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2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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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 산길과 으스스한 산길을 경험한 태백산(2023.5.30)
준비 없는 산행은 하지 않는 편이다. 영월 고향집에서 하룻밤 지내고 산행을 위해 나올 때까지 어느 산을 갈지 결정하지 못했다. 철쭉이 피어 있을 소백산 연화봉? 혼자 운전할 수 있는 날 아니면 가기 힘든 치악산 남대봉? 횡성 사자산? 갈팡질팡하다 철쭉 계절에 어울리고 길을 아는 산에 가는 게 좋을 것 같아 태백산으로 향했다. 결국 준비 없는 산행을 했다는 변명이다.38번 국도 석항 IC를 빠져나와 영월 산솔면에서 옥동천 옆 88번 지방도를 따라간다. 1000미터급 산이 이어지고 아래로는 구슬 같은 옥동천이 흐르는 김삿갓면과 상동읍 풍광은 언제 봐도 좋다. 구불구불한 화방재를 넘어 1km쯤 더 가서 유일사 탐방안내소 주차장에 도착한다. 준비물이 부족하여 화방재 휴게소로 뒤돌아 갔다 오니 2시 50분이다...
2023.06.03 -
꽃길과 돌길, 우이동-백운대-청수계곡(2023.4.09)
봄 산행을 떠나고 싶어 마음이 근질근질하다. 3월의 고온현상으로 일찍 피었던 벚꽃이 떨어지고, 초록잎이 나오기 시작하니 산행바람이 난 것 같다. 혼자는 심심해서 아이에게 백운대에 가자고 했더니, 의외로 같이 가겠다고 한다. 토요일 밤, 아이의 마음이 흔들렸으나, 일요일 아침 예정대로 아침 일찍 집을 나서 경전철을 타고 우이동으로 이동한다. 일요일 아침 우이신설 경전철은 유럽 산악열차와 같은 느낌이 든다. 승객의 90%는 등산복 차림, 고요함이 흐르는 조그만 경전철 안, 타인을 배려하며 소곤소곤 얘기하는 등산객들. 조용한 가운에 활기찬 기운이 흐르는 유럽 산악 열차를 타는 상상도 나쁘지 않다. 상상은 언제나 공짜고, 자유다. 우이역에 내려, 등산용품점으로 가득 찬 상가지구는 예전과 달라진게 없지만, 만남의..
2023.04.09 -
아이와 함께 오른 겨울 선자령 (2023.2.22)
봄이 다가오니 일에서 벗어나고 싶다. 일에서 벗어나는 일탈을 위해 봄 방학인 아이와 함께 선자령에 가기로 했다. 요즘 KTX 강릉선은 인기노선이라, 이른 아침에 출발하는 기차표를 예매하지 못했다. 11시 넘어 청량리역에서 출발하여 진부역(오대산역)을 거쳐, 대관령 마을휴게소에서 점심을 먹으니 벌써 1시 50분이 넘었다. 산행 시간이 빠듯하다. 서둘러야 한다.대관령에서 선자령 산행 시작점은 세 곳이다. 대관령국사성황사라는 큰 표지판을 지나 현대(HYUNDAI)라는 글씨가 적힌 큰 풍력발전기 옆까지는 같은 길이다.첫 번째 등산로는 풍력발전기 옆 왼쪽 서낭골(?)에서 시작되는 길로, 재궁골을 경유해 선자령 정상에 오를 때 유용하다.두 번째는 풍력발전기 옆을 지나 100미터 더 가면 만나는 국립기상과학원 구름물..
2023.02.22 -
겨울비에 녹아 내린 마음, 북한산 형제봉 (2023.1.15)
금. 토 이틀 동안 40mm 넘는 비가 내렸다. 겨울비치곤 많지만, 1월에도 가끔은 많은 비가 내리니 호들갑 떨 일은 아니다. 일요일 새벽에 내린 눈은 흔적 없이 사라지고 하루종일 흐리기만 하다. 3일 동안 햇빛을 멀리한 몸과 마음에 곰팡이가 잔뜩 피었는지 하루종일 움직이고 싶지 않다. 집 밖으로 나갈 결심만 하다가 '일요일 오후 3시'가 나를 일으켜 세운다. 일단 집 밖으로 나가기 위해 옷을 주섬주섬 챙겨 입는다. 목적지를 정하지 않고 밖에 나가 보니 북한산 중턱까지 짙은 안개가 내려와 있다. 산봉우리 위쪽은 보이지 않지만, 안개사이로 희끗한 눈이 보여 형제봉으로 향한다. 북한산 둘레길 명상의길 구간 아래쪽은 비가 내린 흔적이지만, 조금씩 올라갈수록 진눈깨비를 거쳐 눈 내린 풍경으로 바뀐다. 아래쪽에서..
