무서워서 흘린 식은땀이 추가되어 온몸이 땀에 절었다.

땀 흘린 사람이 아무도 없는 여름계곡을 그냥 지나칠 수는 없지. 잠시 후, 개운하고 시원하고 상쾌하고, 그런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올라왔던 자동차길을 15분정도 내려가 마을버스를 타고 인덕원으로 나가서, 전철을 타고 집으로 오니 밤 10시가 다 되었다.0

글에 모두 담지 못하는 아름다움이 있는 청계사-망경대, 등골이 오싹했던 국사봉 등산길. 산행후기를 읽는 것 보다 실제 산행이 재미있듯이, 뭐든 실제 해보는게 재미 있다.

 

산행지 : 청계산 (경기 과천)
날  짜 : 2004년 6월 12일
날  씨 : 맑음
코  스 : 청계사 - 헬기장 - 망경대 - 국사봉 - 청계사계곡
산행시간 : 2시간 30분 (오후 5:40~8:10)
일  행 : 단독산행
교  통 : 인덕원역 & 마을버스 

 


 

청계산, 국사봉

[청계사]

 

청계산, 국사봉

[청계사 동자상들]

 

청계산, 국사봉

[망경대에서 바라본 서울대공원 계곡, 저녁햇살 때문에 초록이 가을같다.]

  

청계산, 국사봉

[서쪽으로 관악산(사진 우측), 수리산이 있고, 남쪽으로 백운산-광교산 능선이 뻗어간다.]

  

국사봉, 청계산

  

[국사봉]

 

국사봉, 청계산

[국사봉에서바라본 관악산 일몰, 왼쪽아래 백운호수와 모락산, 그 옆으로 두 봉우리는 수리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