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313)
-
아이가 처음 오른 북한산 청수계곡-칼바위능선(2020.3.15)
2020년 봄. 전쟁 같은 코로나-19 사태로 '출근을 제외한' 일상이 흐트러지고 있다. 특히, 어린 딸은 기다리고 기다리던 초등학교 입학식도 못하고 있다. 아이는 지금 겪는 상황이 곧 세상이라 받아들이겠지만, 개학이 연기된 것과 학교의 첫출발 입학식이 연기된 것은 느낌이 많이 다르다. 이 사태에 대해 학교 봉쇄만이 유일한 답이라면, '현대의 학교 교육은 무엇을 위한 것인가?'라는 생각이 든다. 이런 무거운 고민은 어른의 몫. 이 세상의 부조리와 불행한 고민은 청소년 이상에게 떠 넘기기로 하자. 나중에 어른이 되어 이 세상의 부조리에 맞설 때, 어릴 때 쌓아 놓은 즐거움은 큰 힘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2020년 3월 둘째 주 일요일. 교육 육아에 지친 아내에게 자유시간을 주고 나는 아이와 북한산성에 오..
2020.03.22 -
2019년 겨울 서울 첫눈 쌓인 날. 북한산 산행의 사색 (2020.2.16)
#입산금지 - 입으로만 하는 산행을 금지당하다 가족 중에 아이가 있으면 주말 산행보다, 가족과 함께하는 일상이 더 재미있고 보람차다. 그럼에도 산에 가고 싶어 질 때가 있는데, 산행을 좋아해서가 아니라, 가끔은 일상을 벗어나고 싶을 때가 있다. 항상 긴장해야 하는 도시 삶을 벗어나고는 싶지만, 딱히 새로운 것을 시도하기는 어려울 때 오래된 취미, 산행이 떠오른다. 그래서 가끔 아내에게 '이번 주말에 산에 가도 돼?'라고 허락을 구했고, 실제로 몇 번은 허락을 얻었다. 그러나 막상 주말이 되면 집을 나서기 못하고 일상에 빠져 지낸다. 몇 주 뒤에 또 산행 얘기를 꺼내고, 또 집에서 일상을 보내는 일이 반복됐다. 나는 입으로만 산행을 얘기하는 사람이 됐고, 아내는 나의 '입산'을 금지시킨 것이다. #2019..
2020.02.19 -
북한산 청수계곡-화계사 짧은 산행 (2019.11.29)
아내와 산에 가기로 했다. 아내는 나 만큼 산을 좋아하지 않지만, 같이 가자고 하면 가끔은 따라나선다. 오늘은 아내에 맞게 산행 난이도를 정한다. 힘든 봉우리보다는 쉽고, 둘레길보다는 어려운, 정릉에서 화계사로 넘어가는 계곡 연결 산행을 시도해 보기로 한다. 정릉탐방센터에서 청수교, 북한산 국립공원 사무소를 지나 내원사 오르는 길로 접어든다. 내원사 가는 길은 차가 다닐 수 있도록 콘크리트로 포장된 길이지만, 평소에도 산행객이 많지 않은데 오늘은 평일이라 더 조용하다. 지난봄에는 대학 친구와 오르고, 초여름에는 아이와 산버찌를 따먹기 위해 오르고, 가을에는 혼자 산책하다 멧돼지 흔적이 너무 많아 등골이 오싹했었다. 오늘도 콘크리트 길 옆 흙길에는 멧돼지가 다닌 흔적이 뚜렷하게 남아 있다. 멧돼지는 콘크리..
2020.01.02 -
옛 역사문화의 중심지, 용마산-아차산 (2019.10.4)
서울 동쪽을 감싸고 있는 용마산, 아차산은 가깝고 낮은 산이라 오래전부터 다녀오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가까워서 미루고 있다 갔다 왔다고 착각하고 있음을 깨닮았다. "아차" 개천절 연휴에 시간과 여건이 맞아 드디어 용마산-아차산을 찾게 되었다.함께 산행하기로 한 후배와 산행 약속을 잡고 7호선 용마산역에서 만난다. 용마산 폭포 공원을 통과하여 인공폭포 앞에서 오른쪽 방향 표지판을 따라 100미터를 올라가면 농구장을 만나는데, 여기서 숲길로 들어서면서 등산로가 시작된다.숲길 등산로는 오르막길 없이 남쪽으로 잠깐 이어지다가 나무 데크 계단을 만난다. 의외로 긴 나무 계단길을 따라 올라가면 조금씩 시야가 트이며 서울 동부 지역부터 먼 북한산 주능선까지 시야에 들어오지만, 안개인지 미세먼지인지 희뿌연 하늘에 조..