2023.01.21 -
눈 내린 북한산 칼바위-문수봉 산행 (2022.12.16)
12월 둘째 주, 첫눈은 아니지만 눈이 제법 내렸다. 아직 쓰지 못한 연차 가운데 하루를 눈 산행에 쓰기로 한다. 눈을 보러 멀리 갈 필요 없이 북한산 청수계곡으로 향한다. 탐방안내소 주차장을 지나면서 청수계곡을 감싸고 있는 능선을 크게 한 바퀴 돌기로 한다. 대략, 청수계곡-칼바위능선-북한산성 능선-대성문-보토현-형제봉으로 도는 코스인데, 청수계곡을 기점으로 많은 산행을 했지만, 이렇게 크게 한 바퀴 도는 산행은 이번이 처음이다. 언제나 맑은 물이 흐르는 청수계곡은 오늘은 하얀 눈으로 덮혀 고요하다. 시간이 멈춘 듯 얼어붙은 청수폭포도 오늘은 조용하다. 북한산국립공원 사무실 앞을 지나 내원사 가는 길로 들어선다. 무거운 도시를 등에 지고 산으로 오르지만, 무겁지 않다. 나무 가지 사이로 눈 덮인 형제봉..
2022.12.27 -
늦가을 홀로 철마산-천마산 걷기 (2022.11.6)
한 달 전 철마산에서 힘이 느껴지면서도 섬세한 산줄기를 한참 바라보았다. 철마산-천마산을 연결하는 천마지맥인데 그 모습이 아름다워 한번 걷고 싶었다. 마침 한 달 만에 산행 기회가 생겼고, 주저 없이 천마지맥으로 향했다.천마산 정상만 오르려면 남양주 평내 혹은 마석에서 오르는 게 좋지만, 천마지맥을 걷기 위해 오남역에 내려 오남초등학교 방향으로 가는 버스를 탄다. 창밖으로 자연과 조화를 이루고 있는 소도시의 가을풍경이 버스 속도로 지나간다. 대규모 신도시 개발이 예정된 오남읍의 정감 있는 풍경도 곧 사라질 텐데, 빽빽한 고밀도 건물숲이 아닌 아름다운 자연과 풍경이 보존되는 저밀도 도시가 되었으면 좋겠다.버스에서 내려 근처 편의점 커피를 한잔 마시고, 오남저수지 옆 산행들머리로 향한다. 한 달 전 하산길의..
2022.11.06 -
정릉 ~ 팔각정 ~ 백악산 ~ 창의문 (2022.10.22)
최근 청와대 뒷산인 백악산이 완전히 개방되어 북한산-백악산 연계산행이 가능해졌다. 토요일 아침, 나는 집근처 정릉탐방안내소를 출발하여 백악산까지 가보기로 하고, 정릉탐방안내소 주차장에서 북한산 둘레길 명상의길을 따라 산행을 시작한다. 명상의길 입구는 수십년된 참나무 숲인데, 노랗게 물든 참나무 잎을보니 가을이 깊어지는게 느껴진다. 참나무숲을 지나 계단을 오르면 북한산성 능선이 보이는 전망대가 나오는데, 아침 안개가 청수계곡 골짜기에 내려앉아, 칼바위능선과 북한산성 능선은 희미하게만 보인다.명상의길의 아침 공기는 가슴속까지 시원하게 해주지만, 내부순환도로에서부터 자동차 소음이 넘어온다. 국민대 뒤 까지는 숲이 우거져 있다보니 아래쪽 조망이 막혀있어 그냥 걷기만 한다. 걷다보면 자동차 소음, 새 소리도 들리..
2022.10.22 -
백검색불여일산행, 남양주 철마산 (2022.10.8)
서울을 벗어나 가을 산행을 하고 싶었다. 낮은 산도 좋지만, 오랜만에 큰 산에 가고 싶었다. 조건에 맞는 산을 검색하며 글과 사진으로 대리산행에 만족하고 집을 나서지 않은 건 어쨌거나 변명이다.때 마침, 몇 번 함께 산행했던 전 직장 후배가 한글날 연휴에 산에 가자고 한다. 어느 산으로 갈지 고심 끝에 대중교통이 편한 남양주 진접의 철마산으로 정한다. 이상은 높고 큰 산, 현실은 접근이 쉬운 산이다.토요일 아침, 후배를 만나 전철 4호선을 타고, 지난해 개통한 진접역에 내린다. 철마산 산행 들머리는 2번 출구에서 100여 미터만 걸으면 된다. 건물 예정지가 공터로 남아있어 찾기 쉽다. 수도권 전철역에서 가장 가까운 산행 들머리인 것 같다. 산행 안내판에서 오늘 갈 코스를 다시 한번 확인하고, 해참 공원 ..
