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산행(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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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 물결이 넘실대는 포천 광덕산 (2019.5.28 )
꽃 피고, 새싹 보이던 날이 며칠 전 같은데 어느덧 세상은 온통 초록이다. 세상에 점점 무감각 해지는 감각 때문에 시간이 점점 빨라진다. 봄 산행을 마음먹고 있다가 초여름이 되어서야 휴가를 내고 산행을 떠난다. 마침 아내도 시간이 되어서, 함께 산에 가기로 하고 집을 나선다. 낮 동안 빨리 다녀올 수 있는 경기도 산 중에 포천 광덕산을 목적지로 정한다.포천 고속도로 옆으로 보이는 논밭과 들판, 산도 이제 초여름 초록색으로 바뀌고 있다. 백운계곡을 지나 도착한 광덕고개 휴게소는 주말처럼 붐비지 않지만, 좋은 계절이라 한적하지도 않다. 산에 자주 다닐 때 이 광덕고개 휴게소를 기점으로 여러 번 산행을 했었는데, 이제는 낡아 보이는 휴게소 모습에서 세월이 느껴진다. 우리는 휴게소 식당에서 이른 점심을 먹고, ..
2019.05.31 -
역사상 최악의 폭염, 그래도 산에 간다 (2018.8.12)
2018년 여름. 7월 초에 시작된 폭염이 8월 입추가 지나도 꺾일 줄 모르고 계속된다. 이번 폭염은 낮 기온도 높지만, 새벽 기온도 열대야 기준을 훌쩍 넘는 30도 언저리에 머물고, 가뭄까지 닥쳤다. 물 없는 가마솥에 계속 불을 지피는듯한 날씨다. 언론과 날씨 전문가들은 폭염 원인으로 기후변화로 인한 티벳고원 고기압의 한반도 정체를 꼽고 있다. 여름은 어느 정도 더워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열대야가 2주일 이상 지속되니 지치고, 지치다 보니 삶의 질도 떨어진다. 재난 상황이라고 하여 지쳐서만 살 수 있는가? 인류에게 최악이 기후변화 재난이 와도, 기후변화 속도를 늦추기 위한 노력과 동시에, 한편으로는 에너지를 덜 쓰는 방식으로 놀며 즐거움을 찾는 것도 인간이 아닐까 한다. 그래서, 동네 뒷산, 북한산에..
2018.08.22 -
높은 산 부럽지 않은 북한산 청수계곡-구천계곡 (2017.7.16)
6월 가뭄, 7월 장마가 올해도 반복되고 있다. 주중에 계속 장맛비가 내렸고 금요일엔 제법 많은 비가 내렸다. 토요일에 산에 갈 수 있게 되었는데, 마침 지루하던 장맛비도 그쳤다. 멋진 계곡을 기대하며 집 앞에서 탄 버스가 북한산 청수계곡 근처에 이르자 엄청난 물이 넘실대며 흐르는 정릉천이 보인다. 종점에서 내려, 정릉 탐방지원센터를 지나니 등산로 옆으로 거센 물이 흘러 내려간다. 오늘 정릉계곡은 살아있는 거대한 생물 같기도 하고, 굉장한 생동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평소에는 이름만 폭포인 청수 폭포도 오늘만은 유명 폭포에 뒤지지 않는 멋진 폭포로 변신해 있다. 기대하지 않았던 정릉 청수계곡 곳곳이 폭포가 되고, 거친 계류가 되어 흐르고 있다. 북한산 청수계곡은 높은 산의 깊은 계곡 부럽지 않은 멋있는 모..
2017.07.29 -
초록 숲이 잊혀지지 않는 용문산 산행 (2015.6.6)
한창 귀여움이 자라나는 28개월 딸에게 '아빠는 오늘 산에 갔다 올게~'라고 하니, '아빠! 다녀오데요'라고 인사를 한다. 같이 놀지 못하게 되어 미안했지만, 다음 주부터 한동안 토요일에 딸과 둘이서만 보낼 수 있으니, 오늘은 혼자 집을 나선다. 서울 상봉역에서 전 직장 후배를 만나, 중앙선 전철을 타고 용문역에 도착한다.용문역에서 버스터미널까지 10여분을 걸어 11시 30분 용문산행 버스를 탔는데, 버스는 용문역에 들렀다가 용문산으로 간다. 버스 노선을 알았더라면 버스터미널까지 걸어가지 않았을 텐데..... 버스에는 장을 보고 돌아가는 주민들, 휴일을 맞아 여기저기 다니는 학생들도 있지만, 아무래도 외부에서 찾아온 등산객들이 가장 많다. 등산객과 주민들이 나누는 대화는 모두 메르스(중동-급성 호흡기 증..
