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2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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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여름을 찾다. 단양 석화봉 (2021.8.13)
두 번째 맞는 코로나 시국 여름이다. 더위와 격리에 지친 사람들은 신선한 바람이 있는 자연으로 퍼져나가 심신 면역을 강화해야 하는데, 방역대책이 산으로 가고 있다. 속옷처럼 필수가 된 마스크 신화가 가장 큰 문제다. 다음으로 바이러스 간 경쟁(virus competition)에 따른 여름철 유행 경향 변화, 건강한 대다수 시민의 면역우산 효과등 과학에 기반한 합리적 토론은 언론 권력, 정치권력, 초국적 백신 권력 앞에서 막혀있다. 동료시민들과 소신있는 의사들 의견을 마스크로 틀어막는 사회가 되어버렸다. 많은 시간이 지나면 한쪽으로 휩쓸린 이 분위기가 바뀌게 될까? '백신 맞고, 휴가 가자' 20세기 전체주의 같은 구호에 시민들은 백신을 맞고 여름휴가를 준비했다. 하지만, 무더위가 기승을 부려도 의미 없는..
2024.02.26 -
10년 만에 폭설. 북한산 눈 보러 가자(2024.2.26)
2024년 겨울은 눈이 많이 내린다. 북한산이 하얀 눈으로 덮인 날에는 산에 가고 싶은 욕구가 차올랐지만, 2월 말까지 달성해야 할 목표가 있어서 꾹 참는다. 절기로 우수가 있는 2월 세째 주. 장마처럼 며칠동안 비가 오다가 주 후반에 큰 눈이 내렸다. 때 마침, 주말에 1차 시험 목표를 달성하게 되어, 다음날 바로 북한산을 찾는다. 이번 산행은 1차 목표를 달성한 나를 위한 선물이기도 하다. 북한산 주능선에서 일출을 맞이하고 싶어 일찍 일어났으나, 컴컴한 밖을 보니 혼자 산행할 마음이 사라진다. 바깥이 밝아지는 느낌이 들 때까지 기다렸다가 집을 나와 북한산으로 향한다. 동쪽 하늘은 이미 붉게 물들고 있는데, 서쪽 하늘은 아직 시커멓다. 북한산 봉우리에서 일출을 보기에는 늦었지만, 서두르면 중간 능선 어..
2024.02.26 -
겨울엔 계방산, 계방산 하는 이유 (2024.1.5)
많은 산행을 했지만, 100대 명산이나 대간-정맥 종주 같은 구체적인 목표 없이 자유로운 산행을 했다. 특정한 산행 목표를 세우면 정기적으로 산을 찾는데 도움이 됐을 것이다. 특정 산에 대한 목표는 없었지만, 그 계절 혹은 날씨에 가장 잘 어울리는 산을 찾자는 느슨한 목표는 있다. 2024년 새해를 맞아 겨울 산행을 제대로 하고 싶어 졌고, 큰 고민 없이 겨울 산행지로 유명한 계방산을 떠 올렸다. 지난해 운두령 도로를 두 번 넘으며, 계방산에 가고 싶은 마음이 생겼고, 운두령까지 가는 길이 익숙하기 때문이다.아침 7시 50분 집에서 출발하여 홍천군 내면을 지나 10시 55분 운두령에 도착한다. 쉼터 주차장은 이미 만차라 갓길에 조심스레 주차하고, 겨울 산행 장비 착용을 꼼꼼하게 하다 보니 30분이 훌쩍 ..
2024.01.05 -
화이트 크리스마스, 화이트 북한산 형제봉 (2023.12.25)
아내와 아이를 크리스마스 모임에 데려다주고 오니 '나 홀로 집에' 있게 됐다. 산행을 하려다 가까운 청수계곡에서 내원사까지 산책하기로 하고 등산화를 신고 집을 나선다. 청수계곡에는 의외로 사람들이 많다. 오전에 눈이 와서 그런지, 산책 나온 가족들도 많고, 등산객들도 많다. 며칠 추운 날씨에 계곡물이 얼음폭포, 얼음고드름 같은 작품을 만들었는데, 그 위로 하얀 눈이 내려 청수계곡은 백설계곡이 되었다. 그 밑으로는 아직 얼지 않은 물소리가 콸콸 들려온다. 아름다운 청수계곡에 있으니, 내원사 산책대신 청수계곡 지류를 따라 영취사 갈림길까지 다녀오기로 한다. 청수 2교를 건너 계곡을 따라가는데, 오후가 되어 산행을 끝내고 내려오는 사람들이 많다. 크리스마스 아침을 산과 보낸 사람들이다. 추웠던 날씨가 풀렸지만..
