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313)
-
환경 보호와 파괴의 전선, 포천 왕방산 (2016.8.27)
산속에 살거나, 매주 산에 갈 여유가 없는 한 모든 산행은 오랜만일 수밖에 없다. 수십 년 만에 찾아온 기록적인 무더위를 피해 시원한 계곡으로 떠나겠다는 다짐만 하고 여름을 지내다가, 8월 말이 되어 경기도 포천의 왕방산을 찾았다. 한창 산행을 많이 할 때는 경기도 포천과 가평 일대 산을 헤집고 다녔는데, 이번에는 실로 오랜만에 포천 산행이었다.왕방산 산행을 검색해 보니 집에서부터 산행 시작점 대진대학교까지 1시간 40분쯤 걸린다. 여유 있게 집을 나서 중계동에서 3100번 좌석버스를 탔는데, 주말이라 길이 많이 막힌다. 서울에서 3100번, 3500번을 타면 대진대 안쪽, 등산로 입구까지 바로 갈 수 있는데, 예상보다 무려 50분이나 늦게 도착했다. 먼저 도착한 J는 기다림의 지루함을 숨긴 무표정한 얼..
2016.08.31 -
북한산 국민대-형제봉-성북동 산책 산행 (2016.5.8)
일요일에 아내가 아이를 데리고 외출하여, 잠깐의 자유시간을 얻는다. 자유시간도 누려본 사람이 잘 누리는지라, 무엇을 할지 잘 떠오르지 않는다. 그래도 몸에 익숙했던 취미는 산행이라, 집에서 가까운 북한산 형제봉을 향해 집을 나선다. 오늘은 마침 어버이날이고, 나는 형제봉으로 향한다. 뭔가 연관이 있을듯한 조합이지만, 아무런 연관은 없고, 신록의 계절에 산을 찾는 게 좋을 뿐이다. 동네에서 버스를 타면 국민대까지 평소 주말이면 20분이면 도착할 수 있는데, 연휴 마지막날이라 그런지 40분이 넘게 걸린다. 국민대 앞 버스 정류장에 내려 익숙한 탐방안내소를 지나 북한산 둘레길 명상의 길 구간으로 들어선다. 화사하게 빛나던 벚꽃을 본 게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북한산 숲은 초록이 우거져 있다. 가장 급진적이고..
2016.05.29 -
겨울의 끝이 남아 있는 선자령 (2016.2.27)
'겨울이 가기 전에 겨울산에 한번 가야지' 다짐을 했는데 겨울이 끝났다. '올 겨울 산행은 못 가는구나'라고 받아들이고 있는데, 최근에 몇 번 함께 산행을 했던 후배와 연락이 닿아 선자령으로 겨울산행을 떠나기로 한다.금요일 밤, 4살 된 딸에게 '아빠 내일 산에 다녀올게~'라고 하자, '나도 갈 거야. 나도 큰 산 갈 수 있어'라며 귀엽게 고집을 부린다. 그러더니, '나도 여행에 가고 싶어. 아빠! 갔다가 내일 일찍 와~'라며 제법 사려 깊은 말을 이어간다. 토요일 아침, 서울 광나루에서 후배의 차를 타고 출발하여, 대관령 휴게소에 딱 12시에 도착한다. 산행 길이 시작되는 지점을 몰라 일단 신재생에너지 전시관 쪽에 차를 세운다. 5분 정도 걸어 대관령 휴게소 내 식당에서 점심을 먹는데, 가격과 맛이 ..
2016.03.20 -
경남 고성의 진산, 거류산 (2015.10.10)
2박 3일 일정으로 경남 고성 처가에 내려왔다가 거류산에 올랐다. 처갓집에 갔다가 산행을 한다면 신종 간큰남이라 할 수 있다.거류산이 있는 경상남도 고성읍은 낙남정맥 연화산 남쪽에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다. 북서쪽은 낙남정맥, 서쪽으로는 갈모봉산, 남쪽은 남산, 동남쪽은 벽방산이 있고, 동쪽 들녘 끝에 우뚝 솟아 있는 산이 바로 거류산이다. 거류산 정상은 해발 571m로 매우 높은 산은 아니지만, 남해 바닷가에 인접한 고성뜰을 배경으로 솟아 있어서 꽤 높아 보인다. 오늘 산행의 시작점은 고성군 거류면에 위치한 산악인 엄홍길 기념관이다. 유명한 산악인이긴 하지만, 살아 있는 사람을 위한 기념관은 어색한 느낌이다. 텅빈 엄홍길 기념관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주차장 수도시설 옆으로 등산로를 따라 산행을..
