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벚꽃이 가득 피었어도 내 마음에는 뾰족한 무엇이 솟아났다.
주말에 잡혀 있던 산행 약속이 깨졌다. 1차적인 이유는 토요일에 봄비가 예보되어 산행이 불가능하기 때문 이었다.
주중에 약속 상대방과 통화하면서 이미 느낌이 있었다. 적은 비가 내리고 낮부터 개는 예보였지만, 상대는 약속 취소 가능성을 언급했다.
목요일 저녁까지 토요일 비 예보가 바뀌지 않아 상대와 얘기하여 약속을 취소했다.
처음부터 만남의 목적은 산행이 아닌 친목과 나들이였는데 산행으로 흘러가면서 약속마저 취소됐다. 대화에 오해가 있었던 것일까? 오해하고 싶었던 것일까? 뾰족한 마음의 실체는 지속되는 서운함이었다.
토요일 오전, 많은 비가 내린 중남부 지방과 달리 서울에는 한방울의 비도 내리지 않았다.
흐린 토요일에 뒷산에 핀 진달래를 보러 가려다 가족과 꽃나들이를 가기로 한다. 그때만 할 수 있는 일은 그때 해야 한다. 가족과 꽃놀이는 이때만 할 수 있는 일이다. 송추 원각사 근처로 나들이를 가서 맛있는 피자를 먹었다. 송추까지 왔으니 지난해 도봉산 오봉에 오르며 봤던 송담폭포를 아내와 아이에게 보여줬다. 아내는 매우 좋아 하지만, 아이는 시큰둥하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아이는 이런데 나들이 다니는 것을 좋아했으나 이젠 자연 보다 친구와 교류를 더 좋아할 나이다.
나들이에서 집으로 돌아왔으나 이번에는 목이 붓기 시작한다. 일요일 컨디션이 괜찮아지면 정릉에서 충정로까지 도심산행을 개척해 보기로 한다. 일요일 아침 여전히 목이 칼칼하니 부었지만 아침을 먹으니 괜찮아 지는 느낌이다. 하기 싫은 일이 있을 때 멀쩡한 몸이 아파지는 꽤 병에 걸리는데, 나는 반대다. 산행을 하고 싶어서 컨디션이 올라오고 있다. 아니 나 지금 괜찮다.
배낭을 매고 등산화 끈을 묶는데 아내가 괜찮냐고 물어봐준다. 웬일이지?
예정보다 1시간 30분 늦게 집을 나왔기에 둘레길 5구간은 생략한다. 버스를 타고 국민대 앞에서 내려 북악터널 방향으로 걷는다. 북악터널 위를 지나 여래사 가는 길 옆으로는 채도 높은 분홍색의 진달래가 삭막한 숲에서 빛나고 있다. 꽃의 아름다움 보다 이런 환경에서 고군분투하는 진달래를 응원한다. 점점 꽃을 다양한 시각으로 보게 된다.
개나리가 흐트러지게 피어 있는 북악 하늘길을 따라 걷는다. 현재 위치 팔각정 가는 길, 2시간 30분 안에 백악산, 인왕산, 안산을 차례로 넘어 충정로에서 가족을 만나야 한다. 짹각짹각 줄어드는 시간과 험한 코스를 생각하며 점점 빠르게 걷는 내가 미션임파서블의 요원 같다. 선글라스를 쓰면 진짜 요원으로 보일까? 동네 아저씨로 보일까? 선글라스를 끼고 청와대 뒷산을 빠르게 뛰어가면 이건 산행이 아니라 작전이 되는 것이다.

일요일 오전 북악스카이웨이에는 네 종류의 이동 방법이 보인다. 자동차, 헉헉 혹은 씽씽 달리는 자전거, 걷는 사람과 달리기 하는 사람들이다. 팔각정 옆을 지나 백악산 4번 출입구로 가는데 자전거가 내리막을 씽씽 내달린다. 멋있어 보이면서, 걷는 내가 괜히 자전거 브레이크 파열을 걱정한다.
4번 출입구를 지나 곡장을 올라가는데 어디선가 바스락 바스락 소리가 들린다. 근처에 무엇이 있다. 소리 나는 곳으로 고개를 돌려 잡목뒤에 숨어 있는 수꿩을 찾는다. 빨간 머리에 검은 뒤통수, 파란 목도리의 꿩이 광화문 순라꾼 같다. 적당한 거리를 유지한 채 꿩을 살펴본다. 꿩이 나의 존재를 눈치챈 것 같지만 침착하다. 한 무리의 등산객들이 나무계단을 쿵쿵거리며 지나가도 도망가지 않는다. 수꿩이 한 발 한 발 잡목숲으로 멀어 지길래 나도 조심스레 발걸음을 옮긴다.
"후드드득"
숨어있던 까투리가 달아나니, 장끼가 뒤따라 달아난다. 그제야 내 발걸음을 옮긴다.
"꿩꿩!" 뒤에서 꿩 울음소리가 들린다. '잡목 숲만 있으면 된다'라고 광화문을 향해 소리치는 것 같다.
여기서 광화문까지는 직선거리 2.5km. 도심에서 가까운 서울시 종로구 평창동 산에 야생 꿩이 살고 있다. 사람들은 보지 않으면 없다고 믿는다.
곡장에 올랐다가 빠르게 백악산으로 향한다. 한양도성 안쪽으로 들어오니 사람이 많다. 백악산 정상의 높은 바위에 오르니 인왕산, 북한산 보현봉과 비봉능선이 한눈에 보인다. 계단을 따라 내려가는데 올라오는 사람들이 힘들어한다. 앞쪽으로 가야 할 인왕산이 보인다. 충정로 도착 미션, 1시간 30분이 남았다.
창의문 앞을 지나 바로 윤동주 문학관으로 길을 건넌다. 편한 길로 가려다 윤동주 팬심으로 시인의 언덕에 오른다. 빠르게 걷고 있지만, 이 세상 앞에서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양심을 노래한 '서시'는 젊은 시절 가장 좋아하는 시였다.
나의 인생길은 잎새에 이는 바람을 활용한 재생에너지 확대라는 신념이 있었으나, 그 길을 찾을 수 없어 괴로워했다. 그 길을 갔더라도 현실과 갈등하며 나는 또 다른 부끄러움을 느꼈겠지?
하얀 벚꽃이 한가득 피어있는 시인의 언덕을 뒤로하고 인왕산으로 향한다. 1시간 밖에 남지 않은 미션은 힘들 것 같다. 인왕산을 넘어 무악재 하늘다리까지만 갈 것인가? 무리해서 안산 봉수대를 찍고 2시까지 충정로에 갈 것인가? 계단과 오르막을 일부러 다리에 부하가 걸리도록 쉬지 않고 오른다. 노란 개나리를 배경으로 보이는 광화문 도심과 경복궁은 색다른 풍광이다.