2015.06.27 -
딸 인생의 첫 산행, 북한산 둘레길 5구간 명상의 길(2014.6.8)
아내를 만나기 전에 애인이었던 산이 그립다. 일하러 가는 것보다 산에 가는 게 좋고, 사무실에 앉아 있는 것보다 가파른 산을 오르는 게 마음은 더 편했었다.아내가 일이 있어 외출한 주말, 이제 2살된 딸과 북한산 둘레길이라도 걸어 보려고 집을 나선다. 아직 어린 아기를 데리고 산길을 가는게 위험하다고 할지 모르겠지만, 하루종일 집에서 아기를 돌보는건 산행보다 어려운 일이다. 그리고, 아이가 조금 더 크면 안고 산을 오를 수도 없으니, 오히려 안거나 업을 수 있는 지금이 둘레길 걷기에는 딱 좋을 것 같다. 집 근처에서 버스를 타고 국민대학교 앞에 내려, 북악매표소를 지나 숲으로 들어간다. 숲길에 들어서니 공기도 상쾌하고, 새들의 노랫소리도 들려오니 새담이도 좋아한다.산새소리가 들리면 "째째", 까치 소리..
2014.06.22 -
가평 익근리에서 상판리로, 명지산 여름산행(2013.8.15)
한국에서 해발 1000미터의 산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해발 1000미터가 넘는다고 모두 명산은 아니지만, 일단 1000미터가 넘으면 고산이라고 불릴 수는 있을 것이다. 이렇게 자문자답해 보지만, 명산이나 고산 산행에 대한 욕심을 버린 지 오래다. 그런데, 특별한 이유 없이 갑자기 해발 1000미터가 넘는 산을 오르고 싶었고, 마침 아내로부터 광복절 하루 육아휴가(?)를 받아 경기도 가평 쪽의 해발 1000미터 산을 갈 수 있게 되었다. 예전에 산행모임에서 활동할 때는 산에 가고 싶으면 친구들을 수소문하여 함께 가곤 했는데, 요즘은 산행모임 활동을 하지 않아서, 딱히 같이 갈 친구가 없다. 그래도 1000미터 넘는 산을 혼자 갈 수는 없어서, 전 직장동료 JM에게 연락하여 함께 가기로 했다. 오랜만에 큰..
2013.09.01 -
강원도 오지 산행, 영월 시루산(2013.7.26)
짧은 휴가를 맞아 고향집에 들렀다가, 잠깐 시간을 내어 영월의 시루산에 올랐다.원래는 동강 어귀의 완택산을 가려고 했지만, 교통편이 좋지 않아 집에서 버스로 바로 도달할 수 있는 시루산으로 목적지를 바꿨다.시루산이라는 이름은 낯설지만, 고향 마을에서 연당으로 나갈 때 바라보면서 '누워있는 사람 얼굴' 혹은 '큰 고릴라가 기어오르는 모양의 바위'가 있다고 생각했던 기억 속에서는 익숙한 산이다. 아침 10시 40분 집을 나서, 영월군내 버스를 타고 북면 두목 마을 입구에 내린다. 영월 종교미술 박물관 표지석이 서 있는 두목마을 입구에서, 미리 출력해온 지도를 보며 오늘의 산행 들머리를 잡아 본다. 마을 입구에 있는 300살 된 느티나무를 지나, 수직굴 안내판 삼거리로 오를 수 있지만, 내가 가진 지도상에는 ..
2013.07.31 -
송전탑에 사로 잡힌 푸르른 양평 청계산 (2013.6.30)
주말을 맞이하여 양평군 양서면 국수리로 귀촌한 친구 집에 놀러 갔다가, 근처 청계산에 올랐다.아빠가 되었으니 산행보다 아이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것이 삶의 우선순위다. 청계산 아랫동네에 오니 '이때 아니면 또 언제 산에 오르겠냐?'는 생각이 들어 아내에게 양해를 구하고 산행을 하게 된 것이다. 일요일 아침 7시 20분, 어제 집을 나설 때 '혹시나 산에 갈 수 있을까?'하고 챙겨 온 등산화를 신고, 배낭에는 토마토 1개만 집어넣고 친구 집을 나선다. 어젯밤 인터넷 지도를 보며 급하게 정한 산행 코스는, 증동 마을 윗마을을 거쳐 된고개를 지나 정상을 찍고 반월형 마을로 내려오는 코스인데, 3시간 정도면 충분할 것 같았다. 청계산이 포근하게 마을을 감싸고 있는, 증동리는 윗동네까지 귀촌한 사람들의 전원주택..