2023.12.25 -
궁예의 비밀이 숨어 있는 영월 태화산 (2023.11.3)
영월에서 가까운 제천 금수산에 오르려 했으나, 시간이 부족하여 더 가까운 영월 태화산으로 목적지를 바꾼다. 금수산은 해발 1012m, 태화산은 해발 1027m로 비슷한 높이다. 금수산 최단코스는 약 5시간, 태화산 최단코스는 2시간 30분이 걸린다는 정보를 발견하고, 곧바로 흥교 태화산농장으로 출발한다.(주의: 네비에 꼭 '흥교태화산농장' 검색) 태화산에 가보지 않은 영월 사람들은 많아도, 태화산을 보지 못한 영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태화산은 영월읍에서 고개만 들면 남쪽으로 보이는 높은 산이고, 유명한 고씨동굴이 바로 태화산에 있기 때문이다. 언젠가 가봐야지 마음먹고 있던 산인데, 흥교 태화산농장 주차장에 도착해 보니, '이럴 수가?' 10여 년 전에 어딘지도 모른 체 흥교마을에 왔다 갔던 ..
2023.11.03 -
단풍과 암릉과 하늘과 사람, 운악산 (2023.10.22)
가을 산행을 찾아보고 있는데, 아내가 이번에는 같이 가자고 했다. 자연스럽게 아이도 같이 가게 되었는데, 여차저차 이유로 아이 친구까지 4명이 산행을 떠나게 되었다. 일요일 아침, 우려와 달리 길이 막히지 않아 서울에서 운악산 주차장까지 1시간 5분 만에 도착했다. 주차장은 이미 절반 이상 채워지고, 산악회의 대형 버스도 줄지어 서 있지만, 이제 9시 45분이니 출발은 좋다. 음식준비로 분주한 두부전문 식당가와 새로 생긴 근사한 외관의 카페를 지나, 활기찬 등산객들에 어울려 빠르게 운악산 매표소(무료) 방향으로 이동한다. 등산 안내판에서 오늘 산행코스를 확인하고, 일주문을 지나 언덕길을 조금 올랐더니 아이들이 덮다고 외투를 벗기 시작한다. 갑자기 기온이 뚝 떨어져 옷을 두껍게 입고 왔지만, 차에 벗어 두..
2023.10.22 -
서울 북촌에서 백악산 넘어 정릉까지 이어진 길 (2023.10.15)
백악산이 전면 개방된 뒤로 인왕산, 백악산, 형제봉을 연계하여 여러 코스로 산행을 다니고 있다. 산이 높지 않지만, 시내에서 바로 산행을 시작할 수 있는 즐거움이 있다. 그중에 오늘은 서울 종로에서 정릉으로 이어지는 코스를 시도해 볼 참이다. 버스를 타고 서울 안국역 1번 출구 근처에 내린다. 근현대 문화유산과 아기자기한 골목으로 인해 북촌은 관광객들로 북적인다. 등산복 차림의 나는 북촌 윤보선길을 따라 가회동 감사원 언덕을 지나 삼청공원으로 들어선다. 삼청공원에서 지난해 개방된 법흥사 터를 지나 한양도성 곡장을 넘을 계획이었는데, 삼청공원에 설치된 백악산 안내 지도를 보니 말바위 전망대와 숙정문을 통해 곡장으로 곧장 넘어가도 될 것 같았다. 안내 지도에는 말바위 전망대에서 숙정문까지 등산로가 끊어져 ..
2023.10.15 -
북한산 계곡 산행, 청수계곡-남장대-백운동계곡 (2023.9.18)
요즘 나는 하늘을 날고 싶어 하는 깊은 계곡의 물고기가 된 것 같다. 꿈과 삶의 불일치가 오래도록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계곡을 벗어나 오를 수만 있다면, 험한 길의 고단함도 즐거움으로 소화시킬 자신감은 커지지만, 점점 지느러미는 퇴화되고 있다. 꿈을 대체하기 위해 산을 더 찾는다. 산행에서 잠시 힘든 것은 삶에 비하면 새 날개의 깃털처럼 가볍다. 타인의 무례한 요구를 거절하고, 계획한 대로 월요일 연차에 나 홀로 산행을 떠난다. 혼자 가기에는 북한산이 딱 맞다. 집을 나와 정릉 탐방안내소로 향한다. 익숙한 주차장, 청수교를 건너 영취사 가는 길로 들어선다. 월요일 청수계곡은 인적은 드물고, 자연의 흔적만 가득 차 있다. 올여름 청수계곡을 들머리로 하여, 북한산의 여러 계곡을 탐방하고 있다. 6월 청수..