인왕산 정상에는 인증사진 줄이 20미터 정도 된다. 맛집에서나 보는 풍경이다. 하기야, 인왕산 정상이 뷰맛집이긴 하다. 그러고 보니 백악산부터 인왕산까지 꽃 보다 아름다운 2030 세대가 가장 많이 보인다. 걔 중에는 젊은 중년도 있지만 젊음의 웃음꽃을 따라갈 수는 없다. 이런 차이를 감지하는 걸 보니 나도 이제 아재를 넘어 중년이 되는구나.
정상에서 내려가는 길은 등산객 통행량이 많아 병목현상이 생긴다. 오늘 미션 완수는 힘들다고 이미 생각했지만, 이제는 결정을 내려야 할 시점이다. 산행 후 만나기로 한 미션이 약속은 아니지만, 스스로 꺼낸 말에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시간을 지킬 것인가? 경로를 지킬것인가? 시간 약속을 지키고, 실패도 수용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나을 것 같다.
인왕산의 이상한 바위들이 많다는데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지금은 한양도성에서 무악재 하늘다리로 가는 갈림길을 잘 찾아야 한다.
어젯밤 인왕산에서 무악재 하늘다리 가는 길을 검색해 봤으나 찾지 못했다. 갈림길 안내판이 나타나는지 주의를 집중하고 내려가다 보니 오른쪽으로 한양도성 밖으로 나가는 계단 길이 있다. 나가자마자 만나는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올라가야 한다. 무악재 하늘다리가 아래에 있다고 바로 내리막길로 가면 안 된다. 한양도성을 바라보며 짧게 오르면 마른 약수터가 보이면 제대로 길을 찾은 것이다. 전망대를 앞에 두고 내리막길로 가야 한다. 결국 인왕산 정상에서 250미터 떨어진 무악 청구아파트 방향으로 가든지, 800여 미터 떨어진 선바위 위쪽에서 빠져야 한다.


해골을 닮은 듯 닮지 않은 것 같은 해골 바위에는 낙서가 가득하고, 주변 바위 위로는 노란 개나리가 가득하다.
개나리 꽃그늘 따라 걷는 이 길은 이 계절에 아주 잘 어울린다. 중랑천 응봉산, 홍제천 옆 탕춘대능선 개나리가 예쁜데, 인왕산 개나리도 그에 못지않게 넓게 예쁘게 피었다. 3월 말~4월 초 제철산행으로 독립문 방향에서 오르는 인왕산 추천이다.
인왕정을 지나 무악재 하늘다리에 오후 1시에 도착한다. 오늘의 미션은 실패다.
독립문 정류장으로 걸어가 버스를 타고 충정로역 1시 20분에 도착하여, 아내와 아이를 만나 약속대로 점심을 같이 먹는다.
아이는 2시 모임을 위해 먼저 가고, 아내와 둘이 남았다.
"여보, 안산 갈래?"
(2편 계속)
서울 도심 3산(백악-인왕-안산), 미션 임파서블#2
(전편에 이어)아이는 2시 모임을 위해 먼저 가고, 아내와 둘이 남았다. "여보, 안산 갈래?""얼마나 걸리는 데?""마을버스 타고 가면 50분? 1시간 안쪽" 충정로역 7번 출구에서 서대문 마을버스 02번을
mountainstory.tistory.com
#산행정보
구 간: 백악산 - 인왕산 (서울 성북구, 종로구, 서대)
날 짜: 2026년 4월 5일
날 씨: 흐림 - 맑음
일 행: 맑은물 홀로
코스: 국민대 - 성북하늘길 - 팔각정 - 곡장 - 백악산 - 인왕산 - 무악재 하늘다리
소요시간: 3시간 10분 (10시 10분 ~ 13시 00분)
교 통: 도보 후 서울 시내버스
#포토산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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