2015.10.25 -
상쾌함으로 마음이 채워진 사패산 (2015.9.13)
의정부에 있는 아내의 큰 처가를 찾은 김에, 오랜만에 사패산에 올라 보기로 했다. 주차장에 도착하여, 아내와 아이는 큰집으로 올라가고, 나는 산으로 향한다. 아빠가 산에 가더라도 아이도 큰집 식구들과 재미있게 놀 수 있을 테고, 그러면 아내도 잠시 육아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회룡골 매표소를 지나 산행을 시작하는데, 초가을 가뭄에 등산로 옆 회룡골 계곡은 바짝 말라있다. 계곡을 따라 넓게 난 시멘트 포장길을 따라 걷다가, 회룡사를 지나고부터는 숲으로 들어선다. 사패산 등산로는 고무 계단과 나무다리로 잘 정리되어 있다. 계곡이 바짝 마른 것은 아쉽지만, 참나무 숲 속으로 들어서니 기분은 날아갈 듯 좋다. 주중에 업무 스트레스로 굳어진 몸이 풀어지는 느낌, 갇혔던 시야가 넓어지는 느낌, 나와 우리 가족..
2015.09.30 -
초록 숲이 잊혀지지 않는 용문산 산행 (2015.6.6)
한창 귀여움이 자라나는 28개월 딸에게 '아빠는 오늘 산에 갔다 올게~'라고 하니, '아빠! 다녀오데요'라고 인사를 한다. 같이 놀지 못하게 되어 미안했지만, 다음 주부터 한동안 토요일에 딸과 둘이서만 보낼 수 있으니, 오늘은 혼자 집을 나선다. 서울 상봉역에서 전 직장 후배를 만나, 중앙선 전철을 타고 용문역에 도착한다.용문역에서 버스터미널까지 10여분을 걸어 11시 30분 용문산행 버스를 탔는데, 버스는 용문역에 들렀다가 용문산으로 간다. 버스 노선을 알았더라면 버스터미널까지 걸어가지 않았을 텐데..... 버스에는 장을 보고 돌아가는 주민들, 휴일을 맞아 여기저기 다니는 학생들도 있지만, 아무래도 외부에서 찾아온 등산객들이 가장 많다. 등산객과 주민들이 나누는 대화는 모두 메르스(중동-급성 호흡기 증..
2015.06.27 -
딸 인생의 첫 산행, 북한산 둘레길 5구간 명상의 길(2014.6.8)
아내를 만나기 전에 애인이었던 산이 그립다. 일하러 가는 것보다 산에 가는 게 좋고, 사무실에 앉아 있는 것보다 가파른 산을 오르는 게 마음은 더 편했었다.아내가 일이 있어 외출한 주말, 이제 2살된 딸과 북한산 둘레길이라도 걸어 보려고 집을 나선다. 아직 어린 아기를 데리고 산길을 가는게 위험하다고 할지 모르겠지만, 하루종일 집에서 아기를 돌보는건 산행보다 어려운 일이다. 그리고, 아이가 조금 더 크면 안고 산을 오를 수도 없으니, 오히려 안거나 업을 수 있는 지금이 둘레길 걷기에는 딱 좋을 것 같다. 집 근처에서 버스를 타고 국민대학교 앞에 내려, 북악매표소를 지나 숲으로 들어간다. 숲길에 들어서니 공기도 상쾌하고, 새들의 노랫소리도 들려오니 새담이도 좋아한다.산새소리가 들리면 "째째", 까치 소리..
2014.06.22 -
늦겨울에 찾은 치악산은 한겨울 (2014.2.15)
월례행사처럼 다니던 산행이 언제부터인가 연례행사가 되었다. 마음은 숲으로, 계곡으로, 눈길로 떠나고 싶지만, 콘크리트 도시에서의 일상을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 한 달, 두 달, 세 달..... 산을 멀리하다 보니 이제 산을 가지 않는 삶이 익숙하다. 그러던 어느 날, 녹색당 모임에서 두어 번 만난 적 있는 OS 씨와 겨울산행을 하기로 마음이 맞았다.아직 어둠이 남아 있는 이른 아침, 자고 있는 아내와 돌이 갓 지난 딸을 뒤로하고, 청량리역에서 원주행 기차를 탄다. 금세 서울을 벗어난 기차는 물안개 가득한 팔당, 새하얀 서리가 운치 있는 양평과 조용한 마을 용문, 양동을 지나 1시간 만에 원주역에 도착한다. 평소에 기차를 타고 원주역을 지나갈 때는 잘 몰랐는데, 원주역에 내려보니 한쪽 벽에 고 장일순 선생..
