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산행(79)
-
관악산이 높다한들 구름 아래 뫼이로다 (2024.6.15)
북한산 아래 살다 보니 한강 건너 관악산은 오랫동안 가지 않았다. 2008년 산행이 마지막이었는데, 16년 만에 관악산에 가게 되었다. 토요일 아침 사당역에서 JH님을 만나, 김밥, 간식, 물을 준비하여 등산로 입구로 간다. 어렴풋하게 옛 기억이 나지만, 2011년 산사태 흔적, 서울둘레길, 관음사의 존재는 낯설다. 서울둘레길에서 연주대 방향 등산로로 오르니 금세 조망이 트이는데, 서울 하늘은 회색구름이 차지하고 있다. 조금 더 오르니 불경소리가 들리는 너른 터가 나오는데, 그 아래로 관음사가 있다. 서울둘레길을 따라 관음사에 들렀다 왔어도 여기로 오게 된다. 너른 터 앞을 막고 있는 가파른 암벽길을 50여 미터 오르니 첫 번째 국기봉이 있다. 국기봉을 지나 철계단을 오르면 전망대에 도착하는데, 관악산에..
2024.06.15 -
아이와 후다닥 다녀 온 북한산 칼바위능선 (2021.2.7)
지난 일요일 혼자 북한산 칼바위능선에 다녀왔더니, 아빠와 같이 칼바위능선에 바위길에 가고 싶다고 한다.'진짜로 가고 싶은 걸까? 그냥 꺼내 본 말일까?' 잠시 생각...일요일 오후, 딱히 계획이 없어 아이와 문필봉에 올랐다, 시간 되면 칼바위까지 갔다 오기로 하고, 주섬주섬 준비하여 집을 나선다.청수계곡 청수루에서 사람이 적은 내원사 길로 오르는데, 맞은편 형제봉 얼음 골짜기에서 동네 아이들 노는 소리가 들린다."저기 얼음에 놀러 가자고 할까" 했다가, 아이의 계획을 회유하는 것 같이 느껴져, 원래 가던 데로 갔다가 빨리 내려오기로 한다.내원사 가는 길음 시멘트 포장길이지만 아이와 몇 번 다녔던 길이라 정겹다. 특히, 뻐꾸기 우는 계절에 맛있는 산벚찌 따먹으러 왔던 기억이 난다. 할아버지 참나무 숲을 지..
2024.05.06 -
10년 만에 폭설. 북한산 눈 보러 가자(2024.2.26)
2024년 겨울은 눈이 많이 내린다. 북한산이 하얀 눈으로 덮인 날에는 산에 가고 싶은 욕구가 차올랐지만, 2월 말까지 달성해야 할 목표가 있어서 꾹 참는다. 절기로 우수가 있는 2월 세째 주. 장마처럼 며칠동안 비가 오다가 주 후반에 큰 눈이 내렸다. 때 마침, 주말에 1차 시험 목표를 달성하게 되어, 다음날 바로 북한산을 찾는다. 이번 산행은 1차 목표를 달성한 나를 위한 선물이기도 하다. 북한산 주능선에서 일출을 맞이하고 싶어 일찍 일어났으나, 컴컴한 밖을 보니 혼자 산행할 마음이 사라진다. 바깥이 밝아지는 느낌이 들 때까지 기다렸다가 집을 나와 북한산으로 향한다. 동쪽 하늘은 이미 붉게 물들고 있는데, 서쪽 하늘은 아직 시커멓다. 북한산 봉우리에서 일출을 보기에는 늦었지만, 서두르면 중간 능선 어..
2024.02.26 -
화이트 크리스마스, 화이트 북한산 형제봉 (2023.12.25)
아내와 아이를 크리스마스 모임에 데려다주고 오니 '나 홀로 집에' 있게 됐다. 산행을 하려다 가까운 청수계곡에서 내원사까지 산책하기로 하고 등산화를 신고 집을 나선다. 청수계곡에는 의외로 사람들이 많다. 오전에 눈이 와서 그런지, 산책 나온 가족들도 많고, 등산객들도 많다. 며칠 추운 날씨에 계곡물이 얼음폭포, 얼음고드름 같은 작품을 만들었는데, 그 위로 하얀 눈이 내려 청수계곡은 백설계곡이 되었다. 그 밑으로는 아직 얼지 않은 물소리가 콸콸 들려온다. 아름다운 청수계곡에 있으니, 내원사 산책대신 청수계곡 지류를 따라 영취사 갈림길까지 다녀오기로 한다. 청수 2교를 건너 계곡을 따라가는데, 오후가 되어 산행을 끝내고 내려오는 사람들이 많다. 크리스마스 아침을 산과 보낸 사람들이다. 추웠던 날씨가 풀렸지만..