2023.09.18 -
짧은 여름산행, 북한산 형제봉 (2023.7.29)
소문에 의하면(?) 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고 한다. 여름산행을 한 번도 안 한 사람과, 여름산행을 여러 번 가는 사람. 여름산행을 한 번만 한 사람은 없다고 한다. 덥고 습한 여름이지만, 나무 그늘 아래에서 햇빛을 피하고, 차가운 바람과 시원한 계곡물로 더위를 털어낼 때 느끼는 즐거움을 잊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북한산도 비가 오면 좋은 계곡을 만들어 내지만, 오늘은 계곡을 품지 않은 형제봉에 다녀오기로 한다. 집을 나와 국립공원 주차장까지 걷는데 아침 햇살이 벌써 뜨겁다. 둘레길 명상의 길에 들어서니 기대한 대로 참나무 숲이 햇빛을 가려 시원했지만, 이어지는 200여 계단을 따라 전망대에 오르니 금세 땀이 줄줄 흐른다. 며칠 전 장마 끝 무렵에 북한산 계곡을 산책할 때는 숲이 촉촉하고 시원하..
2023.07.29 -
북한산 계곡 산행, 청수계곡~진관사계곡 (2023.7.2)
요즘 다시 문턱증후군이 생겼다. 산행 갈 결심을 하고도, 당일 아침에 현관문 넘기가 대청봉 오르기보다 어렵다. 이를 이겨내고자 주중에 가족에게 산행을 선언 했으나, 주말 아침이 되자 또 문턱을 못 넘고 있었다. 아이가 '자기가 한 말은 지켜야 한다'며 나의 산행을 재촉하니, 내 마음이 움직이고, 몸이 움직인다. 현관문을 지나 넓은 세상으로 나왔더니, 마음이 중력의 영향을 벗어나는 것 같이 가벼워진다. '천리길도 한걸음부터'라는 속담을 이번에 완전히 내 것으로 만든 느낌이다. 집에서 가까운 북한산 정릉지구 청수계곡은 주중에 내린 100mm 비로 입구부터 새하얀 물보라, 물소리가 가득하다. 초록이 짙어진 청수계곡을 따라 오르다 보니, 이미 떠난 줄 알았던 유리새, 되지빠귀 노랫소리가 들린다. 나오길 참 잘했..
2023.07.02 -
여행과 산행, 일석이조. 서산 팔봉산 산행 (2003년 6월15일)
[안내. 2003년 6월. 아주 오래전 산행일기인데, 편집 과정에서 최근 날짜로 잘못 표시되고 있습니다] 토요일 밤 서산에 도착하여 더불어한길 사람들과 하룻밤을 보내고, 여유 있게 일어나서 산행준비를 한다. 이른 아침에는 비가 억수같이 내려 '산에 못 가는 것 아닐까?' 걱정했지만, 다행히 오전에 비가 그친다. 어젯밤 술나라로 달린 몇몇은 가랑비 핑계를 대면서 산행을 방해했지만, 산행 강행 세력의 힘이 더 세다. 서산 버스터미널에서 팔봉산가는 시내버스를 20여분 타고 팔봉산 입구인 양길리에 내렸는데, 팔봉산 입구라기보다는 그저 시골마을 같은 느낌이다. 등산을 해야 한다는 느낌을 주지 않는 이런 아늑한 분위기도 오늘은 좋다. 양길리 정류장에서 산행입구 표지판을 찾아서 팔봉산 주차장까지 걸어가는데, 모내기를..
2023.06.24 -
가까우면 잘 안다는 착각? 북한산 청수계곡-문수봉-삼천사계곡 (2023.6.6)
현충일 징검다리 연휴에 먼 산에 가려고 예매했던 기차표를 아침에 취소했다. 먼 산행에 대한 부담과 귀찮음이 밀려왔기 때문이다. 이럴 때 북한산 아래에 사는 장점을 활용하여, 느긋하게 아침을 먹고, 미리 챙겨놓은 배낭을 메고 집을 나선다. 북한산 정릉탐방안내소에서 시작하여, 청수계곡을 따라 북한산성 보국문으로 곧장 오르고, 문수봉을 올랐다가 삼천사계곡으로 내려가거나, 문수봉에서 남장대 능선을 지나 북한산성 계곡 상류로 내려섰다가 다시 청수계곡으로 돌아올 예정이다. 가까운데 있는 산이라 산행코스를 쉽게 정할 수 있다. 탐방안내소를 지나 평소에 자주 다녀 익숙한 청수계곡을 따라 걷는다. 아는 길을 가니 새들의 노래와 계곡 물소리가 더 잘 들리고, 등산로 옆의 풀과 나무도 더 주의 깊게 살펴보게 된다. 예전 산..
2023.06.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