2014.02.16 -
가평 익근리에서 상판리로, 명지산 여름산행(2013.8.15)
한국에서 해발 1000미터의 산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해발 1000미터가 넘는다고 모두 명산은 아니지만, 일단 1000미터가 넘으면 고산이라고 불릴 수는 있을 것이다. 이렇게 자문자답해 보지만, 명산이나 고산 산행에 대한 욕심을 버린 지 오래다. 그런데, 특별한 이유 없이 갑자기 해발 1000미터가 넘는 산을 오르고 싶었고, 마침 아내로부터 광복절 하루 육아휴가(?)를 받아 경기도 가평 쪽의 해발 1000미터 산을 갈 수 있게 되었다. 예전에 산행모임에서 활동할 때는 산에 가고 싶으면 친구들을 수소문하여 함께 가곤 했는데, 요즘은 산행모임 활동을 하지 않아서, 딱히 같이 갈 친구가 없다. 그래도 1000미터 넘는 산을 혼자 갈 수는 없어서, 전 직장동료 JM에게 연락하여 함께 가기로 했다. 오랜만에 큰..
2013.09.01 -
강원도 오지 산행, 영월 시루산(2013.7.26)
짧은 휴가를 맞아 고향집에 들렀다가, 잠깐 시간을 내어 영월의 시루산에 올랐다.원래는 동강 어귀의 완택산을 가려고 했지만, 교통편이 좋지 않아 집에서 버스로 바로 도달할 수 있는 시루산으로 목적지를 바꿨다.시루산이라는 이름은 낯설지만, 고향 마을에서 연당으로 나갈 때 바라보면서 '누워있는 사람 얼굴' 혹은 '큰 고릴라가 기어오르는 모양의 바위'가 있다고 생각했던 기억 속에서는 익숙한 산이다. 아침 10시 40분 집을 나서, 영월군내 버스를 타고 북면 두목 마을 입구에 내린다. 영월 종교미술 박물관 표지석이 서 있는 두목마을 입구에서, 미리 출력해온 지도를 보며 오늘의 산행 들머리를 잡아 본다. 마을 입구에 있는 300살 된 느티나무를 지나, 수직굴 안내판 삼거리로 오를 수 있지만, 내가 가진 지도상에는 ..
2013.07.31 -
송전탑에 사로 잡힌 푸르른 양평 청계산 (2013.6.30)
주말을 맞이하여 양평군 양서면 국수리로 귀촌한 친구 집에 놀러 갔다가, 근처 청계산에 올랐다.아빠가 되었으니 산행보다 아이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것이 삶의 우선순위다. 청계산 아랫동네에 오니 '이때 아니면 또 언제 산에 오르겠냐?'는 생각이 들어 아내에게 양해를 구하고 산행을 하게 된 것이다. 일요일 아침 7시 20분, 어제 집을 나설 때 '혹시나 산에 갈 수 있을까?'하고 챙겨 온 등산화를 신고, 배낭에는 토마토 1개만 집어넣고 친구 집을 나선다. 어젯밤 인터넷 지도를 보며 급하게 정한 산행 코스는, 증동 마을 윗마을을 거쳐 된고개를 지나 정상을 찍고 반월형 마을로 내려오는 코스인데, 3시간 정도면 충분할 것 같았다. 청계산이 포근하게 마을을 감싸고 있는, 증동리는 윗동네까지 귀촌한 사람들의 전원주택..
2013.07.06 -
신선의 겨울 정원이 펼쳐진 양평 백운봉 (2013.1.19)
다음 달에 드디어 아기가 태어난다. 그전에 겨울산의 기운을 받고 와야겠다고 아내에게 말했고, 아내도 한번 다녀오라고 했다. 겨울산행 얘기는 뱃속의 아기도 들었을 텐데, 사실 내가 미루고 미루다 산행을 못한 것이다. 이제는 말만 앞서는 아빠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라도 겨울 산에 가야 한다. 무엇인가 고개가 꺄우뚱해질 억지 논리지만, 겨울산행을 떠나는 이유로는 나름 근사한 것 같다.금요일 밤에 아내에게 내일은 꼭 산에 간다고 했더니, 토요일 아침인데도 아내는 이른 시간에 일어나 보온병에 도시락을 준비해 준다. 일기예보를 확인해 보니 서울 아침기온 영하 15도, 양평은 영하 17도라고 한다. 기온이 더 낮아도 이제는 말을 지키기 위해 집을 나서야 한다. 배낭 속 보온병에 담겼을 아내의 따뜻한 마음을..
2013.0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