2022.10.11 -
청수계곡에서 백운대까지 13Km 왕복하다 (2021.4.15)
하루 연차휴가를 쓰고, 오전에 아이가 만든 새집을 달았다. 주택가 새들의 이사철이 끝나가고 있지만, 누군가 입주해 주면 좋겠다. 이른 점심을 먹고 12시가 넘어 집을 나와 청수계곡으로 향한다. 엊그제 내린 30mm 봄비 덕분에 청수계곡은 맑은 물이 촬촬 흐르고, 자연의 색이 터져 나오고 있다. 연두와 초록 사이에서 다양한 채도의 신록이 나오고, 복사꽃과 산벚꽃은 색다른 분홍색을 만들어 낸다. 이런 계절의 산행은 몸과 마음이 편안하다. 아름다움에 취하면 마음에 흥이 생겨나고, 몸에는 에너지가 흐른다. 자연이 주는 에너지를 받아 청수계곡 청수폭포, 쉼터, 청수 2교, 마당바위, 쌍샘 약수터까지 일사천리로 오른다. 쌍샘 약수터를 지나니 청수계곡 아래에 비해 봄이 하루이틀 늦는다. 새싹이 돋아나기 시작했지만, ..
2021.04.28 -
북한산 도사가 되고 있다. 청수계곡-북한산성 (2021.3.7)
아직 해가 뜨기 전, 일요일 이른 아침. 집을 나서 정릉탐방안내소로 향한다. 흐린 날이지만, 아침 공기가 상쾌하다. 새벽 산행을 마치고 벌써 산에서 내려오는 사람들도 있다. 오늘 목표는 청수교를 건너 대성능선으로 북한산성까지 올라, 다음 목적지를 정하는 것이다. 청수계곡에서 대성문으로 가장 빨리 오를 수 있는 대성능선은 '등산로 없음'인데, 등산로를 막아 놓은 것도 아니고, 곳곳에 등산로를 재정비하여 여기가 등산로 없는 비법정 탐방로인지, 많이 다니지 말라는 의미인지 모르겠다. 대성능선은 지난해 더불어한길 친구들과 매미나방 애벌레를 피해가며 올랐던 구간이다. 오늘은 홀로, 배낭 없이 걷다 보니 걸음이 빠르다. 왼쪽으로 보이던 형제봉이 더 낮은곳으로 지나가고, 오른쪽의 칼바위 능선은 더 가까워지고, 북한산..
2021.03.07 -
북한산 칼바위 능선의 문필봉 아침 산행 (2021.2.27)
새벽에 잠이 깨어 밖에 나가보니 아직 대보름 달빛이 환하다. 어젯밤 대보름 달에게 소원을 빌지 않았는데, 멋진 선물을 받은 기분이다. 형제봉 너머로 내려가는 보름달 빛에 요정이 나타날 것 같은 신비로운 기운이 묻어있다. 저녁에 해가 지면 달이 뜨고, 새벽에 달이 지면 해가 뜬다. 희망이 지면 또 다른 희망이 뜨고, 희망은 돌고 돈다. 지금 우리 사회는, 이 시대는 저녁을 향해 가고 있을까? 아침이 밝아 오고 있을까? 해가 아니라 지구가 돌 듯, 사회와 나의 시계 역시 외부 환경이 아니라, 지금 여기 한국의 시민들이 행동하여 만들어 간다는 생각을 한다. 집에 들어왔다가 뒷산인 북한산 칼바위 능선의 문필봉을 가려고 다시 집을 나선다. 아침 6시 30분, 우수 지나 경칩이 다가오며 낮이 점점 길어지고 있어, ..
2021.02.27 -
이른 아침 북한산 칼바위 능선 산행 (2021.1.31)
적당히 춥고, 눈이 많았던 겨울이 대한이 지나니 서서히 물러나고 있다. 1월이 끝나기 전에 겨울 산행을 하겠다고 다짐했는데, 1월의 마지막 토요일까지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스스로의 약속을 지키기위해 일요일 아침 7시, 밖은 어둡고 몸과 마음이 무거웠지만, 따뜻한 집을 나와 산으로 향한다. 일출을 보려면 북한산 둘레길 명상의 길 구간으로 가야 하는데, 오늘은 일출 대신 내원사와 칼바위 능선의 문필봉까지 가벼운 산행을 하기로 한다. 정릉 청수계곡은 햇볕이 잘 들지 않아 여전히 꽁꽁 얼어있다.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아침산책하는 사람들이 있다. 청수계곡 입구의 청수루를 지나 내원사길로 들어서니 사람이 없다. 요즘 달리기와 빨리 걷기를 많이 해서 가파른 길을 성큼성큼 올라갈 정도로 몸이 좋게 느껴진다. 서서히..
2021.0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