2013.07.06 -
원시계곡, 뱀, 폭격장의 아픔이 있는 각흘산(2012.6.24)
산에 띄엄띄엄 가다 보니 '오랜만에 산행'이라는 말이 익숙해졌다.요즘 나에게 산행이란? 산을 오르는 것은 부차적인 것이고, 도시를 벗어나 자연을 만나고 싶은 마음으로 산행을 한다. '봄이 가고 여름이 되어 산은 푸르게 되었으니, 한 번쯤 산에 가야 하지 않겠냐?'는 소리가 들린다. 어떤 예지자의 목소리인지, 내가 만들어낸 환청인지 모르지만, 그 소리를 따르기로 한다. 토요일 아침 아직 잠들어 있는 도시를 떠나 경기도의 가장 북쪽인 포천군 이동면의 각흘산으로 떠난다. 조금 서둘러 집을 나섰더니 다행히 서울을 빠져나가는 길은 막히지 않는다.47번 국도를 타고 포천시 이동면에 도착하여 각흘산 입구를 찾으려 하였으나 안내판은 없고 산은 비슷하다. 지도를 봐도 각흘 산을 찾을 수 없고, 출발 전에 미리 조사하지..
2012.06.30 -
소금강이 있는 경기도 양평의 소리산(2011.8.20)
일주일 전 정선 가리왕산 산행에 이어 2주 연속 산행을 떠난다. 이번에는 비교적 가까운 경기도 양평의 소리산이다. 토요일 아침에 아내와 치과에 다녀오느라 늦게 출발했더니, 도로가 꽉 막힌다. 아직 여름휴가철이 지나지 않았다는 것을 뒤늦게 깨닫고 후회해도 소용없다. 소리산 입구에서 친구들을 만나기로 한 시간에 우리는 겨우 서울을 벗어나고 있었다. 제시간에 도착한 먼발치에서는 가족들과 함께 와서 먼저 산에 올라가겠다고 한다. 큰 산이 아니라서 먼저 산행을 하라고 하고, 1시가 넘은 시간에 소리산 소금강에 도착한다. 배낭을 메고 산음천 유원지의 징검다리를 건너 횟가마골 입구에서 늦은 점심을 먹는다. 횟가마골은 아담하지만 시원한 계곡을 품고 있어서, 몇몇 사람들이 발을 담그고 늦더위를 식히고 있다. 가볍게 밥..
2011.08.28 -
영광의 동계올림픽에 팔을 내준 가리왕산(2011.8.14)
장마가 한창이던 7월 어느 날, 옆집의 큰 환호성에 나는 '오늘 축구 하나?'라고 생각했었다. 10년 이상 강원도 도민을 동원했던 올림픽유치는 짧은 순간 큰 환영을 받는 것으로 일단락되었다. 동계올림픽을 유치해서 누군가는 면죄부를 얻었고, 누군가는 부귀영화를 누릴 테고, 또 누군가는 낙후된 강원도에서 올림픽을 치른다는 자부심을 가슴속에 새기며 살아갈 것이다. 올림픽 유치가 확정되기 이전부터 가리왕산 중봉 스키 슬로프는 자연환경을 파괴할 것이 확실했다. 환경단체와 시민들이 가리왕산 숲을 지키기 위해 활동하는 동안 나는 마음으로 안타까워했지만 아무것도 한 것이 없다. 늦었지만 불과 몇 년 후에 사라질 가리왕산 중봉 능선과 계곡, 풀과 나무들을 찾아보고 싶어서 가리왕산을 찾기로 했다. 이렇게 말해 놓고 보니..
2011.08.17 -
경기 양평의 중원계곡 짧은 트레킹 (2011.6.18)
서울은 여름이면 쉴 곳이 없는 거대한 콘크리트 숲이 되지만, 서울만 벗어나면 멀지 않은 곳에는 짧은 산책을 즐길 수 있는 계곡이 많다. 산과 계곡은 좋아하지만 산행을 힘들어하는 사람들은 이런 계곡을 찾아 무더위를 식히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아내와 나도 힘든 산행을 하기에는 무리가 있어서 경기도 양평의 중원폭포(중원계곡)를 찾았다. 강원도를 오가며 중원계곡 표지판을 봤던 터라, 용문까지는 쉽게 찾아가고 용문에서부터 지도를 보며 중원계곡 입구를 찾아간다. 산은 물론이고 논과 밭이 모두 녹색으로 변하는 한국의 여름은 어딜 가든 푸근하고 편안한 마음을 안겨준다. 그런 길을 달려, 중원계곡 입구의 주차장에 도착한다. 주차장 주위의 유원지와 계곡에는 이른 여름을 즐기러 온 사람들로 북적인다. 주차장에서 5분만 올..
2011.06.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