2023.12.25 -
서울 북촌에서 백악산 넘어 정릉까지 이어진 길 (2023.10.15)
백악산이 전면 개방된 뒤로 인왕산, 백악산, 형제봉을 연계하여 여러 코스로 산행을 다니고 있다. 산이 높지 않지만, 시내에서 바로 산행을 시작할 수 있는 즐거움이 있다. 그중에 오늘은 서울 종로에서 정릉으로 이어지는 코스를 시도해 볼 참이다. 버스를 타고 서울 안국역 1번 출구 근처에 내린다. 근현대 문화유산과 아기자기한 골목으로 인해 북촌은 관광객들로 북적인다. 등산복 차림의 나는 북촌 윤보선길을 따라 가회동 감사원 언덕을 지나 삼청공원으로 들어선다. 삼청공원에서 지난해 개방된 법흥사 터를 지나 한양도성 곡장을 넘을 계획이었는데, 삼청공원에 설치된 백악산 안내 지도를 보니 말바위 전망대와 숙정문을 통해 곡장으로 곧장 넘어가도 될 것 같았다. 안내 지도에는 말바위 전망대에서 숙정문까지 등산로가 끊어져 ..
2023.10.15 -
북한산 계곡 산행, 청수계곡-남장대-백운동계곡 (2023.9.18)
요즘 나는 하늘을 날고 싶어 하는 깊은 계곡의 물고기가 된 것 같다. 꿈과 삶의 불일치가 오래도록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계곡을 벗어나 오를 수만 있다면, 험한 길의 고단함도 즐거움으로 소화시킬 자신감은 커지지만, 점점 지느러미는 퇴화되고 있다. 꿈을 대체하기 위해 산을 더 찾는다. 산행에서 잠시 힘든 것은 삶에 비하면 새 날개의 깃털처럼 가볍다. 타인의 무례한 요구를 거절하고, 계획한 대로 월요일 연차에 나 홀로 산행을 떠난다. 혼자 가기에는 북한산이 딱 맞다. 집을 나와 정릉 탐방안내소로 향한다. 익숙한 주차장, 청수교를 건너 영취사 가는 길로 들어선다. 월요일 청수계곡은 인적은 드물고, 자연의 흔적만 가득 차 있다. 올여름 청수계곡을 들머리로 하여, 북한산의 여러 계곡을 탐방하고 있다. 6월 청수..
2023.09.18 -
짧은 여름산행, 북한산 형제봉 (2023.7.29)
소문에 의하면(?) 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고 한다. 여름산행을 한 번도 안 한 사람과, 여름산행을 여러 번 가는 사람. 여름산행을 한 번만 한 사람은 없다고 한다. 덥고 습한 여름이지만, 나무 그늘 아래에서 햇빛을 피하고, 차가운 바람과 시원한 계곡물로 더위를 털어낼 때 느끼는 즐거움을 잊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북한산도 비가 오면 좋은 계곡을 만들어 내지만, 오늘은 계곡을 품지 않은 형제봉에 다녀오기로 한다. 집을 나와 국립공원 주차장까지 걷는데 아침 햇살이 벌써 뜨겁다. 둘레길 명상의 길에 들어서니 기대한 대로 참나무 숲이 햇빛을 가려 시원했지만, 이어지는 200여 계단을 따라 전망대에 오르니 금세 땀이 줄줄 흐른다. 며칠 전 장마 끝 무렵에 북한산 계곡을 산책할 때는 숲이 촉촉하고 시원하..
2023.07.29 -
북한산 계곡 산행, 청수계곡~진관사계곡 (2023.7.2)
요즘 다시 문턱증후군이 생겼다. 산행 갈 결심을 하고도, 당일 아침에 현관문 넘기가 대청봉 오르기보다 어렵다. 이를 이겨내고자 주중에 가족에게 산행을 선언 했으나, 주말 아침이 되자 또 문턱을 못 넘고 있었다. 아이가 '자기가 한 말은 지켜야 한다'며 나의 산행을 재촉하니, 내 마음이 움직이고, 몸이 움직인다. 현관문을 지나 넓은 세상으로 나왔더니, 마음이 중력의 영향을 벗어나는 것 같이 가벼워진다. '천리길도 한걸음부터'라는 속담을 이번에 완전히 내 것으로 만든 느낌이다. 집에서 가까운 북한산 정릉지구 청수계곡은 주중에 내린 100mm 비로 입구부터 새하얀 물보라, 물소리가 가득하다. 초록이 짙어진 청수계곡을 따라 오르다 보니, 이미 떠난 줄 알았던 유리새, 되지빠귀 노랫소리가 들린다. 나오길 참 잘했..