2019.10.13 -
이곳이 바로 명산이다. 전북 완주 안수산 (2019.6.8)
올해 초, 전라북도 완주에 갔다가 고산면 만경강 뜰 뒤로 예사롭지 않은 산세를 가진 산을 발견했다. 알아봤더니 해발 556미터의 완주 안수산이었다. 주위에서 보면 마치 닭 벼슬 모양으로 솟아 있어, 계봉산이라고도 불린다고 한다. 나중에 갈 수 있을지 모르지만 일단 내 마음속 '산행 희망 리스트'에 추가해 놓았다. 그러다가 몇 달 뒤 완주에서 친구 모임이 있어서, 다른 산 보다 빨리 '산행 희망 리스트'에서 안수산을 지울 수 있게 되었다. 완주에서 친구들을 만나 안수산에 다녀오겠다고 알리고, 산행 출발점인 고산 자연휴양림으로 출발한다. 입장료 2000원은 할인카드로 아끼고, 휴양림 관리사무소 근처에 주차를 한다. 주말을 맞아 고산 자연휴양림에는 사람들이 많다. 관리사무소 뒤쪽에는 지인이 둘러보라고 추천한..
2019.06.15 -
초록 물결이 넘실대는 포천 광덕산 (2019.5.28 )
꽃 피고, 새싹 보이던 날이 며칠 전 같은데 어느덧 세상은 온통 초록이다. 세상에 점점 무감각 해지는 감각 때문에 시간이 점점 빨라진다. 봄 산행을 마음먹고 있다가 초여름이 되어서야 휴가를 내고 산행을 떠난다. 마침 아내도 시간이 되어서, 함께 산에 가기로 하고 집을 나선다. 낮 동안 빨리 다녀올 수 있는 경기도 산 중에 포천 광덕산을 목적지로 정한다.포천 고속도로 옆으로 보이는 논밭과 들판, 산도 이제 초여름 초록색으로 바뀌고 있다. 백운계곡을 지나 도착한 광덕고개 휴게소는 주말처럼 붐비지 않지만, 좋은 계절이라 한적하지도 않다. 산에 자주 다닐 때 이 광덕고개 휴게소를 기점으로 여러 번 산행을 했었는데, 이제는 낡아 보이는 휴게소 모습에서 세월이 느껴진다. 우리는 휴게소 식당에서 이른 점심을 먹고, ..
2019.05.31 -
봄이다 산에가자. 북한산 정릉 - 4.19 기념탑 (2019.4.27)
나에게 산에 가는 의미는 등산이라는 목적보다 자연을 찾고 자연을 즐기는 의미가 크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에는 함께 산을 즐길 친구도 거의 없고, 전 직장 후배가 유일한 산행 동료가 되었다. '산에 가자. 시간되면 같이 가고, 시간이 안되면 기다렸다 시간 맞춰가고. 떠나자 산으로!'라고 말하고 싶지만, '산'이 아니어도 요즘은 각자 방식으로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으니, 산행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 이번 봄에도 진달래 산행을 하려고 마음먹고 있었지만, 전 직장 후배와 시간을 맞추기 위해 2주를 기다렸더니 진달래 산행 계절이 지나고 신록의 계절이 되었다. 4월 말~5월에는 더 좋은 산을 고르기 위해 고민할 필요 없이 어느 산에 가도 봄을 만날 수 있다. 제철 과일이 맛있듯이, 요즘 제철 산행은..
2019.04.28 -
역사상 최악의 폭염, 그래도 산에 간다 (2018.8.12)
2018년 여름. 7월 초에 시작된 폭염이 8월 입추가 지나도 꺾일 줄 모르고 계속된다. 이번 폭염은 낮 기온도 높지만, 새벽 기온도 열대야 기준을 훌쩍 넘는 30도 언저리에 머물고, 가뭄까지 닥쳤다. 물 없는 가마솥에 계속 불을 지피는듯한 날씨다. 언론과 날씨 전문가들은 폭염 원인으로 기후변화로 인한 티벳고원 고기압의 한반도 정체를 꼽고 있다. 여름은 어느 정도 더워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열대야가 2주일 이상 지속되니 지치고, 지치다 보니 삶의 질도 떨어진다. 재난 상황이라고 하여 지쳐서만 살 수 있는가? 인류에게 최악이 기후변화 재난이 와도, 기후변화 속도를 늦추기 위한 노력과 동시에, 한편으로는 에너지를 덜 쓰는 방식으로 놀며 즐거움을 찾는 것도 인간이 아닐까 한다. 그래서, 동네 뒷산, 북한산에..