2023.07.02 -
가까우면 잘 안다는 착각? 북한산 청수계곡-문수봉-삼천사계곡 (2023.6.6)
현충일 징검다리 연휴에 먼 산에 가려고 예매했던 기차표를 아침에 취소했다. 먼 산행에 대한 부담과 귀찮음이 밀려왔기 때문이다. 이럴 때 북한산 아래에 사는 장점을 활용하여, 느긋하게 아침을 먹고, 미리 챙겨놓은 배낭을 메고 집을 나선다. 북한산 정릉탐방안내소에서 시작하여, 청수계곡을 따라 북한산성 보국문으로 곧장 오르고, 문수봉을 올랐다가 삼천사계곡으로 내려가거나, 문수봉에서 남장대 능선을 지나 북한산성 계곡 상류로 내려섰다가 다시 청수계곡으로 돌아올 예정이다. 가까운데 있는 산이라 산행코스를 쉽게 정할 수 있다. 탐방안내소를 지나 평소에 자주 다녀 익숙한 청수계곡을 따라 걷는다. 아는 길을 가니 새들의 노래와 계곡 물소리가 더 잘 들리고, 등산로 옆의 풀과 나무도 더 주의 깊게 살펴보게 된다. 예전 산..
2023.06.06 -
꽃길과 돌길, 우이동-백운대-청수계곡(2023.4.09)
봄 산행을 떠나고 싶어 마음이 근질근질하다. 3월의 고온현상으로 일찍 피었던 벚꽃이 떨어지고, 초록잎이 나오기 시작하니 산행바람이 난 것 같다. 혼자는 심심해서 아이에게 백운대에 가자고 했더니, 의외로 같이 가겠다고 한다. 토요일 밤, 아이의 마음이 흔들렸으나, 일요일 아침 예정대로 아침 일찍 집을 나서 경전철을 타고 우이동으로 이동한다.일요일 아침 우이신설 경전철은 유럽 산악열차와 같은 느낌이 든다. 승객의 90%는 등산복 차림, 고요함이 흐르는 조그만 경전철 안, 타인을 배려하며 소곤소곤 얘기하는 등산객들. 조용한 가운데 활기찬 기운이 흐르는 유럽 산악 열차를 타는 상상도 나쁘지 않다. 상상은 언제나 공짜고, 자유다. 우이역에 내려, 등산용품점으로 가득 찬 상가지구는 예전과 달라진 게 없지만, 만남의..
2023.04.09 -
겨울비에 녹아 내린 마음, 북한산 형제봉 (2023.1.15)
금. 토 이틀 동안 40mm 넘는 비가 내렸다. 겨울비치곤 많지만, 1월에도 가끔은 많은 비가 내리니 호들갑 떨 일은 아니다. 일요일 새벽에 내린 눈은 흔적 없이 사라지고 하루종일 흐리기만 하다. 3일 동안 햇빛을 멀리한 몸과 마음에 곰팡이가 잔뜩 피었는지 하루종일 움직이고 싶지 않다. 집 밖으로 나갈 결심만 하다가 '일요일 오후 3시'가 나를 일으켜 세운다. 일단 집 밖으로 나가기 위해 옷을 주섬주섬 챙겨 입는다. 목적지를 정하지 않고 밖에 나가 보니 북한산 중턱까지 짙은 안개가 내려와 있다. 산봉우리 위쪽은 보이지 않지만, 안개사이로 희끗한 눈이 보여 형제봉으로 향한다. 북한산 둘레길 명상의길 구간 아래쪽은 비가 내린 흔적이지만, 조금씩 올라갈수록 진눈깨비를 거쳐 눈 내린 풍경으로 바뀐다. 아래쪽에서..
2023.01.21 -
눈 내린 북한산 칼바위-문수봉 산행 (2022.12.16)
12월 둘째 주, 첫눈은 아니지만 눈이 제법 내렸다. 아직 쓰지 못한 연차 가운데 하루를 눈 산행에 쓰기로 한다. 눈을 보러 멀리 갈 필요 없이 북한산 청수계곡으로 향한다. 탐방안내소 주차장을 지나면서 청수계곡을 감싸고 있는 능선을 크게 한 바퀴 돌기로 한다. 대략, 청수계곡-칼바위능선-북한산성 능선-대성문-보토현-형제봉으로 도는 코스인데, 청수계곡을 기점으로 많은 산행을 했지만, 이렇게 크게 한 바퀴 도는 산행은 이번이 처음이다. 언제나 맑은 물이 흐르는 청수계곡은 오늘은 하얀 눈으로 덮혀 고요하다. 시간이 멈춘 듯 얼어붙은 청수폭포도 오늘은 조용하다. 북한산국립공원 사무실 앞을 지나 내원사 가는 길로 들어선다. 무거운 도시를 등에 지고 산으로 오르지만, 무겁지 않다. 나무 가지 사이로 눈 덮인 형제봉..
2022.12.27