2018.08.22 -
북한산 형제봉 분홍산 산행 (2018.4.14)
올봄부터 서울 북한산 자락에 살게 되었다. 지난겨울, 아이와 흰 산(눈 덮인 겨울산) 얘기를 하다가 받은 질문. "아빠, 이 세상에 분홍 산도 있어?" "응? 음...음...봄이 되면 분홍 산도 생겨" 계절이 바뀌고 봄이 왔다. 온 산들이 붉은 꽃들로 물들고 있는 이 계절을 놓칠 수 없어, 가족과 함께 가까운 북한산 형제봉을 오르기로 한다.북한산 탐방안내소 주차장을 지나니 청수 계곡에 뒤늦은 벚꽃이 활짝 피어있다. 주중에 내린 봄비도 청수 계곡을 시끄럽게 하며 흐른다. 청수 1교를 건너 나오는 갈림길에서, 오른쪽 계곡을 따라가면 지난겨울 산행했던 영취사를 지나 북한산 대남문으로 오를 수 있는데, 우리는 여기서 직진. 돌계단을 지나 형제봉 방향으로 오른다. 아이가 그래텔 숲이라고 이름 지은 작은 공터와 산..
2018.04.22 -
영하 20도 대한(大寒) 추위에 오른 북한산 (2018.1.25 )
새해가 시작되자마자 바쁜 날들이 이어져, 잠깐 쉬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주중에 산에 가기로 결심했다.때는 연중 가장 춥다는 대한(大寒), 마침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 20도 아래로 떨어지는 강추위가 며칠째 지속되고 있다. 아침에 집을 나서기 전에 산에 갈지 말지 잠시 고민했지만, 아침만 지나 기온이 오르면 북한산 다녀오는 것은 큰 무리가 없을 것 같아 집을 나선다. 버스에서 내려 정릉 탐방안내소 주차장에 도착한다. 아직 온몸에 온기가 남아있을 때 옷과 등산화 끈을 한번 더 확인하고, 산행을 시작한다. 산행 들머리 청수계곡은 꽁꽁 얼어붙어, 물소리도 없고, 바람소리도, 새소리도, 사람 소리도 없이 고요하다. 청수교를 건너 보현봉 방향 청수천 계곡 옆길을 따라 걷는다. 청수천 약수터를 지나니 멀리 계곡 끝으로..
2018.01.31 -
구름도 좋아 할 초가을 운악산 (2017.9.9)
정상에 오른 등산객이 하산하듯, 무덥던 기온이 내리막 길을 걷는 9월이 되었다. 후배와 어느 계절에 가도 좋은 운악산 산행을 하기로 했다.집에서 조금 늦게 나와, 시간을 만회해 보려고 운악산 가는 1330 버스 대신 춘천행 ITX를 탔다. 승차감도 좋고, 서울을 벗어나니 창밖 풍경도 좋다. 그런데, 안내방송부터 정차역에 청평역이 빠져있어 불안했는데, 역시나 청평역에서 멈추지 않고 가평역에서만 멈춘다. 빨리 가려던 계획이 틀어졌고, 이를 만회하려던 잔머리는 오히려 독이 됐다. 가평역에 내려, 서둘러 청평역 방향 전철로 갈아타고 되돌아가다가 늦은 시간을 만회하려고 청평역 도착 전 상천역에서 내린다. 상천역에서 버스를 타고 청평검문소 삼거리에서 환승하여, 복잡한 청평 시내에 들어갔다 나오는 시간을 줄여볼 계획..
2017.09.30 -
높은 산 부럽지 않은 북한산 청수계곡-구천계곡 (2017.7.16)
6월 가뭄, 7월 장마가 올해도 반복되고 있다. 주중에 계속 장맛비가 내렸고 금요일엔 제법 많은 비가 내렸다. 토요일에 산에 갈 수 있게 되었는데, 마침 지루하던 장맛비도 그쳤다. 멋진 계곡을 기대하며 집 앞에서 탄 버스가 북한산 청수계곡 근처에 이르자 엄청난 물이 넘실대며 흐르는 정릉천이 보인다. 종점에서 내려, 정릉 탐방지원센터를 지나니 등산로 옆으로 거센 물이 흘러 내려간다. 오늘 정릉계곡은 살아있는 거대한 생물 같기도 하고, 굉장한 생동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평소에는 이름만 폭포인 청수 폭포도 오늘만은 유명 폭포에 뒤지지 않는 멋진 폭포로 변신해 있다. 기대하지 않았던 정릉 청수계곡 곳곳이 폭포가 되고, 거친 계류가 되어 흐르고 있다. 북한산 청수계곡은 높은 산의 깊은 계곡 부럽지 않은 멋있는 모..
2017.07.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